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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조부모와 노인의 날(가칭)’ 담화 발표 ‘세계 조부모와 노인의 날(가칭)’ 담화 발표 

제1차 세계 조부모와 노인의 날 교황 담화 “하느님께서 외로움을 위로할 천사를 보내십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오는 7월 25일 지내는 제1차 ‘세계 조부모와 노인의 날(가칭)’을 맞아 담화를 발표했다. 교황은 노인의 사명이 “뿌리를 수호하고, 젊은이들에게 신앙을 전수하며, 아이들을 돌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7월 25일 주일 미사에 참례하거나 어려운 처지에 놓인 소외된 노인들을 방문하는 이들은 전대사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Alessandro Di Bussolo / 번역 이재협 신부

“모든 할아버지와 할머니, 모든 남녀 노인들, 특히 우리 가운데 가장 외로운 노인들이 천사의 방문을 받길 바랍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식이 없어 공동체로부터 소외된 성 요아킴에게 천사가 방문했던 것처럼, 이 시대의 노인들에게도 천사가 방문하길 바란다는 소망을 이 같이 전했다. “코로나19 대유행의 시기를 보내는 것처럼 모든 것이 캄캄하게 보일 때에도 주님께서는 우리의 외로움을 위로하시고 다음의 사실을 떠올려 주시기 위해 천사를 계속 보내십니다. ‘내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 교황은 오는 7월 25일 지내는 제1차 ‘세계 조부모와 노인의 날(가칭)’*을 맞아 담화를 발표하고 영상 메시지를 통해 이 세상의 모든 조부모와 노인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편집주: 우리말 명칭은 주교회의 2021년 추계 정기 총회에서 확정된다. 

요아킴의 꿈

예수님의 할아버지이면서 안나의 남편인 요아킴에게 주님께서 천사를 보내셨듯, 노인들에게도 주님께서 천사를 보내주시어 위로하시길 교황은 기도했다. 교황은 요아킴을 찾은 천사가 “주님께서 네 끈질긴 기도를 들어주셨다”라는 하느님의 말씀을 전달했다고 설명하며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천사들은 어떨 때는 우리 손주의 얼굴로, 어떨 때는 가족의 얼굴이나 오랜 친구의 얼굴로, 혹은 이 어려운 시기에 우리가 알고 지내는 이웃의 얼굴로 찾아옵니다.”

코로나19 대유행, 노인들의 힘겨운 시련

교황은 모든 조부모와 노인들을 향해 말했다. “온 교회가 여러분 곁에, 그리고 우리 곁에 가까이 있습니다. 교회는 여러분을 걱정하고 아끼며 홀로 내버려 두지 않을 것입니다!” 교황은 코로나19 대유행이 모든 사람들의 생활에 타격을 입혔지만, 특히 노인들에게 더욱 가혹한 시련을 남겼다고 전했다. 많은 노인들이 병에 걸렸고, 세상을 떠난 이들도 있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거나 자신의 배우자, 혹은 사랑하는 이의 임종을 지켜야 했습니다. 많은 노인들이 오랫동안 고립되었으며 외로움을 겪도록 내몰렸습니다.”

‘세계 조부모와 노인의 날’을 위한 기도

교황은 지금이 노인들을 방문하고 포옹할 천사들이 필요한 때라고 말하면서도, 여전히 어떤 지역에서는 이마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한탄했다. 교황은 지난 1월 31일 삼종기도에서 첫 번째 세계 조부모와 노인의 날’ 제정 소식을 알리며 “외로움 속에서도 우리와 함께 하시는 주님께 감사 기도를 드리자”고 초대했다.

은퇴하지 않으시고 언제나 우리를 부르시는 주님

교황은 언제나 인간에 대한 충실성을 보여주시는 주님을 기억하자고 당부했다. 이어 우리가 복음서와 시편에서 들을 수 있듯 주님께서는 당신의 예언자들을 우리에게 보내시고, 하루 중 매 시간마다 당신의 포도밭을 위한 일꾼을 부르신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교황은 자신이 정년에 이르렀을 때, 곧 더 이상 새로운 일을 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을 때 로마의 주교(교황)가 되라는 부르심을 받았다고 말했다. “주님께서는 영원하십니다. 주님께서는 은퇴하지 않으십니다. 절대로요.”

젊은이들에게 신앙을 전달할 소명

교황은 천사들의 위로에 관한 이야기에 이어 다른 주제로 담화를 이어갔다. 담화의 두 번째 주제는 조부모와 노인들의 소명, 곧 “뿌리를 수호하고, 젊은이들에게 신앙을 전수하며, 아이들을 돌보는 것”이다. 교황은 복음 선포엔 유효기간이 없다고 강조했다.

“복음 선포의 사명을 수행하고 자녀들에게 전통을 전달하는 데 있어 은퇴할 나이란 없습니다.”

성령의 힘은 모든 우려와 노고를 이겨냅니다

교황은 자신의 에너지가 모두 소진됐다고 생각하거나 습관이 하나의 규칙이 됐을 때, 무엇을 다른 방법으로 새롭게 시도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은 자연스런 의구심이라고 말했다. 또한 가족에 대한 큰 걱정이나 무거운 바위처럼 극심한 외로움이 몰려와 가장 가난한 이들에게 헌신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도 자연스런 우려라고 말했다. 교황은 이러한 생각을 하는 노인들에게 “불고 싶은 데로 부는 성령의 활동에 마음을” 열라고 당부했다. “성령께서는 (...) 무엇이든 할 수 있으십니다.” 

내일을 건설하기 위해 필수적인 노인의 역할

교황은 코로나19 대유행의 위기 속에서 작성한 회칙 「Fratelli tutti」의 언급을 반복해서 강조했다. “(이 역사적 사건이) 우리가 아무것도 배울 수 없던 또 하나의 되풀이된 심각한 역사적 사건이 아니었기를 바랍니다. (…) 이처럼 큰 슬픔을 헛되지 않게 하고, 우리가 새로운 생활 방식을 향하여 도약하게 해 주기를 바랍니다”(35항). 이어 교황은 직접적으로 조부모와 노인을 향해 형제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형제애와 사회적 우애로 내일의 세상을 건설하기 위해 여러분이 필요합니다.”

세 가지 기둥: 꿈, 기억, 기도

노인들이 지닌 장점과 연륜으로 새로운 미래를 건설해야 한다. 미래의 기초를 놓을 수 있는 세 가지 기둥은 “꿈, 기억, 기도”다. 요엘 예언자는 “노인들은 꿈을 꾸며 젊은이들은 환시를 보리라”(요엘 3,1)고 약속한 바 있다. 교황은 “젊은이들이 아니라면 누가 노인들의 꿈을 이룰 수 있겠느냐”고 물으면서, 이런 일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노인들이 정의, 평화, 연대에 대한 꿈을 간직해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어려운 시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체험을 증언하는 여러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전쟁과 이주의 기억들

세 가지 기둥 가운데 두 번째는 ‘기억’이다. 전쟁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통해 젊은이들은 평화의 가치를 배운다. 고국을 떠나야 했던 노인들의 기억은 “더 인간적이고 환대하는 세상을 건설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교황은 강조했다.

“기억 없이 우리는 미래를 건설할 수 없습니다. 기초 없이 우리가 절대 집을 지을 수 없는 것처럼 말입니다. 절대 그럴 수 없습니다. 그리고 삶의 기초는 기억입니다.”

세상을 지키는 기도

‘기도’와 관련해 교황은 “교회를 위해 끊임없이 기도하고 일하는 거룩한 어르신”인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이 지난 2012년 언급한 내용을 인용했다. “노인들의 기도는 세상을 지킬 수 있습니다. 다른 많은 사람들의 부산한 활동보다 세상을 더 효과적으로 도우면서 말입니다.” 

하느님의 말씀 “내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

교황은 “복자 샤를 드 푸코가 알제리의 사막에서 극심한 고독 속에 은수생활을 하면서 세상의 모든 가난한 이를 위해 기도할 수 있다는 모범을 보여줬다”며, 또한 “진정으로 모든 이의 형제자매가 되는 것은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교황은 마지막으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 각자가 오늘 들었던 이 위로의 말씀을 모든 이에게, 특히 젊은이들에게 반복하는 법을 배우길 빕니다. ‘내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

전대사

교황은 교황청 평신도와 가정과 생명에 관한 부서(이하 교황청 평신도가정생명부) 장관 케빈 조셉 패럴(Kevin Joseph Farrell) 추기경의 제안을 받아들여 전대사 수여를 수락했다. 이에 따라 교황청 내사원은 일상 조건(고해성사, 영성체, 교황님의 지향에 따른 기도)을 충족하고 오는 7월 25일 바티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집전하는 미사에 참례하거나 전 세계의 각 지역에서 거행되는 기념일 미사에 참례한 조부모, 노인을 비롯한 모든 신자들에게 전대사를 수여한다는 교령을 발표했다. 

교황청 내사원은 7월 25일에 “병자, 소외된 이, 장애인이나 그에 준하는 어려움을 갖고 있거나 도움이 필요한 남녀 노인을 적당한 시간에 직접 방문하거나 화상으로 찾아보는 모든 이”에게도 전대사를 수여한다는 세부 규정을 덧붙였다. 또한 기존의 경우와 같이 몸을 움직이지 못해 집을 나설 수 없는 병자나 노인들의 경우 방송을 통해 기념일 미사에 참례한다면 전대사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념일 행사

제1차 ‘세계 조부모와 노인의 날’을 맞아 자신의 거주지에서 이동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노인들을 위한 여러 행사가 마련돼 있다. 몇몇 그룹의 젊은이들은 교황의 담화문을 들고 직접 노인들을 방문할 예정이다. 케빈 패럴 추기경은 이 외에도 교황청 공보실 기자회견장에서 모든 교구와 본당이 7월 25일 주일 미사 가운데 한 대를 조부모와 노인들을 위해 봉헌하거나 7월 25일을 전후로 가능한 미사를 병원에 있거나 거주지에서 움직이지 못하는 노인들을 위해 봉헌하라고 당부했다. 또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목숨을 잃은 노인들을 기억하며 미사를 봉헌할 것도 제안했다. 교황청 평신도가정생명부 산하 노인 사목부 책임자 비토리오 셀조 씨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장례미사도 치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 이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가능하다면 초를 켜고 그들의 이름을 부르며 그들을 기억하는 것은 모든 소규모 공동체에 있어 소중한 화해의 표현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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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6월 2021, 23: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