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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칼체도니아의 엠마누엘 동방 정교회 대주교를 맞이하며 인사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칼체도니아의 엠마누엘 동방 정교회 대주교를 맞이하며 인사하고 있다. 

교황, 동방 정교회에 “낡은 편견을 타파하고 해로운 경쟁의식을 극복합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전날, 칼체도니아의 엠마누엘 대주교가 이끄는 동방 정교회 콘스탄티노폴리스 총대교구 대표단의 예방을 받았다. “코로나19는 하나의 재앙이지만 병든 세상에서 건강하게 살기 위한 겸손의 교훈을 줍니다.”

Salvatore Cernuzio / 번역 이창욱

“사랑하는 형제 여러분, 성령의 도우심으로, 낡은 편견을 타파하고 해로운 경쟁의식을 확실히 극복하려는 우리의 여정에 더 박차를 가해야 하는 때가 오지 않았습니까?” 코로나19로 야기된 극적인 위기와 관련해 프란치스코 교황은 동방 정교회 형제들에게 “완전한 친교”의 문제에 관한 갈림길을 제시했다. 사실 코로나19는 “하나의 재앙”이지만, 계속 실행해야 하는 것들과 미래에 행하지 말아야 하는 것들을 “선별”하는 “시험대”이기도 하다. 교황은 양측 주보 성인들의 축일에(6월 29일 로마에서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을 지내고, 11월 30일 이스탄불에서 성 안드레아 사도 축일을 지낸다) 대표단 교환이라는 전통에 따라 오늘(6월 28일) 교황청 사도궁에서 엠마누엘 칼체도니아 동방 정교회 대주교가 이끄는 동방 정교회 콘스탄티노폴리스 총대교구 대표단을 맞이했다. 교황은 이들에게 연설하며 모든 위기엔 “갈림길”이 있다고 말했다. 하나는 “우리 자신을 외부와 차단시키고 스스로의 안위와 편리를 추구하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위험을 무릅쓰지만, 무엇보다 하느님께서 약속하신 은총의 결실을 통해 타인에게 마음을 여는 개방의” 길이다.

코로나19는 하나의 시험대

교황은 “이 위기보다 훨씬 더 심각한 것은 한 가지뿐”이라며 “우리가 위기 상황을 허비할 가능성”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보건위기의 1년 반 동안 기회가 될 때마다 되풀이했던 경고를 재확인했다. 곧, 코로나19가 우리에게 전달한 “교훈”을 깨닫지 못하면 이 위기를 허비할 수 있다는 뜻이다. “병든 세상에서 건강한 삶을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 혹은 뭐가 잘못됐는지 모른 채 이전처럼 계속 살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겸손의 교훈입니다.” 

“심지어 지금도 정상 상태로 돌아가려는 큰 열망은 자신의 이윤 추구와 독점적으로 돈벌이만 목표로 삼는 계획들과 습관들, 거짓 안전에 다시금 기대려는 무분별한 핑계를 꾸밀 수 있습니다. 전지구적인 불의, 가난한 이들의 부르짖음, 우리 지구의 위태로운 건강을 돌보지 않으면서 말이죠.”

남는 것과 사라지는 것을 식별하기

교황의 연설은 특히 그리스도인들에게도 유효하다. “우리는 정말 마치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은 듯 이전처럼 다시 모든 것을 하길 원하는지, 혹은 이 위기의 도전을 받아들이길 원하는지 자문해 보도록 부름 받았습니다.” 위기란 마치 농부들이 좋은 낟알과 버려야 할 쭉정이를 갈라놓듯, “선과 악의 구별에 대한 판단을 암시합니다.”

“그러므로 위기는 우리가 행하는 모든 일에 대해, 무엇이 남고 무엇이 사라지는지 골라내는 데 집중하고, 선별작업을 실시하며, 식별을 실천하기를 요구합니다.”

결국 이는 “완전한 친교를 향한 여정” 가운데 있는 그리스도인들에게, 밑바닥에서 재출발해 “어떻게 나아가길 원하는지” 자문하는 것을 뜻한다. 다시 말해 “낡은 편견”과 “해로운 경쟁의식”을 가지고 나아갈 것인지, 아니면 이러한 장벽을 무너뜨릴 것인지, 그리고 “서로 참된 공동책임을 느끼고, 진정한 전진의 발걸음을 내디디길 원하며, 특히 함께 걸어가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우리 교회들 간 관계의 새로운 국면을 개진할 것인지” 자문하는 것이다.

대화와 사랑으로 극복해야 할 차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오늘날 이러한 물음을 제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물론 상호간의 “차이”를 염두에 둬야 하지만, 교황은 “대화, 사랑, 진리를 통해 극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만일 우리가 사랑을 따른다면, 하느님의 창조적인 사랑이시며 다양성 안에서 조화를 이루시는 성령께서 다시 새로워진 형제애를 위한 길을 여실 것입니다.”

교황은 지난 2020년 11월 30일 성 안드레아 사도 축일을 맞아 바르톨로메오 1세 세계 총대주교 앞으로 보낸 축하 서한에서 동방 정교회 형제들에게 말했던 내용을 거듭 강조했다. 교황은 서한에서 “같은 성찬의 식탁에 참여함으로써 완전한 친교의 회복”을 기원한 바 있다.

타 종교들과의 대화에 임하는 동방 정교회와 가톨릭교회

교황은 그리스도인들 사이에서 성장하는 친교의 증거야말로 “과거의 잘못을 구제할 수 있는 화해와 더 보편적인 형제애를 증진하려는 용기를 자각하는 수많은 이들을 위한 희망의 표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친교는 평화의 앞날을 열기 위한 유일한 길입니다.” 더 나아가 교황은 다른 전통 종교들과의 대화에 동방 정교회와 가톨릭교회 간의 긴밀한 협력 역시 또 다른 “예언자적” 표징이라고 덧붙였다.

바르톨로메오 1세 세계 총대주교에 전하는 인사

접견 말미에 교황은 로마로 여행하는 것이 불가능했던 바르톨로메오 1세 동방 정교회 세계 총대주교에게 애정을 담아 인사를 보냈다. 교황은 그를 “나의 참된 형제로 느낀다”고 말하며, 동방 정교회 세계 총대주교와의 깊은 유대를 재확인했다.

“오는 10월 동방 정교회 세계 총대주교의 선출 30주년을 맞아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는 기회에 이곳 로마에서 제가 세계 총대주교님을 기쁜 마음으로 기다린다고 전해 주십시오.”

교황과의 알현을 마친 다음, 콘스탄티노폴리스 총대교구 대표단은 쿠르트 코흐(Kurt Koch) 추기경이 이끄는 교황청 그리스도인일치촉진평의회와 만났다. 대표단은 이튿날인 6월 29일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을 맞아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교황이 집전하는 미사에 참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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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6월 2021, 07: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