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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교황 기도지향 “금융은 사람을 위한 것, 규제 없다면 단순 투기”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 세계 기도 네트워크가 제작한 5월 기도지향 영상 메시지를 통해 금융 책임자들이 정부와 협력해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보호하도록 기도하자고 당부했다.

Debora Donnini / 번역 이재협 신부

“일자리를 창출하는 실물경제가 위기에 처했습니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일자리를 잃었나요! 여태껏 금융 시장이 지금의 모습처럼 부풀려진 적은 없었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대부분의 사람들의 일상”과 “거액이 오가는 금융거래”의 세계가 “동떨어져 있다”는 사실로 확인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의 전 세계 기도 네트워크가 제작한 5월 기도지향 영상 메시지를 통해, 금융계를 위한 지향으로 기도하자고 당부하며, 금융과 관련한 성찰을 풀어냈다. 교황은 투기와 관련된 위험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금융 시장에 대한 개입을 촉구했다.

“금융이 규제되지 않으면, 각종 통화정책으로 조장된 단순한 투기로 변질됩니다. 이런 상황은 지속가능하지 않습니다. 매우 위험합니다. 이 시스템으로 인한 고통스러운 결과에 가난한 사람들이 대가를 치르지 않도록, 투기와 관련된 금융질서를 엄격히 규제해야 합니다. ‘투기’, 저는 이 용어를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경제의 필요성

교황은 변화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교황은 “금융은 사람을 위해 봉사하는 도구, 공동의 집을 돌보는 데 봉사하는 도구가 돼야 한다”고 당부하며,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아직 우리에게는 다른 종류의 경제를 실현할 글로벌 변화의 프로세스에 착수할 시간이 있습니다. 그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더 정의롭고 포용적이며 지속가능한 경제를 위한 변화 말입니다.”

“해 봅시다! 금융 시장 질서를 정립하여 시민들을 위험에서 보호할 수 있게 금융 책임자들이 정부와 협력하도록 기도합시다.”

코로나19 대유행과 교황의 메시지

코로나19 대유행이 발발한지 1년이 조금 넘은 지금, 세계는 그에 따른 다양한 결과를 경험하고 있다. 전 세계 기도 네트워크가 영상과 함께 배포한 보도자료는 코로나19 대유행의 다양한 영향 중 특별히 경제와 금융 분야의 결과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세계 국내총생산(GDP) 수치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지난 2020년 가장 크게 하락했습니다. 수백만의 사람들이 일시적으로 혹은 아예 일자리를 잃었으며, 각국 정부는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 재정기관에 수십억 달러를 투입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에 보낸 교황의 서한 내용이 다시 부각된다. 당시 교황은 “오늘날 사회 변방, 곧 금융 세계에서 배제돼 살고 있는 형제자매들”이 많다고 지적하며, “금융 시장이 진정으로 공동선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관련 규범과 법률에 의해 바로 세워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금융은 단순한 투기나 시장 자체만을 위한 재무관리에 그쳐서는 안 되며, 현재의 전 세계적 보건위기 상황에서 매우 필요한 사회 목표 달성을 보장해야 합니다.”

교황의 5월 기도지향 영상은 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i’)와 회칙 「Fratelli tutti」에서 밝힌 교황의 생각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교황은 회칙 「찬미받으소서」에서 “정치와 경제는 대화를 통해 생명에 봉사해야 한다”고 지적했으며, 회칙 「Fratelli tutti」에서 각국 정부와 그에 속한 금융기관을 향해 “금융 원리에 종속되지 않는 건전한 정치를 회복”하고 “인간 존엄을 다시 중심에 둘 것”을 역설했다. 

포르노스 신부, 경제적 모델을 치유하기

교황의 전 세계 기도 네트워크 총책임자 프레데릭 포르노스(Frédéric Fornos) 신부는 “교황의 5월 기도지향은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위기 상황과 이 위기가 야기한 세상에 존재하는 거대한 불평등의 맥락 안에서 이해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2020년 8월과 9월에 행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수요 일반알현 교리 교육 내용을 엮어 출간된 『세상을 치유하기』라는 제목의 책에서도 교황은 같은 내용을 강조한 바 있다고 포르노스 신부는 말했다. 당시 교황은 바이러스 치료제를 찾아내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며, 경제적 모델을 치료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포르노스 신부는 “극소수의 사람들이 전 세계 부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불평등하고 지속가능하지 않은 경제 및 사회 생활의 모델로 되돌아가는 것에 만족할 수 없다”는 최근 교황의 가르침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사회 조직이 소유, 배제, 축적이 아닌 기부, 나눔, 분배의 정신을 기초로 하는 하느님 나라의 양식에 따라 살도록, 복음의 빛 안에서 교황의 지향에 따라 함께 기도하자”고 말했다. 

자조(自助)와 상호협력의 모델

이번 영상은 교황청 온전한 인간 발전 촉진을 위한 부서 외에도 이탈리아 신용협동조합 연맹 ‘페데르카쎄(Federcasse)’의 협력으로 만들어졌다. 이 연맹은 이탈리아 전국 35만 곳의 지점을 가진 250개 은행의 협력을 위한 네트워크로, 사회 결속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100년 이상 활동을 지속해 오고 있다. 연맹의 총책임자 세르지오 가띠는 성명을 통해 “지속가능하고 평화로운 성장의 관점에서 심각한 사회·경제적 불평등은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다”며 “보건, 환경, 사회, 경제 등 거대한 위기가 서로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 이 순간에 새로운 길을 찾기 위한 정부의 핵심적 역할”을 강조했다. 가띠 총책임자는 “가톨릭 사회교리 가르침을 근간으로 하는 자조와 상호협력의 모델들은 공공정책으로 도모될 만한 가치가 있다“고 강조하며, “이를 위해 공동선을 지향하고 인간 존엄성을 존중하는 경제와 금융의 새로운 현실적 모델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여러 지역과 사회에 퍼져 있는 연맹의 은행들은 협동과 상호협력의 형태를 통해 수입 불평등의 간극을 줄이고, 포괄적이며 참여하는 발전을 장려합니다. 이 은행들은 베네딕토16세 전임교황님의 회칙 「진리 안의 사랑」(Caritas in veritate)과 이번 영상에서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말씀하신 바와 같이 ‘금융이 어떻게 더 나은 부의 창조와 발전을 위한 올바른 도구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한 본보기입니다.”

교황의 기도지향 영상 메시지는 교황의 월별 기도지향을 전 세계에 전파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한 교황청의 공식 프로젝트로, 교황의 전 세계 기도 네트워크(구 기도의 사도직)가 제작한다. 지난 2016년부터 제작을 시작한 교황의 기도지향 영상 메시지는 각종 소셜네트워크에서 총 1억5400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으며, 영상은 23개국 언어로 번역돼 114개국으로 전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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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5월 2021, 2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