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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과 새 사제들 프란치스코 교황과 새 사제들 

교황, 새 사제들에 “여러분은 사업가가 아니라 목자들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4월 25일 제58차 성소 주일을 맞아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아홉 부제들의 사제서품 미사를 주례했다. 교황은 새 사제들에게 하느님의 가까이 다가감, 연민, 온유한 사랑의 삶의 방식을 살아가라고 당부하며, 사제직분은 “출세가 아니라 봉사”라고 상기했다.

번역 이창욱

사랑하는 형제 여러분, 우리의 이 아들들은 사제서품에 부르심 받았습니다. 교회 안에서 어떤 직무에 올려졌는지 주의 깊게 성찰해 봅시다.

형제 여러분, 여러분도 잘 알다시피, 주 예수님께서는 신약의 유일한 대사제이시지만, 하느님의 거룩한 백성 전체가 그분 안에서 사제적 백성이 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님께서는 교회 안에서 당신의 이름으로 모든 이를 위한 사제 직무를 공적으로 수행하고, 당신의 스승, 사제, 예언자로서의 개인적인 사명을 이어가도록 당신의 모든 제자들 가운데 특별히 몇 명을 뽑으셨습니다. 

숙고 과정이 충분히 무르익은 다음, 이 형제들이 스승, 사제, 목자이신 그리스도를 위해 하느님 백성 안에서 교회인 그리스도의 몸과 성령의 성전을 건설하는 데 협력하도록, 이제 우리는 이 형제들을 사제품(ordo presbyterorum)에 올리려 하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아들들이여, 사제품에 허락된 여러분은 거룩한 가르침의 직무를 수행하면서 유일한 스승이신 그리스도의 사명에 참여하게 되었음을 생각하십시오. 여러분은 예수님처럼 목자들이 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주님께서 여러분에게 바라시는 바입니다. 목자들 말입니다. 하느님의 충실하고 거룩한 백성의 목자들 말입니다. 하느님 백성과 함께 가는 목자들입니다. 때로는 양 떼 앞에서, 때로는 양 떼 한 가운데 혹은 뒤에 가지만, 항상 거기에, 하느님 백성과 더불어 가는 목자들입니다.

한때 – 한때 쓰던 표현에 따르면 – (사제품을) “교회 안에서의 출셋길”이라고 말했는데, (그 표현은) 오늘날의 의미와 동일하지 않습니다. (사제직은) “출세”가 아니라, 봉사입니다.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에게 행하신 것과 같은 봉사 말입니다. 그리고 당신 백성에게 행하신 이 하느님의 봉사는 “흔적”이 있고, 하나의 방식이 있습니다. 여러분이 뒤따라야 할 (삶의) 양식입니다. 곧, 가까이 다가감의 방식, 연민의 방식, 온유한 사랑의 방식입니다. 이것이 바로 하느님의 방식입니다. 곧, 가까이 다가감, 연민, 온유한 사랑입니다.

가까이 다가감. 사제의 가까이 다가감은 네 가지입니다. (우선) 기도, 성사, 미사 안에서 하느님께 가까이 다가가는 것입니다. 주님과 함께 말하고, 주님 가까이 머무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 아드님 안에서 우리 가까이 다가오셨습니다. 당신 아드님의 모든 역사(가 그렇습니다). 여러분 삶의 과정 안에, 여러분 가까이, 여러분 각자에게 가까이 계셨습니다. 지금 이 순간까지 말입니다. 심지어 죄로 물든 나쁜 순간에도, 거기 계셨습니다. 가까이 다가감입니다. (그래서) 여러분은 하느님의 충실한 거룩한 백성에게 가까이 다가가야 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먼저 기도를 통해, 하느님께 가까이 다가가야 합니다. 기도하지 않는 사제는 내면에 성령의 불꽃을 서서히 꺼뜨립니다. 하느님께 가까이 다가감입니다.

두 번째는 주교님에게 가까이 다가감입니다. 여러분의 경우에는 “(로마의) 부주교님”에게 가까이 다가가야 합니다. 주교 안에서 여러분이 일치를 이루도록, 가까이 다가가십시오. 저는 여러분을 (주교의) 종들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하느님의 종들입니다. 하지만 여러분은 주교의 협력자들입니다. 가까이 다가감입니다. 저는 오래 전에 있었던 일을 기억합니다. 어떤 신부님이 “일탈”을 하는, 굳이 말하자면, 불운을 겪었던 것을 기억합니다. 제일 먼저 머리에 떠오르는 일은 주교님을 찾아가는 것이었지요. 좋지 않은 순간에도 그분 가까이 있도록 주교님을 불러야 합니다. 기도 안에서 하느님께 가까이 다가감, 주교님에게 가까이 다가감입니다. “그런데 전 이 주교님이 싫습니다. (...)”라고 말할 수 있지만, 그래도 (주교님은) 여러분의 아버지입니다. “그런데 이 주교님은 저를 구박하십니다. (...)”라고 말할 수 있지만, 그래도 겸손해지십시오. 주교님께 가십시오.

세 번째는 여러분 사이의 가까이 다가감입니다. 그래서 저는 여러분에게 이 며칠 동안 행해야 할 한 가지 제안을 제시합니다. 형제 신부님에 대해 결코 험담하지 않기. 만일 여러분이 타인과 반대되는 의견이 있다면, (…) 당당하게 행동하십시오. 당사자에게 찾아가서 면전에 대고 그 일을 그에게 말하십시오. “하지만 이런 일은 몹시 나쁜 일입니다. (...) 그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 (그렇다면) 주교님에게 가십시오. 여러분을 도와주실 겁니다. 하지만 결코, 절대로 험담하지 마십시오. 험담꾼이 되지 마십시오. 헛소문에 빠지지 마십시오. 여러분 간에 일치해야 합니다. 사제평의회에서, 위원회에서, 일에 있어서 말입니다. 여러분 간에 가까이 다가감과 주교님에게 가까이 다가감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네 번째는, 제 생각에, 하느님 다음으로, 가장 중요한 가까이 다가감은 하느님의 충실하고 거룩한 백성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것입니다. 여러분 가운데 사제가 되기 위한 목적으로만 공부한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여러분은 무엇을 해야 할지 교회가 일러주는 대로 하기 위해 교회 학문을 공부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은 하느님의 백성으로부터 선택을 받았고, 선발됐습니다. 주님께서는 다윗 왕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나는 양 떼를 따라다니던 너를 목장에서 데려다가, 내 백성 이스라엘의 영도자로 세웠다”(2사무 7,8). 여러분이 어디에서 왔는지 잊지 마십시오. 여러분의 가족, 여러분의 민족 (...) 하느님 백성의 냄새를 잃지 마십시오. 바오로 사도는 티모테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대의 할머니와 어머니를 기억하십시오. (...)”(2티모 1,5 참조). 그렇습니다. 여러분이 어디서 왔는지 말입니다. 그리고 그 하느님의 백성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 히브리서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여러분을 믿음으로 이끌어준 이들을 기억하십시오. (...)”(히브 13,7 참조). 여러분은 국가의 성직자들이 아니라, 백성의 사제들입니다!

신부의 네 가지 가까이 다가감은 하느님께 가까이 다가감, 주교에게 가까이 다가감, 여러분 간의 가까이 다가감, 하느님 백성에게 가까이 다가감입니다. 가까이 다가감의 방식은 하느님의 방식입니다. 하지만 하느님의 방식은 연민과 온유한 사랑의 방식이기도 합니다. 문제점들 앞에서 마음을 닫지 마십시오. 그러면 많은 것을 보게 될 것입니다! 사람들이 여러분에게 와서 문제점들을 말하고 동행해주기를 바랄 때 (...)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위로해주면서 시간을 쓰십시오. 연민은 여러분을 용서로, 자비로 이끕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여러분은 자비로운 이, 용서하는 이가 되십시오. 하느님께서는 모든 것을 용서하시고, 용서하는 데 지치지 않으시지만, 우리는 용서를 청하는 것부터 지쳐버리기 때문입니다. 가까이 다가감과 연민(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따뜻한 연민, 가족, 형제들, 아버지의 그 따뜻한 사랑으로 (...) 하느님의 집에 있다고 느끼게 해주는 그 따뜻한 사랑으로 말입니다.

저는 이런 방식, 하느님의 방식인 이런 방식을 여러분에게 바랍니다.

그 다음으로, 제가 제의실에서 여러분에 말씀드린 것처럼, 여기 하느님 백성 앞에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제발, 허영, 금전의 오만을 멀리하십시오. 악마는 “주머니를 통해” 들어옵니다. 이 점을 생각하십시오. 하느님의 충실하고 거룩한 백성이 가난한 것처럼, 여러분도 가난한 이들이 되십시오. 가난한 이들을 사랑하는 가난한 이들 말입니다. 여러분은 (높이 오르려고만 하는) 출세주의자들이 되지 마십시오. “교회 안에서의 출셋길” 말입니다. (…) 그렇게 되면 관리자가 되고 맙니다. 어떤 사제가 사업가가 되기 시작하면, (그가) 본당 신부든 신학교 신부든 (...) 어디에 있든지 간에, 하느님 백성에게 가까이 다가감을 잃게 되고, 가난하고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리스도와 닮게 해주는 청빈을 잃어버리며, 봉사자가 아니라 사업가, 사업하는 신부가 되고 맙니다. 제게 감명을 준 이야기 하나를 들었습니다. 아주 똑똑하고, 아주 실천적이고, 아주 유능한 어떤 사제가 수많은 행정관리를 직접 맡았습니다. 하지만, 마음이 뺏길 정도로 그 직책에 집착했습니다. 어느 날, 그의 직원들 중 한 사람이, 그러니까 나이 많은 직원이 실수를 했습니다. 그 신부는 그에게 화를 냈고, 그를 바깥으로 내쫓았습니다. 그러자 그 나이든 직원은 그 일 때문에 죽었습니다. 그 사람은 사제서품을 받았지만, 무정한 사업가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되지 않도록) 이 모습을 항상 기억하십시오. 이 일을 늘 생각하십시오. 

하느님께, 주교님에게, 여러분 간에, 하느님 백성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목자들이 되십시오. 사업가들이 아니라, 목자들로서 봉사자들이 되십시오. 그리고 돈을 멀리하십시오.

그리고 네 가지 가까이 다가감의 이 길, 목자들이 되는 이 길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기억하십시오. 예수님께서 목자들을 위로하시기 때문입니다. 그분께서 착한 목자이시기 때문입니다. 또한 예수님 안에서 위로를 찾고, 성모님 안에서 위로를 찾으며 – 성모님이 어머니이심을 잊지 마십시오 – 항상 거기서 위로를 찾으십시오. 거기서 (우리는) 위로를 받습니다.

예수님과 성모님의 손 안에서 십자가를 지십시오. 우리의 삶에는 십자가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또한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절대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여러분이 주님께, 주교님에게, 여러분 간에, 하느님의 백성에게 가까이 다가간다면, 여러분이 하느님의 방식을, 곧 가까이 다가감, 연민, 온유한 사랑의 방식을 갖춘다면,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모든 것이 잘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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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4월 2021, 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