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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이라크 순방 “증오와 폭력은 종교와 양립할 수 없습니다”

“화해와 형제적 공동생활의 씨앗을 뿌리면서 다른 전통의 종교를 따르는 신앙인들과 더불어 여러분의 공동체에서 평화를 이루는 사람이 되십시오.” 이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3월 5일 “구원의 성모님” 시리아 가톨릭 주교좌 대성당에서 주교들, 사제들, 수도자들, 신학생들과 만나고 희망을 되살리기 위해 제시한 길이다. 이 주교좌 성당은 지난 2010년 유혈공격을 받고 48명이 목숨을 잃은 곳이다. 현재 이들을 위해 시복을 추진 중이다.

Benedetta Capelli / 번역 안주영

프란치스코 교황은 바그다드 카라다 지역에 있는 “구원의 성모님” 시리아 가톨릭 주교좌 대성당 안뜰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소수의 장애인 그룹을 보자 미소를 지으며 걸어 들어갔다. 교황은 바티칸 시국 국기의 색들로 꾸며진 꽃목걸이와 (이라크 사도적 순방 표어와 로고가 그려진) 하얀 스카프를 목에 받아 걸었다. 이어 참석자들이 이탈리아어로 전하는 환영 인사와 진실한 애정이 담긴 말에 강복으로 응답했다. 

주교좌 성당으로 들어가는 것은 목숨을 잃은 48명의 희생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며, 시간의 흐름과 함께 하느님 아버지를 향한 치유의 사랑으로만 감쌀 수 있는 상처를 어루만지는 행위와 같았다. 교황은 지난 2010년 10월 31일 끔찍한 테러 사건 이후 재건축한 곳이자 풍랑 속에서 예수님과 제자들을 태웠던 배를 떠올리는 주교좌 성당의 중앙 통로를 지나 제대 앞에 이르렀다. 그 배는 코로나19 대유행이 한창이던 지난 2020년 3월 27일, “우리 모두 연약하고 길을 잃었기” 때문에, “모두 함께 노를 젓도록 부르심을 받았기에” 배(교회)에 타라고 교황이 초대했던 것과 같은 배다. 

‘일치’라는 주제는 교황이 주교들, 사제들, 수도자들, 신학생들, 교리 교사들과의 만남에서 다룬 핵심 메시지 중 하나다. 교황은 이라크 교회를 향한 애정과 격려를 전하면서, “겨자씨만큼 작지만” 풍요롭고 다채롭게 잘 짜여진 “양탄자”에 비유했다. 이는 청중들에게 친숙한 이미지로, 인내와 정성을 가지고 다양한 실로 소중하게 엮은 양탄자를 일컫는다.

십자가의 힘

먼저 교황은 “아버지의 애정”으로 10년 전 미사가 거행되는 중에 이슬람국가(이하 IS) 무장군 5명의 테러 공격으로 목숨을 잃은 이들을 기억했다. 목숨을 잃은 이는 2명의 사제, 곧 타에르 압달(Thaer Abdal) 신부와 와심 카스 부트로스(Wassim Kas Boutros) 신부를 포함해 모두 48명이었다. 폭력적 공격은 아담(Adam)처럼 3세밖에 안 된 아이들에게까지도 미쳤으며, 3개월 된 아기와 엄마 뱃속에서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태아의 목숨도 앗아갔다. 시복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이들을 위한 기념비가 주교좌 성당 내에 세워졌고, 두 사제의 유해는 지하성당에 안치돼 있다. 교황은 “주님과 교회에 대한 충실함”을 목숨과 함께 바친 희생자들의 피의 봉헌을 상기했다. 

“그들의 희생에 대한 기억이 십자가의 힘과 용서, 화해, 다시 태어남이라는 구원의 메시지에 대한 신뢰를 새롭게 할 수 있는 영감을 불어넣길 바랍니다. 그리스도인은 언제 어디서나 그리스도의 사랑을 증거하라는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이것은 바로 사랑하는 이 나라에서도 선포되고 실천해야 하는 복음입니다.” 

낙담의 바이러스

교황은 보건 비상사태는 이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하느님 백성의 부족(현상)”이 더욱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점점 더 확산되고 있는 “낙담의 바이러스”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더 큰 “사도적 열정”으로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전염성 있는” 믿음과 “복음의 기쁨으로 변화된 삶”의 증언으로 이에 대항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이러한 끔찍한 바이러스에 맞설 수 있는 효과적인 백신을 주셨습니다. 그것은 바로 꾸준한 기도와 우리의 사도직에 대한 매일의 충실함에서 비롯되는 희망입니다. 이 백신을 통해 우리는 항상 새로운 에너지를 갖고 복음의 기쁨을 함께 나누기 위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거룩함과 정의와 평화의 나라인 하느님 나라의 현존의 살아있는 표징인 선교하는 제자들로서 말입니다.” 

어려움에 처한 이웃

교황은 이라크의 가톨릭 공동체가 최근 10년 동안 겪은 어려움들을 언급했다. “전쟁과 박해들의 영향, 기본적인 기반시설(인프라)에 대한 불안정, 경제적 및 개인적인 안전을 위한 지속적인 투쟁 등은 그리스도인들을 포함한 많은 이들을 실향민으로 내몰았을 뿐만 아니라 세계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황은 교육 및 자선 분야에서 그들의 헌신에 대해 강조했다. 

“형제 주교님들과 사제 여러분, 하느님 백성들 곁에 가까이 머물러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들을 지원해주고, 그들의 필요를 충족시키고자 최선을 다할 뿐만 아니라 그들이 공동선을 위해 각자가 자신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것에 대해 감사를 드립니다.”

하느님께서 엮어 짜신 양탄자

교황은 “고유한 수백년의 역사·전례·영적 유산을 지닌” 이라크의 많은 교회들의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보편적 친교”로 부르심 받은 형제자매들의 공동체가 되는 것은 보물과도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를 하느님께서 직접 인내로이 정성을 다해 엮어 짜신, 다양한 색실들로 이뤄진 양탄자로 묘사하면서 이는 “우리의 형제애”를 증명하고 원천으로 다시 돌아가게 해준다고 덧붙였다. 

“자주 분열로 깨지고 찢어진 세상 안에 형제적 일치에 대한 이러한 증언이 얼마나 중요합니까! 본당 및 교구와 같은 교계 제도와 공동체 사이에 다리를 놓기 위해 기울인 모든 노력은 모든 이가 하나가 되기 위한 이라크 내 교회의 예언자적인 행위이자 예수님의 기도에 대한 풍요로운 응답이 될 것입니다.” 

하느님 백성을 위한 봉사자들

“때때로 오해들이 생길 수도 있고, 긴장을 경험할 수도 있습니다. 이는 형제애라는 천을 짜는 데 방해되는 매듭들입니다.” 교황은 죄를 지으며 생겨난 장애물들을 용서와 형제적 대화로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교들을 향해 “가까이 다가감”이라는 핵심 단어를 언급하면서, 무엇보다도 사제들을 대할 때 “행정 관리자나 경영자”가 아니라, 기도와 인내를 갖춘 “아버지”로 동반하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남녀 수도자들과 교리 교사들에게는 주님께 “제가 여기 있습니다”라는 (서약을) 새롭게 하고, 어느 누구도 뒤처지지 않도록 양떼들을 찾으러 나가라고 호소했다. “우리가 이웃을 헌신적으로 섬길 때, 여러분들이 하는 것처럼 사랑과 함께 연민, 겸손, 친절의 정신으로 이웃을 섬길 때,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말씀하신 대로 진실로 그분을 섬기는 것입니다. 또한 타인들 안에 계신 예수님을 섬기면서 우리는 참된 기쁨을 발견합니다.”

“정부의 공무원들이나 성직자들의 신분이 아니라 백성을 섬기는 목자이자 봉사자가 되십시오. 항상 하느님 백성 안에 머무르십시오. 마치 특권층에라도 속한 듯 떨어져 있어서는 결코 안 됩니다. 하느님의 거룩한 백성이라는 고귀한 ‘혈통’임을 부정하지 마십시오.” 

선과 화해의 씨 뿌리기

교황은 “구원의 성모님” 주교좌 성당의 희생자들이 세상에 보여준 메시지로 연설을 마쳤다. 

“그분들의 죽음은 우리에게 전쟁 선동, 증오의 태도, 폭력과 유혈 사태가 종교적 가르침과 양립할 수 없다는 것을 떠올렸습니다. 또한 어떤 종교 공동체에 속해 있건 폭력과 박해로 희생된 모든 사람들을 기억하고 싶습니다.”

아울러 다음날 우르 평원에서 이라크 내 여러 전통의 종교 지도자들과의 만남이 있을 것이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종교가 하느님의 모든 자녀를 위한 평화와 일치의 원동력이 되어야 한다는 우리의 확신을 다시 한번 선포합니다. 오늘 저녁, 저는 모든 사람을 위한 희망을 다시 불러일으킬 수 있는 화해의 씨앗과 형제적 공존의 씨앗을 뿌리면서, 여러분의 공동체 내에서 그리고 다른 종교 전통의 신앙인들과 함께 평화의 일꾼인 여러분의 헌신에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젊은이들과 노인들, 이라크의 선두 주자

‘희망’은 프란치스코 교황 연설의 또 다른 요점이라 할 수 있는데, “약속과 희망의 전달자들”이자 이라크의 “미래를 위한 거대한 부요함”인 젊은이들과 관련된 것이다. (젊은이들은) 돌봐야 하는 보물이며, 물을 주고 가꿔야 하는 꿈과 함께 동반해야 하는 여정을 수반한다.  

“(그들은) 젊지만, 사실 그들의 인내심은 최근 몇 년 동안의 분쟁들로 인해 이미 힘겨운 도전을 받았습니다. 노인들과 더불어 젊은이들은 나무에서 가장 풍미가 깊은 열매들로, 이 나라의 선두 주자들이라는 것을 기억합시다. 그러기에 선을 통해 이를 가꾸고 희망으로 키워나가는 것은 우리의 몫입니다.” 

교황은 “주님의 위대하심”을 선포하기 위해 “이라크에서 빛나는 빛”이 되는 길을 제시하면서 심오하고 명확한 묵상을 마무리했다. 이 길은 역경을 통해 이뤄지고 “순교자들의 피로 굳건해진” 증언이다.  

형제애의 나라

카라코쉬에서 만든 성광, 성작, 영대 등의 선물 교환이 끝나고 각자의 모국어로 주님의 기도를 바쳤다. 이후 교황은 방명록에 다음과 같이 서명하고 주교좌 성당을 떠났다. 

“평화와 신앙의 참회자이자 순례자로서 이라크를 방문한 저는 이 나라의 (하느님) 백성들이 형제애 안에서 이라크를 다시 함께 재건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도록 동정 마리아의 전구를 청하며 하느님께 기도합니다.”

교황의 연설이 시작되기 전, 안티오키아의 시리아 동방 가톨릭교회 이냐스 유시프 3세 유난(Ignazio Youssef III Younan) 총대주교는 교황을 “평화와 형제애의 전령”이라고 칭하면서 감사를 전했다. 이어 두 명의 젊은 사제들을 포함해 테러범들에 의해 10년 전 목숨을 잃은 48명의 그리스도인, 어린이, 어른, 여성과 남성들을 기억했다. “이들은 억압받고 살해당하거나 내쫓겨진 이라크와 근동 지방의 형제들에게 증언하기 위해 어린 양의 피에 자기 자신의 피를 더했습니다. 구원자이신 하느님, 곧 예수님께서는 당신 친히 약속하셨듯이 그들 안에서 계속 사실 것입니다.” 유난 총대주교는 교황에게 다음과 같이 간청했다. “우리 모두가 그들의 모범을 따르라는 부르심에 응답할 수 있도록 이미 추진하고 있는 우리 순교자들의 시복 절차를 촉진하여 주시길 교황 성하께 간청드립니다.”

이라크 칼데아 동방 가톨릭교회 바빌로니아 총대주교 루이스 라파엘 사코(Louis Raphael Sako) 추기경은 “아브라함의 땅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라며 교황에게 인사를 전했다. 또한 무슬림들과의 형제적 관계를 강화할 수 있도록 격려한 교황의 “용기있는 사도적 순방”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어 이라크 시리아 이슬람국가(ISIS)의 테러로 모술과 니네베 평원으로부터 12만 명의 그리스도인들이 떠났음에도 불구하고 그곳에 남아 신앙을 지킨 그리스도인들을 “살아 있는 소수”라고 말했다. 아울러 “교황의 부성적 방문은 우리에게 역경을 딛고 일어날 수 있는 힘을 줄 뿐만 아니라 우리를 잊지 않고 계셨다는 것을 확신하게 해줬다”고 강조했다. 또한 “확고한 규칙 위에 나라를 건설하고, 다양성과 다원주의를 존중하는 형제애를 기반으로 시민권과 공존의 가치를 구축하기” 위해 일할 것을 재촉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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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3월 2021, 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