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카라코쉬에서 “용서의 역량과 싸울 용기가 필요합니다”
번역 이창욱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 아침 여러분과 함께할 기회를 주신 것에 대해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저는 이 순간을 애타게 기다렸습니다. 환영의 인사 말씀을 해주신 이냐스 유시프 유난(Ignace Youssif Younan) 총대주교님께 감사드리고, 증언의 말씀을 해주신 도아 사바 압달라 여사와 암마르 야코 신부님께도 감사합니다. 여러분을 바라보면서 저는 카라코쉬 사람들의 문화와 종교의 다양성을 보게 되는데, 이는 여러분의 지역이 미래에 제시할 어떤 아름다움을 드러냅니다. 여기에 있는 여러분의 존재는, 아름다움이란 단색이 아니라 다양성과 서로 다름을 통해 빛나는 것임을 떠올려 줍니다.
동시에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다른 표징들, 폭력, 증오, 전쟁의 파괴력의 표징들을 큰 슬픔을 안고 보게 됩니다. 얼마나 많은 것이 파괴됐습니까! 그리고 재건해야 할 것이 얼마나 많은지요! 우리의 이 만남은 테러리즘과 죽음이 결코 마지막 말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마지막 말은 하느님 그리고 죄와 죽음의 승리자이신 성자께 속합니다. 테러와 전쟁의 폐허 속에서도 우리는 신앙의 눈으로 죽음을 이긴 생명의 승리를 볼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이 장소에서 하느님을 경배하고 찬양했던 여러분의 신앙의 아버지들과 어머니들을 귀감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들은, 결코 실망시키지 않으시고 당신의 은총으로 늘 우리를 지지해주시는 하느님을 신뢰하면서, 확고한 희망을 품으며 그들의 지상 여정에 매진했습니다. 우리에게 남겨준 큰 영적 유산이 여러분 안에 계속 살아 있습니다. 이 유산을 간직하십시오! 이 유산은 여러분의 힘입니다! 지금은 모든 사람과 모든 민족의 운명을 인도하시는 하느님의 은총에 의탁하면서, 재건하고 다시 시작할 때입니다. 여러분은 혼자가 아닙니다! 교회 전체가 기도와 구체적인 사랑을 통해 여러분과 함께합니다. 그리고 이 지역에서 수많은 이들이 필요의 순간에 여러분에게 문을 열었습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이 순간은 건물뿐 아니라 먼저 공동체와 가족, 젊은이들과 노인들을 하나로 묶는 유대를 회복해야 할 때입니다. 요엘 예언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너희 아들딸들은 예언을 하고 노인들은 꿈을 꾸며 젊은이들은 환시를 보리라”(요엘 3,1). 노인들과 젊은이들이 서로 만나면 무슨 일이 벌어집니까? 노인들은 꿈을 꿉니다. 젊은이들을 위한 미래를 꿈꿉니다. 그리고 젊은이들은 이 꿈들과 예언을 받아들여 현실로 만들 수 있습니다. 노인들과 젊은이들이 하나가 될 때, 우리는 하느님께서 주시는 선물을 보존하고 전달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자녀들을 바라봅니다. 우리의 자녀들이 땅, 문화, 전통뿐 아니라, 이 땅 위에 베푸신 하느님의 축복인 신앙의 살아있는 열매들도 상속받을 것이라는 것을 깨달으면서 말입니다. (그러므로) 저는 여러분을 격려합니다. 여러분이 누구인지, 그리고 어디서 왔는지 잊지 마십시오! 여러분을 함께 묶어주는 유대들을 지키도록, 여러분의 뿌리를 지키도록 격려합니다!
하느님께서 굽어살피시지 않고 (아무런) 행동을 취하시지 않는 듯 여겨질 때, 신앙이 흔들릴 수 있는 순간도 분명히 있습니다. 이런 일은 가장 어두운 전쟁 시기에 여러분에게 사실이었으며, 세계적인 보건위기와 큰 불안에 처한 이 시대에도 사실입니다. 이러한 순간에, 예수님께서 여러분의 곁에 계신다는 것을 기억하십시오. 꿈꾸기를 멈추지 마십시오! 포기하지 말고, 결코 희망을 잃지 마십시오! 하늘에서 성인들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성인들에게 기도하며 그들의 전구를 청하는 데 지치지 마십시오. 그리고 “우리 한가운데에 살아가면서 하느님의 현존을 반영하는”(교황 권고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Gaudete et Exsultate), 7항) “우리 옆집의 성인들”도 있습니다. 이 땅에는 많은 성인들이 있으니, 수많은 성인 성녀들의 땅입니다. 성인들이 여러분과 더 나은 미래, 희망의 미래를 향해 여러분을 동행하도록 맡기십시오.
도아 여사님이 말했던 한 가지 사항에 저는 감동했습니다. 여사님은 용서란 테러 공격에서 살아남은 이들 편에서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용서, 이것이 키워드입니다. 용서는 사랑 안에 머물기 위해, 그리스도인으로 남기 위해 필요합니다. 완전한 치유를 위한 길은 아직 멀지도 모르지만, 제발 실망하지 말기를 부탁합니다. 용서할 역량과 함께 싸울 용기가 필요합니다. 이것이 매우 힘들다는 걸 저도 잘 압니다. 하지만 우리는 하느님께서 이 땅에 평화를 가져오실 수 있다고 믿습니다. 하느님께 의탁하며, 선의의 모든 이들과 함께, 테러리즘과 종교의 도구화에 대해 “아니오”라고 말합시다.
암마르 신부님은 테러리즘과 전쟁의 공포를 떠올리며, 좋을 때나 나쁠 때나, 건강할 때나 병들었을 때나, 언제나 여러분을 지켜주신 주님께 감사드렸습니다. 감사는 우리가 하느님의 선물과 약속을 기억할 때 생기고 자랍니다. 과거에 대한 기억은 현재를 빚어내고 우리를 미래로 이끕니다.
매 순간 당신의 선물들에 대해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이 땅과 당신의 사람들에게 평화, 용서, 형제애를 베풀어주시기를 청합시다. 서로 다름과 다양한 종교적 전통을 존중하고, 선의의 모든 이들 간에 일치와 협력의 미래를 건설하도록 노력하는 가운데, 생명의 문화, 화해의 문화, 형제적 사랑의 문화가 승리하고 마음의 회심을 이루도록 기도하는 데 지치지 맙시다. 형제적 사랑은 “우리의 공통된 인간성의 기본 가치들, 이 기본 가치들의 이름으로 우리는 협력하고 건설하며 대화하고 용서하며 성장할 수 있고 또 그래야 한다는 것”(교황 회칙 「Fratelli tutti」, 283항)을 인식합니다.
헬리콥터로 이곳에 도착할 때 저는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성당’ 위에 서 계신 동정 마리아의 성상을 보며 이 도시의 재탄생을 성모님께 맡겨드렸습니다. 여기에 있는 성모상은 상처를 입고 결례를 당하셨지만, 하느님의 어머니의 얼굴은 계속해서 우리를 온유하게 바라보십니다. 왜냐하면 어머니들이 그렇게 하기 때문입니다. 어머니들은 위로하고, 용기를 북돋아주고, 생명을 줍니다. 그리고 저는 모든 어머니와 이 나라의 모든 여성에게, 횡포와 상처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생명을 내어주는 용기 있는 여성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여성들이 존중되고 보호받기를 빕니다! 그들에게 관심과 기회가 주어지길 빕니다! 그리고 이제 우리 다 함께 여러분의 필요와 여러분의 계획을 위해 성모님의 전구를 청하며, 우리의 어머니께 기도합시다. 여러분 모두를 성모님의 보호 아래 맡깁니다. 그리고 제발 저를 위해 기도해주시길 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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