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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 

“우리가 멀리 떨어져도 성탄 구유에는 서로 가까이 있기 위한 온유한 사랑이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탄을 이틀 앞둔 12월 23일 교황청 사도궁 도서관에서 진행된 수요 일반알현 교리 교육에서 “육화된 사랑의 축제”를 지내기 위한 몇 가지 성찰에 대해 말했다. 교황은 하느님께서 우리를 위해 예수님 안에서 사람이 되셨다며, 우리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비관주의를 없앨 수” 있고, “인간 실존과 역사 전체에 의미를 부여하는 빛”을 가까이에서 관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번역 김호열 신부

주님 성탄에 대한 교리 교육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안녕하세요!

성탄절을 앞둔 오늘의 교리 교육은 성탄절을 준비하는데 필요한 몇 가지 성찰을 여러분에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주님 성탄 대축일 밤 미사 때 목자들에게 전한 천사의 선포가 울려 퍼질 것입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보라, 나는 온 백성에게 큰 기쁨이 될 소식을 너희에게 전한다. 오늘 너희를 위하여 다윗 고을에서 구원자가 태어나셨으니, 주 그리스도이시다. 너희는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누워 있는 아기를 보게 될 터인데, 그것이 너희를 위한 표징이다”(루카 2,10-12).

목자들을 따라 우리도 영적으로 베들레헴으로 갑시다. 마리아가 아기를 낳아 구유에 뉘인 베들레헴으로 갑시다. 루카 복음사가가 말한 것처럼, “여관에는 그들이 들어갈 자리가 없었”기 때문입니다(루카 2,7). 성탄절은 전 세계적 축제가 되었으며, 믿지 않는 사람들도 이 사건에 매력을 느낍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은 성탄이 결정적인 사건임을, 하느님께서 이 세상에 붙인 영원한 불이자 일시적인 것들과는 혼동해서는 안 되는 것임을 알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성탄절이 단지 (지나치게) 감상적이거나 소비주의적 축제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지난 주일 저는 소비주의가 우리에게서 성탄을 앗아갔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 문제에 대해 주의를 주었습니다. 성탄이 그렇게 되어서는 안 됩니다. 성탄절은 선물과 축하 인사로 가득하지만, 그리스도인의 믿음과 인간성이 빈곤한 감성적·소비주의적 축제로 전락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므로 우리 신앙의 빛나는 핵심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특정한 세속적 사고방식에 저항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핵심은 바로 이것입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 우리는 그분의 영광을 보았다. 은총과 진리가 충만하신 아버지의 외아드님으로서 지니신 영광을 보았다”(요한 1,14). 이것이 성탄의 핵심입니다. 이것이 성탄의 진리입니다. 다른 것은 없습니다. 

성탄은 한편으로는 죄로 상처 입은 사람들이 끊임없이 진리와 자비와 구원을 찾는 역사의 드라마를 성찰하도록 우리를 초대합니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진리이신 예수님을 우리에게 전해주시고, 당신의 우정과 당신의 삶에 우리를 동참시키기 위해 우리를 만나러 오신 하느님의 선함을 성찰하도록 우리를 초대합니다. 이것은 은총의 선물입니다. 이것은 우리의 공적이 없는 순수한 은총입니다. 이렇게 말씀하신 교황님이 있습니다. “이쪽을 보십시오. 저쪽을 보십시오. 여러분의 공적을 찾아보십시오. 은총 외에는 아무것도 찾을 수 없을 것입니다.” 모든 것이 은총이며, 은총의 선물입니다. 우리는 이 은총의 선물을 성탄의 소박함과 인류애를 통해 받았습니다. 이 은총의 선물은 오늘날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더욱 확산된 비관주의를 우리의 마음과 생각에서 제거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패배와 실패에 내맡기지 않고, 겸손하고 가난하고 숨겨져 있고 힘없는 아이가 하느님이시며 또한 우리를 위해 사람이 되셨다는 것을 새롭게 인식함으로써 불안한 상실감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현대 세계의 교회에 관한 사목 헌장의 한 유명한 구절에서 이 사건이 우리 각자에게 해당된다고 말했습니다. “하느님의 아드님께서는 당신의 강생으로 당신을 모든 사람과 어느 모로 결합시키셨습니다.” “인간의 손으로 일하시고 인간의 정신으로 생각하시고 인간의 의지로 행동하시고 인간의 마음으로 사랑하셨습니다. 동정 마리아에게서 태어나시어 참으로 우리 가운데 한 사람이 되셨으며, 죄 말고는 모든 것에서 우리와 같아지셨습니다”(현대 세계의 교회에 관한 사목 헌장 『기쁨과 희망』(Gaudium et spes), 22항). 예수님께서는 2000년 전에 태어나셨습니다. 이것이 우리 각자와 어떤 관련이 있습니까? 예, 여러분과 저, 우리 가운데 하나와 관련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 가운데 한 분이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예수님 안에서, 우리 가운데 한 분이십니다.

이 사실은 우리에게 많은 기쁨과 용기를 줍니다. 하느님께서는 저 위에서 우리를 바라보지 않으셨습니다. 저 멀리서 우리를 지나치지 않으셨습니다. 우리의 비참 때문에 혐오를 느끼지 않으셨습니다. 가시적인 몸만 취하신 게 아니라 우리의 본성과 우리 인간 조건을 완전히 취하셨습니다. 그분께서는 죄를 제외하고는 모든 것을 취하셨습니다. 그분께 유일하게 없는 것은 죄입니다. 모든 인류는 그분 안에 있습니다. 그분께서는 우리 모두를 취하셨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우리를 말입니다. 이것은 그리스도인 신앙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것입니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자신의 회심의 여정을 생각하면서 쓴 저서 『고백록』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내 겸손치 않아 겸손하신 내 천주 예수님을 모시지 못하였으니 하물며 그의 약하심이 무엇을 가르치는지를 알 까닭이 없었습니다”(성 아우구스티노, 『고백록』, 최민순 옮김(1965), 제7권 제8장). 예수님의 “약하심”은 무엇입니까? 예수님의 “약하심”은 “가르침”입니다! 왜냐하면 하느님의 사랑을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성탄은 육신을 취하신 사랑의 축제이며,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탄생하신 사랑의 축제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어둠 속에서 인류를 밝게 비추는 빛이며, 인간 실존과 역사 전체에 의미를 부여합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이 짧은 성찰이 우리로 하여금 더 큰 인식을 가지고 성탄절을 지내는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그러나 성탄을 준비하는 또 다른 방법이 있습니다. 저 자신과 여러분에게 상기시키고 싶은 방법입니다. 모든 사람이 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그것은 바로 성탄 구유 앞에서 침묵 중에 묵상하는 것입니다. 성탄 구유는 우리가 복음에서 들은 것처럼, 그 사실, 그해 일어난 일, 그날 일어난 일에 대한 교리 교육입니다. 이런 이유로 지난해 제가 반포한 교황 교서 「놀라운 표징」(Admirabile signum)을 다시 읽어 봐도 좋을 것입니다.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의 가르침에 따라 우리는 성탄의 장면을 관상하면서 어느 정도 아이가 될 수 있으며, 하느님께서 이 세상에 오시길 원하신 “경이로운” 방식에 대한 놀라움이 우리 안에서 다시 태어나게 할 수 있습니다. 놀라움의 은총을 구합시다. 이 신비 앞에서, 이처럼 다정하고 아름답고 우리 마음에 아주 가까이 있는 이 현실 앞에서, 우리가 당신을 만나고, 당신께 가까이 다가가고, 우리 모두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주님께서 우리에게 놀라움의 은총을 주시길 바랍니다. 이 은총이 우리 안에서 온유한 사랑을 다시 생겨나게 할 것입니다. 며칠 전, 몇몇 과학자들과 함께 인공지능과 로봇에 대해 대화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 모든 사람과 모든 것을 위해 프로그래밍된 로봇이 있고, 계속 발전하고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저는 그들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그런데 로봇이 절대 할 수 없는 일이 무엇이겠습니까?” 그들은 이에 대해 생각했고, 여러 가지 제안들을 내어놓기도 했습니다만, 대화의 마지막에 이르러 한 가지에 대해서는 견해가 일치했습니다. 바로 온유한 사랑입니다. 이것은 로봇이 절대 할 수 없는 일입니다. 하느님께서 오늘 우리에게 온유한 사랑을 주십니다. 이는 하느님께서 세상에 오길 원하신 놀라운 방식입니다. 이 방식은 우리 안에서 온유한 사랑을 다시 태어나게 합니다. 하느님의 온유한 사랑과 가까이 있는 인간의 온유한 사랑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너무나 많은 비참에 직면해 있습니다. 더 많은 온유한 사랑과 인간적인 위로가 필요합니다! 코로나19 대유행 때문에 우리가 물리적으로 더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한다면, 구유에 누워 계신 예수님은 우리에게 온유한 사랑의 길을 보여주십니다. 우리가 이웃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 인간적이도록 말입니다. 이 길을 따라갑시다. 성탄을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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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12월 2020, 1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