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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을 대신해 전례를 주례한 조반니 바티스타 레 추기경 교황을 대신해 전례를 주례한 조반니 바티스타 레 추기경 

교황 “코로나19 대유행이 고통받는 이들을 향한 연민과 관심을 불러 일으키길 빕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 해의 끝에서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제1저녁기도와 송년감사를 위한 사은 찬미가(Te Deum)를 바치는 전례 강론에서 코로나19 대유행이라는 비극으로 점철된 2020년에서 진정한 “의미”를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병자들과 코로나19의 피해를 받은 사람들을 향한 “가까이 있음과 연대의 몸짓”을 보여주라고 초대했다. 교황은 좌골 신경통 때문에 전례에는 불참했다. 교황을 대신해 전례를 주례한 조반니 바티스타 레 수석 추기경이 교황의 강론을 대독했다.

Alessandro Di Bussolo / 번역 박수현

저물어가는 2020년을 각인한 코로나19 대유행과 같은 비극의 “의미”는 어쩌면 “우리에게 연민을 불러 일으키고”, “가까이 있음, 보살핌, 연대의 태도와 몸짓”을 촉진하는 데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몇 달 동안 로마에서 일어났고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일처럼 말이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소란스럽지 않게”, “이웃을 향한 사랑에 영감 받은” 일상의 헌신으로 “(세상에 만연한) 시련의 부담을 조금 더 견딜 수 있도록 (함께) 노력”했다. 이는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제1저녁기도와 2020년 송년감사를 위한 사은 찬미가(Te Deum, 떼 데움)를 바치는 전례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준비한 강론 내용의 일부다. 심한 통증을 동반한 좌골 신경통으로 전례에 참례할 수 없었던 교황을 대신해 추기경단의 수석 추기경인 조반니 바티스타 레(Giovanni Battista Re) 추기경이 전례를 주례하고 교황의 강론을 대독했다. 전례에 참례한 사람들 중에는 비르지니아 라지 로마 시장도 있었다. 참례자 모두 마스크를 착용한 채 서로 일정 거리를 유지했다. 

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얼룩진 1년을 하느님께 감사해야 하는가?

‘성 베드로 사도좌 제대’에서 거행된 전례를 통해 86세의 수석 추기경은 전례의 시작과 끝 그리고 교황이 준비한 강론을 읽기에 앞서 아기 예수님을 경배했다. 교황은 사은 찬미가의 첫 구절을 언급하며 강론을 시작했다. “찬미하나이다. 주 하느님, 주님이신 당신을 찬미하나이다.” 이를 두고 교황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만연한 한 해가 끝날 무렵 (마치) 하느님께 감사하라고” 강요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교황은 “한 명 또는 그 이상의 구성원을 잃은 가족”과 병에 걸린 사람 또는 외로움을 겪는 사람과 직장을 잃은 사람을 생각하도록 초대했다.

“때때로 누군가 이렇게 묻습니다. ‘이런 비극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우리는 서두르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의 가장 고통스러운 ‘왜?’라는 질문에 하느님조차도 ‘가장 합당한 이유들’을 두고 응답하시지 않습니다. 하느님의 응답은 (주님의) 육화의 길을 통해 보여주십니다.”

하느님은 아버지이자 목자이며 결코 “냉소적이고 무자비”하지 않으십니다

성모찬송(Magnificat)이 노래하는 하느님의 육화를 두고 교황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너무나 사랑하신 그 크나큰 사랑을 위해 당신의 아들을 우리와 유사한 죄의 육신으로 보내셨습니다.” 이어 교황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만일) 어떤 조물주가 위대한 계획을 위해 인간을 희생시킨다면, 비록 그것이 최선일지라도,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에게 드러내신 (우리의) 하느님은 분명 아닙니다.”

“하느님은 아버지이시며 ‘영원한 아버지’이십니다. 만약 당신의 아들이 인간이 된다면 그것은 아버지 마음의 엄청난 연민(compassion) 때문일 것입니다. 하느님은 목자이십니다. 어느 목자가 자신에게 더 많은 양들이 남아있다 해서 한 마리의 양을 포기하겠습니까? 아닙니다. 냉소적이고 무자비한 하느님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가엾은 마음이 들어” 형제를 돌본 착한 사마리아인

이는 우리가 “찬미”하고 “주님으로 찬양”하는 하느님이 아니라고 교황은 강조했다. 레 수석 추기경은 교황의 강론을 대독하며 이 같이 말했다. 교황은 “착한 사마리아인이 길가에 초주검 상태로 쓰러져있는 불쌍한 남자를 만났을 때, 쓰러져 있는 이에게 이 모든 일들이 결국 자신의 선을 위한 것”이라며 “그에게 일어난 모든 일들의 의미를 연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교황은 루카 복음을 인용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마리아인은) 낯선 사람의 곁에 다가갑니다. 그리고 쓰러진 사람을 보고 가엾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사마리아인은 그를 형제로 대하며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가엾은 이를 돌보아 주었습니다.”

“여기서 아마도 우리는 인류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재앙들처럼 코로나19 대유행이라는 비극의 (진정한)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우리에게 연민을 불러 일으키고 가까이 있음, 보살핌, 연대의 태도와 몸짓을 촉진하는 것입니다.”

소란스럽지 않게 고통받는 사람들을 도운 많은 로마 사람들

교황은 “최근 몇 달 동안 로마에서 일어났으며 지금도 일어나는 일”들을 언급하며 “봉쇄 기간 동안 우리 도시에서 일어났던 (많은) 선한 일들”에 대해 하느님께 감사를 드렸다. 그러면서 “불행히도 아직 끝나지 않은” 코로나19 대유행 시기를 언급했다.

“소란스럽지 않게, 이 시련의 무게를 더 견딜 수 있게 하려고 (무던히)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웃을 향한 사랑에 영감을 받은 이 사람들이야말로 사은 찬미가의 기도, 곧 ‘나날이 주님을 기리는 저희가 영원히 주님 이름 기리오리다’는 의미를 (진정으로) 깨달은 이들입니다. 하느님께서 가장 기뻐하시는 축복과 찬미가 바로 형제애이기 때문입니다.”

의료진, 사제, 교사, 공무원에 감사

아울러 교황은 일선 현장의 “의료 종사자, 의사, 간호사, 자원봉사자들”을 기억하며, “항상 우리가 기도해야 하는 이들이자 마땅히 존경받아야 할 이들”이라고 말했다. 또한 “많은 성직자와 남녀 수도자들”도 기억했다. 특히 “학교 관리자와 교사들”처럼 “가장 좋은 방법으로 가족과 공동선을 위해 매일 노력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아울러 그들이 “사회생활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매우 복잡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덧붙였다. 교황은 또한 “도시와 소속 지역의 온갖 좋은 자원을 최대한 활용할 줄 아는 공무원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들은 “사익과 그들이 속한 정당의 이익과는 별개로 가장 혜택 받지 못한 사회적 약자들부터 시작해 모든 사람의 이익을 진정으로 추구한다”고 설명했다.

타인을 돌보는 사람은 하느님의 힘으로 움직입니다

교황은 강론의 마지막 부분에서 이 모든 일이 “하느님의 은총과 자비가 없다면 일어날 수 없다”고 말했다. 교황은 어려운 순간에 “우리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호하고 우리의 이익을 보호”하는 게 자연적인 경향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가능한지 물었다. 아울러 많은 사람들이 “선한 행동에 대한 다른 보상을 기대하지 않고, (끊임없이) 다른 사람들을 걱정하는 힘을 어떻게 찾을 수 있는지”도 물었다. 또한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안락함과 시간과 소유물을 포기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내어 주도록 하는지” 되물었다. 

“그들이 비록 이 점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결국 하느님의 힘이 그렇게 하도록 그들을 부추깁니다. 하느님의 힘은 우리의 이기심보다 더 강력합니다. 우리가 주님을 찬미하는 까닭은, 날마다 이 땅에서 행해지는 모든 선한 일이 결국 하느님에게서 나온다는 것을 우리가 믿고 알기 때문입니다. 우리를 기다리는 미래를 바라보며 다시 간청합시다. ‘주님,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저희가 주님께 바라나이다. 주님 안에 우리의 믿음과 희망이 있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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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12월 2020, 1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