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평화와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마십시오”
Ciancarlo La Vella / 번역 안주영
프란치스코 교황은 주님 성탄 대축일을 맞아 레바논 국민들에게 서한을 보내고 그들이 직면한 고통을 통감하며 동참하고 있다고 전했다. 교황은 “레바논의 타고난 진취적 정신, 활력, 희망을 짓누르는 고통과 고뇌 때문에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어 “평화롭게 살고, 자유로운 세상을 위한 모델이자 메시지가 되며, 더불어 함께 사는 선한 삶의 증인이 되고자 하는 레바논의 희망”이 무너지는 걸 바라보는 것 또한 고통스럽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레바논 국민들의 모든 기쁨과 슬픔에 저의 마음을 나누며 그들의 상실감까지도 고스란히 느껴진다”고 말했다.
젊은이들이 희망을 잃지 않기를 바랍니다
교황은 마로니트 동방 가톨릭교회 안티오키아 총대주교 베차라 부트로스 라이(Béchara Boutros Raï) 추기경에게 “추기경님을 통해 공동체와 종파의 구분없이 레바논의 온 국민에게 평화의 왕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념하면서 위로와 격려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많은 젊은이들이 더 나은 미래에 대한 전망을 점점 더 상실해가는 것을 염려했다. 이어 이사야 예언자의 말씀(이사 9,1 참조)을 인용하면서, “하느님의 섭리가 결코 레바논을 버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지금의 슬픔을 선으로 돌려 주실 것이라는 확신에 희망”을 갖자고 강조했다.
여러분을 상징하는 향백나무처럼 강인해지십시오
교황은 레바논의 상징이자 성경에서 “견고함, 안정, 보호”의 위엄을 상징하는 향백나무에서 실마리를 얻어 레바논 국민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향백나무처럼) 더불어 사는 깊은 뿌리에서 여러분의 정체성을 되찾고 연대하는 민족으로 되돌아가십시오. 이는 존경, 공동생활, 다원주의의 향기를 온 세상에 전한다는 의미입니다. 이것이 바로 아름답고 번영한 한 나라(레바논)의 꿈입니다.”
공동의 이익을 위해 일하라고 권고
교황은 서한을 통해 정치 및 종교 지도자들에게 “공동의 이익 추구”를 위해 헌신해달라고 호소했다. “여러분의 재임기간은 여러분 (자신의) 최고 이익을 얻기 위한 시간이 아닙니다. 또한 여러분들의 임무는 여러분 자신을 위한 것도 아닙니다. 여러분이 대표하는 정부와 나라를 위한 것입니다.”
베들레헴의 별을 바라보는 시선
교황은 깊은 애정을 담아 “사랑하는 레바논 국민들”을 위해 “가능한 한 빨리 방문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국제사회에 다음과 같이 거듭 호소했다. “레바논이 지역적 갈등과 긴장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웁시다. 또한 이 심각한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도웁시다.” 이어 서한을 마치면서 이렇게 말했다. “밤의 어두움 속에서 눈을 들어 베들레헴의 별을 바라보십시오. 이 별이 여러분들을 인도하고 격려하여 하느님의 논리 안으로 이끌어 줄 것이며, 길을 잃지 않고 희망을 저버리지 않게 해 줄 것입니다.”
정치적 위기
교황의 서한은 오랜 정치적 위기와 온 나라를 뒤흔드는 일련의 테러로 지친 레바논에 전달됐다. (레바논에서는) 지난 2019년 8월 정부 지도층에 맞서 안정된 정부 구축을 요구하는 거리 시위가 시작됐다. 이들은 제3세계의 조건들로부터 정부의 진정한 독립뿐 아니라 경제·사회적 개혁을 요청한다. 이는 코로나19 대유행과 함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들의 힘든 상황을 개선하기 위함이다.
베이루트의 대형 폭발 사고
레바논은 지난 8월 4일 수도 베이루트 항구에서 발생한 역사상 가장 강력한 폭발 사고 중 하나인 연쇄폭발 대참사로 무너져 내렸다. 200여 명의 사망자와 700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고, 30만여 명이 집을 잃었다. 또한 병원, 대사관, 호텔, 주거용 빌딩 및 (공공)기관 본부에 심각한 피해를 입히면서 인근 지역이 완전히 붕괴됐다. 무엇보다도 1만5000톤의 밀 저장고가 파괴돼 레바논 전국에 공급할 식량 비축분이 한 달 치밖에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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