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Vatican News
추기경 서임식 추기경 서임식  (Vatican Media)

교황, 새 추기경들에 “십자가와 세속은 양립할 수 없는 두 가지 길입니다”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13명의 추기경 서임식이 코로나19 보건 수칙에 따라 거행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추기경의 복장의 진홍색은 (순교를 뜻하는) 피의 색”이라며 세속적인 구별을 위한 표시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Adriana Masotti / 번역 박수현

프란치스코 교황의 7번째 추기경 회의(Concistoro)의 첫 번째 특징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철저한 방역 수칙에 따라 진행됐다는 점이다.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열린 서임식에는 약 100여 명이 참례했다. (코로나19 대유행의 여파로) 로마에 오지 못한 두 명의 신임 추기경(필리핀 카피즈대교구장 호세 푸에르테 아드빈쿨라, 브루나이대목구장 코넬리우스 심)은 서임식에 직접 참여하지 못했다.

안면 마스크를 쓴 채 거행된 서임식

교황이 임명한 13명의 새 추기경 중 9명은 교황선출권을 갖는다. 나머지 4명은 80세 이상이므로 교황선출권을 갖지 못한다. 서임식은 성 베드로 대성전의 ‘성 베드로 사도좌’ 제대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주례로 거행됐다. 그러나 이번 서임식에서 추기경들 간 평화의 포옹은 이뤄지지 않았으며 추기경 모자(비레타) 수여와 추기경 반지 전달, 추기경 서임 및 추기경 명의(성당 명의) 칙서 수여식은 관례에 따라 (그대로) 진행됐다. 추기경단의 많은 추기경들이 화상 연결을 통해 서임식에 함께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관례적인 축하행사는 취소됐다.

복음, 새 추기경 위한 여정 표시

서임식이 시작될 때, 세계주교대의원회의(주교 시노드) 사무처 사무총장 마리오 그렉(Mario Grech) 신임 추기경이 모든 신임 추기경을 대표해 교황에게 인사를 건넸다. 이어 교황이 강론했다. 이번 추기경 서임식을 위해 선택된 독서는 마르코 복음서의 구절이었다. 스승 예수님이 제자들과 함께하시며 곧 다가올 당신의 죽음과 부활에 대해 제자들에게 세 번째로 예고하는 구절이다. 예루살렘으로 올라가던 도중 예수님과 열두 제자 사이에서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 예수님이 당신의 죽음과 부활에 대한 세 번째 예고를 마칠 때 성 야고보와 성 요한이 스승에게 다가왔다. 그들은 부활하신 예수님 옆에, 한 사람은 오른쪽에, 다른 한 사람은 왼편에 앉을 수 있도록 청했다. 그러자 예수님은 그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 오른쪽과 왼쪽에 앉는 것은 내가 허락할 일이 아니라, 내 아버지께서 정하신 이들에게 돌아가는 것이다”(마태 20,23).

교회의 여정

교황은 강론에서 길이란 “교회의 여정이 항상 일어나는 곳”이라고 말했다. “예루살렘은 언제나 우리보다 앞서 있습니다. 십자가와 부활은 우리 역사에 속합니다.” 아울러 교황은 다음과 같은 사실에 주목했다.

“이 복음 말씀은 새로운 추기경 서임식에서 자주 봉독되는 말씀입니다. 단순히 ‘배경’이 아니라, 우리보다 앞서 길을 가시는 예수님과 함께 여정을 떠나는 오늘날 우리를 위한 ‘경로 표시’입니다. 그분은 우리 삶과 직무의 힘이자 (진정한) 의미입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의 두려움을 이해하시고 그들을 혼자 남겨두지 않으십니다

교황은 이 말씀에 따라 자신을 비추어 보는 것이 오늘날 예수님을 따르려는 사람들의 몫이라고 설명했다. 제자들은 예루살렘에서 무엇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지 생각하면서 예수님의 말에 실망과 두려움을 느꼈다. 예수님은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셨다. 

“주님은 당신을 따르는 사람들의 마음 상태를 잘 알고 계십니다. 동시에 이들의 마음을 무관심하게 두지 않으십니다. 예수님은 결코 당신의 친구들을 버리지 않으십니다. 결코 그들을 소홀히 하지도 않으십니다. 심지어 당신의 길을 가시는 것처럼 보일 때도, 예수님은 언제나 우리를 위해 그렇게 하십니다. 예수님이 하시는 모든 일은 우리와 우리의 구원을 위한 일입니다. 열두 사도의 특별한 경우에서도 예수님은 그렇게 하셨습니다. 그들이 시련을 맞이할 준비를 갖출 수 있도록 말입니다.”

예수님의 길은 단 하나입니다 

예수님은 “당신이 가시는 길에 항상 제자들이 함께하기”를 원하신다. 예수님의 길은 고통과 죽음 그리고 부활의 길이다. 교황은 “(이는) 주님의 종의 길”이라며 “예수님은 이 길과 함께 당신 자신을 동일시하신다”고 말했다. 실제로 예수님은 “나는 길이다”라고 말씀하셨다. 교황은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이 길은 (예수님의) 또 다른 길이 아닙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교황은 “반전(colpo di scena)”, 곧 (야고보와 요한) 두 형제의 욕망이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스승님께서 영광을 받으실 때에 저희를 하나는 스승님 오른쪽에, 하나는 왼쪽에 앉게 해 주십시오”(마르 10,37).

“이는 또 다른 길입니다. 곧 예수님의 길이 아닌 다른 길입니다. 그 길은 어쩌면 (예수님의 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지도 못한 채 주님을 ‘이용’하여 스스로를 돋보이게 하려는 사람들의 길일지도 모릅니다. 성 바오로가 말씀하셨듯이 그들의 길은 그리스도의 유익이 아닌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길입니다.”

항상 깨어 있어야 합니다 

예수님이 야고보와 요한을 꾸짖지 않으셨다면 다른 사도들이 그들의 요청에 분개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분은 그들이 “길을 벗어났다(정도에서 벗어났다)”는 사실을 일러주심으로써 그들을 일깨워 주신다. 교황은 이러한 일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유혹이라고 설명했다.

“사랑하는 형제 여러분, 우리 모두는 예수님을 사랑하며 예수님을 따르려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그분의 길에 남아있기 위해서는 항상 깨어 있어야 합니다. 다리와 몸으로는 그분과 함께할 수 있지만, 우리의 마음이 예수님과 멀리 떨어져 길을 잃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제의 삶에 존재하는 수많은 종류의 부패를 생각해 봅시다. 예를 들어, 피의 색인 추기경 의복의 진홍색은 ‘고상함이나 권위(eminenza)’를 나타내는 세속적인 색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더 이상 (하느님) 백성들 곁에 있는 목자는 아닐 것입니다. 여러분은 ‘존경하는 추기경님(Eminenza, Your Eminence)’이라는 존칭에 맛들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느끼는 순간 그 사람은 ‘정도(正道)’에서 이탈하는 것입니다.”

교회에 언제나 필요한 말씀 

교황은 “예수님과 제자들의 뚜렷한 대조”를 강조했다. 그분은 ‘길’ 위에 있으며 제자들은 ‘길’ 밖에 벗어나 있다. “양립할 수 없는 두 가지 길.” 교황은 그리스도가 혼란으로 위험에 처한 제자들을 위해, 그리고 모든 이를 위해 수난을 겪으시며 부활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예수님은 마침내 당신의 ‘길’ 위에서 그들과 함께하실 것입니다.” 우리가 복음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이 대화는 마르코 복음사가의 이야기일 뿐만 아니라 “모든 시대의 교회에 언제나 필요한 구원의 말씀”이라고 교황은 말했다. 이어 다음과 같이 강론을 마무리했다.

“비록 열두 제자가 여러분에게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더라도 성경의 본문에 포함됐습니다. 예수님과 우리에 대한 진실을 잘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오늘날 우리에게도 유익한 말씀입니다. 우리, 교황과 추기경들은 항상 이 진리의 말씀에 비추어 우리 자신을 돌아봐야 합니다. 그것은 예리한 칼입니다. 우리를 베고, 고통스럽지만, 동시에 우리를 치유하고, 자유롭게 하고, 우리를 회심시킵니다. 회심이란 바로 이것입니다. ‘길’을 이탈하는 것에서 다시 ‘하느님의 길’로 가는 것입니다. 성령께서 우리에게 오늘 그리고 언제나 이 은총을 주시기를 바랍니다.”

성모 마리아께 드리는 기도

강론 말미에 긴 침묵의 시간이 있었다. 이어 교황은 새 추기경들에게 진홍색 주케토를 씌워준 다음, 그 위에 다시 사각형으로 된 진홍색 추기경 모자(비레타)를 수여했다. 주님의 기도를 함께 암송하고 교황의 축복으로 서임식이 막을 내렸다. 교황은 제대 옆에 모셔진 성모 성화 앞으로 이동했고, (모두 함께) ‘살베 레지나(Salve Regina, 성모 찬송가)’를 불렀다. 추기경들과 모든 참석자들이 오늘 엄숙하게 맹세한 신앙과 교회의 봉사에 대한 약속을 하느님의 어머님께 의탁하는 것처럼 보였다.

추기경 서임식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용시에는 출처를 밝혀주시고, 임의 편집/변형하지 마십시오)

28 11월 2020, 0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