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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평화를 위한 기도의 날 행사’ ‘세계 평화를 위한 기도의 날 행사’  (Vatican Media)

교황, 세계 평화를 위한 기도의 날 연설 “함께할 때라야 평화로운 세상을 건설할 수 있습니다”

산 에지디오 공동체가 주관해 전 세계 종교 지도자들이 한 자리에 모인 ‘세계 평화를 위한 기도의 날 행사’가 10월 20일 캄피돌리오 광장에서 열렸다. 행사에 참석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쟁의 종식은 하느님 앞에 선 모든 정치 지도자들의 숭고한 의무”라고 강조했다.

Amedeo Lomonaco / 번역 이재협 신부

수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로마의 하늘에 ‘세계 평화를 위한 기도의 날 행사’에 참석한 종교 지도자들의 목소리와 희망이 울려 퍼졌다. 산 에지디오 공동체가 주관한 올해 기도의 날 행사는 “누구도 홀로 살아남을 수(구원받을 수)는 없습니다”라는 주제로 10월 20일 로마 캄피돌리오 언덕에서 열렸다. 폴리포니 합창단은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을 비롯한 많은 정부 관계자들 앞에서 다른 언어와 다른 신앙을 통해 평화의 패러다임을 노래했다.

아시시에서 로마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지난 1986년 역사적인 ‘세계 평화를 위한 기도의 날’을 시작하며 ‘아시시 평화의 정신’을 일깨운 바 있다. ‘아시시 평화의 정신’은 올해 기도의 날에 참석한 각 종교 지도자들, 곧 콘스탄티노폴리스의 총대주교 바르톨로메오 1세, 프랑스 유다교 지도자 하임 코르시아(Haim Korsia) 랍비, 이슬람 인류의 형제애 상임위원회 사무총장 모하메드 압델살람 압델라티프(Mohamed Abdelsalam Abdellatif), 소토 선불교 대표 쇼텐 미네기시(Shoten Minegishi), 시크교 대표 카말지트 싱 딜론(Kamaljit Singh Dhillon) 등의 연설에 아로새겨져 있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캄피돌리오 광장 무대의 마지막 연설에 나섰다. 평화의 수도로 재탄생한 로마의 심장에서 교황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상처받으며 현재 380건 이상 자행되고 있는 무력 분쟁으로 황폐해진 지역의 치유를 위한 형제애의 길을 제시했다. 지난 9월 27일에는 코카서스 지방에서 나고르노카라바흐(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분쟁이 발발했으며, 여전히 많은 희생자가 발생하고 있는 시리아 내전은 10년째 지속 중이다.

“각자 다른 전통의 종교 안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오늘 저녁 평화의 메시지를 위해 함께 모였습니다. 우리의 모임은 전 세계 종교가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 더 나아가 폭력을 신성시하는 모든 행위를 거부한다는 사실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전 세계 모든 이가 형제애를 통해 새로운 희망의 길을 시작할 수 있도록 화해와 실천을 위한 기도에 동참하기를 초대합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도우심 안에서 평화의 세상을 건설할 수 있으며, 그렇기에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 함께해야 구원받을 수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

절대로 전쟁에 굴복하지 마십시오

교황의 연설은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지난 1986년 10월 27일 아시시에 모인 많은 종교 지도자들과 그리스도교 공동체 앞에서 ‘세계 평화를 위한 기도의 날’을 시작하며 행한 연설과 같은 맥락에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몇년간 내전이나 테러, 혹은 종교의 이름으로 자행된 근본주의자들의 무력충돌 등 고통스러운 사건들이 가득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종교 간 대화를 통해 가치 있는 결실을 맺기도 했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아시시 평화의 정신 안에서 모두가 형제로 함께 노력하기를 초대하는 희망의 표지에 대해 말했다. “우리는 세계 평화와 더불어 사는 삶을 위한 형제애의 길을 제시한 중요한 문서에 서명했습니다.” 지난 2019년 교황은 알아즈하르 대이맘 아흐메드 알타예브와 형제애 관련 문서에 공동으로 서명한 바 있다. 이어 교황은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종교는 절대로 전쟁에 굴복해서는 안 되며 평화에 이바지해야 합니다.”

“믿는 이들은 종교의 다양성이 무관심이나 반목을 정당화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악, 전쟁, 증오를 무관심하게 방관하는 사람이 아니라 오히려 종교적 신앙을 통해 평화의 일꾼이 될 수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종교는 평화와 형제애에 이바지합니다. 따라서 오늘 이 자리에서 모든 종교 지도자들과 모든 믿는 이들이 확신을 가지고 평화를 위해 기도하기를 촉구합니다. 전쟁에 절대로 굴복하지 말고, 신앙의 온건한 힘으로 모든 분쟁의 종식을 위해 실천하기를 촉구합니다.”

평화가 필요합니다

코로나19 대유행의 상처 외에도 세상을 괴롭히는 또 다른 상처들이 있다. 수많은 전쟁과 분쟁이 그것이다. 이런 갈등은 오직 기도와 간절한 열망, 우선적 선택이라는 치료를 통해서만 치유될 수 있다. 교황은 “평화가 필요하다”고 외치며 이러한 평화를 통해 아픔과 고통으로 얼룩진 나라와 민족들과 화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화가 필요합니다! 더 큰 평화를 갈망해야 합니다! ‘우리는 방관자로 남아있어서는 안 됩니다. 오늘날 세상은 평화를 갈망합니다. 종종 우리는 잊고 살지만 많은 나라들이 여전히 내전으로 아픔을 겪고 고통과 가난에 신음하고 있습니다’(프란치스코 교황, 세계 평화를 위한 기도의 날 연설, 아시시, 2016년 9월 20일). 세상, 정치, 여론은 전쟁이라는 악에 익숙해지도록 우리를 위협합니다. 마치 전쟁이 인류 역사에 당연한 동반자였던 것처럼 말이죠. ‘이론적 논쟁에 머물지 맙시다. 직접 상처를 어루만지고, 상처입고 고통받는 육신을 보살핍시다. (…) 난민들, 화학무기 공격이나 핵방사능으로 고통받는 모든 이들, 자녀를 잃은 여인들, 불구가 된 아이들, 유년시절을 빼앗긴 아이들, 이 모든 이들에게 관심을 둡시다’(프란치스코 교황, 회칙 「Fratelli tutti」, 261항). 오늘날 전쟁으로 인한 고통은 코로나19 대유행과 맞물려 더 악화됐습니다. 감염 예방지침 때문에 그들에게 필요한 도움을 전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갈등과 분쟁이 지속되는 한 고통과 죽음도 계속될 것입니다. 전쟁의 종식은 하느님 앞에 선 모든 정치 지도자들의 숭고한 의무입니다. 평화는 모든 정책의 최우선순위가 돼야 합니다. 하느님은 평화를 이루지 않는 이들이나 긴장을 조성해 민족들을 상처입히는 이들, 매일, 매달, 매해 전쟁을 일으키는 이들에게 분명 책임을 물으실 것입니다.”

전쟁을 멈춥시다

교황은 예수님의 수난 전날 제자들이 두 개의 칼을 꺼내 들었을 때 예수님이 “집어넣어라” 하신 말씀을 상기했다. “‘집어넣어라’ 하신 예수님의 말씀은 세기를 넘어 심지어 오늘 우리에게도 강하게 다가오는 말씀입니다. 칼을 집어넣고, 무기와 폭력과 전쟁을 멈춰야 합니다.” 교황은 타협할 수 없고 이미 곪아버린 여러 분쟁을 어떻게 끝낼 수 있는지 물었다. 많은 무력투쟁으로 단단히 묶인 매듭을 어떻게 풀 수 있을까?

“최근 코로나19 대유행이라는 사건은 솔직히 우리에게 ‘우리 모두가 같은 배를 타고 항해하는 한 공동체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했습니다. 우리는 하나의 악이 모두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는 같은 배 안에 있는 공동체입니다. 우리는 누구도 홀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우리는 오직 함께할 때만 구원받을 수 있습니다’(「Fratelli tutti」, 32항). 하나의 인류를 실현해야 한다는 인식에서 나오는 형제애는 민족, 공동체, 정부, 국제협력기관의 모든 삶의 중심에 자리해야 합니다. 이는 우리가 분쟁을 멈추고 화해를 추구하며 정치 및 선전의 표현을 절제하고 평화를 위한 구체적 길을 개척하는 만남과 협력을 통해서라야 우리가 함께 구원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해줍니다.” 

세상의 평화

로마에서 열린 세계 평화를 위한 기도의 날 행사는 종교 지도자들과 행사에 참석한 신자들이 각자 마련된 공간에서 바치는 기도로 시작했다. 그리스도인들은 산타마리아 인 아라첼리 성당에서 교황을 비롯해 콘스탄티노폴리스의 바르톨로메오1세 세계 총대주교, 여러 정교회 및 개신교 대표자들과 함께 기도했다. 교황의 침묵 기도 시간이 끝나자 여러 분쟁 지역 나라들의 이름이 낭독됐다. 기도의 날 행사는 캄피돌리오 광장으로 자리를 옮겨 계속됐다. 광장에서는 여러 종교 지도자들이 코로나19 방역 지침으로 인한 현실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한 형제자매로서 더불어 사는 삶을 촉구하는 기도와 소망을 밝혔다.

침묵기도 시간과 평화를 위한 호소

프란치스코 교황의 연설 후에는 이날 기도의 날 마지막 행사로 전쟁과 코로나19 대유행의 희생자를 기억하며 1분간 침묵하며 기도하는 시간을 보냈다. 이어 “2020 로마 평화의 성명서”에 서명하고 이날 참석한 모든 종교 지도자와 대표자들이 평화의 초에 한 명씩 불을 붙이면서 행사를 마무리했다. 공동으로 서명한 성명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았다. “누구도 어제와 오늘의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우리는 모두 함께 책임져야 합니다. 우리 모두는 용서해야 하고 용서받아야 합니다. 세상과 역사의 불의는 증오와 복수가 아니라 대화와 용서로 치유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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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10월 2020, 2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