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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코로나19 대유행의 상처 기억 “예수님을 바라봅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8월 5일 오전 교황청 사도궁 도서관에서 그동안 여름휴가로 인해 중단된 수요 일반알현 교리 교육을 재개했다. 인터넷으로 생중계된 교리 교육에서 교황은 “우리의 시선을 예수님을 향해 단단히 고정시켜야 한다”며, “이 믿음으로 예수님이 우리에게 선사하시는 하느님 나라의 희망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번역 김호열 신부

“세상 치유”:  1. 서론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안녕하세요!

코로나19 대유행은 계속해서 우리의 취약함을 노출시키며 깊은 상처를 입히고 있습니다. 모든 대륙에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많은 사람들이 병에 걸렸습니다. 많은 사람들과 많은 가정들이, 특히 가장 가난한 이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사회경제적 문제 때문에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이러한 까닭에 우리는 우리의 시선을 예수님을 향해 단단히 고정시켜야 하며(히브 12,2 참조), 이 믿음으로 예수님이 우리에게 선사하시는 하느님 나라의 희망을 받아들여야 합니다(마르 1,5; 마태 4,17; 『가톨릭교회 교리서』, 2816항 참조). 하느님 나라는 우리 가운데 이미 존재하는 치유와 구원의 나라입니다(루카 10,11 참조). 사랑의 행위로 나타나고, 희망을 키우고 믿음을 굳건하게 하는 정의와 평화의 나라입니다(1코린 13,13 참조). 그리스도교 전통에 따르면 믿음, 희망, 사랑은 감정이나 태도 그 이상의 것들입니다. 믿음과 희망과 사랑은 성령의 은총으로 우리 안에 불어넣어 주신 덕목입니다(『가톨릭교회 교리서』, 1812-1813항 참조). 우리를 치유하는 은총이자, 우리로 하여금 치유하는 사람으로 만드는 은총입니다. 또한 우리가 우리 시대의 어려운 풍랑 속에서 항해하는 동안에도 우리에게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는 은총입니다.

믿음과 희망과 사랑의 복음과의 새로운 만남은 창의적이고 쇄신된 정신을 갖추도록 우리를 촉구합니다. 이로써 우리는 우리의 육체적・영적・사회적 병폐의 뿌리를 변화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인류 가족과 지구를 위협하면서 서로를 갈라놓는 불의한 구조들과 파괴적인 관행들을 심도 있게 치유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수님의 사목은 많은 치유의 사례를 제시합니다. 열병에 걸린 사람들을 치유하실 때(마르 1,29-34 참조), 나병 환자를 치유하실 때(마르 1,40-45 참조), 중풍 병자들을 치유하실 때(마르 2,1-12 참조), 눈먼 이를 고쳐주고(마르 8,22-26; 요한 9,1-7 참조), 귀먹고 말 더듬는 이를 고쳐주실 때(마르 7,31-37 참조), 예수님은 실제로 그들의 육체적 질병뿐 아니라, 그들의 존재 전체를 치유하셨습니다. 치유된 이들을 다시금 공동체의 일원이 되게 하셨으며, 그들을 고립으로부터 자유롭게 해주셨습니다. 그들이 치유되었기 때문입니다.

조금 전 일반알현 교리 교육을 시작하면서 우리가 들었던, 카파르나움에서 예수님이 중풍 병자를 치유하셨던 아름다운 이야기를 생각해봅시다(마르 2,1-12 참조). 예수님이 집 입구에서 복음 말씀을 전하고 계실 때, 네 사람이 자신들의 친구인 중풍 병자를 예수님께 데려옵니다. 하지만 많은 군중 때문에 집 안으로 들어갈 수 없게 되자, 그들은 지붕에 구멍을 내어, 중풍 병자가 누워 있는 들것을 달아 설교하고 계시는 예수님 앞으로 내려 보냅니다. “예수님께서 그들의 믿음을 보시고 중풍 병자에게 말씀하셨다. ‘애야,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5절). 그리고 눈에 보이는 징표로 “일어나 들것을 들고 집으로 돌아가거라” (11절)고 말씀하십니다.

이 얼마나 놀라운 치유의 사례입니까! 그리스도의 행동은 사람들의 믿음과, 사람들이 당신께 두는 희망과, 사람들이 서로에게 보여준 사랑에 대한 직접적인 응답입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은 치유하십니다. 그저 중풍을 치유하신 것뿐만 아니라, 모든 것을 치유해 주시며, 죄를 용서해 주시고, 중풍 병자의 그의 친구들의 삶을 새롭게 해주셨습니다. 말하자면, 다시 태어나게 하셨습니다. 개인적・사회적 만남의 결실인 영육의 치유, 모든 것의 치유입니다. 예수님의 행동 덕분에 그들의 우정과 그 집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믿음이 어떻게 성장했는지 상상해 봅시다. 예수님과의 치유의 만남입니다.

우리 스스로에게 물어봅시다. ‘오늘날 우리는 이 세상의 치유를 위해 어떤 방법으로 도와줄 수 있는가?’ 우리 영혼과 육체의 의사이신 예수님의 제자들로서 우리는 육체적・사회적・영적 의미에서 “그 (예수님의) 치유와 구원 활동”(『가톨릭교회 교리서』, 1812-1813항 참조)을 계속하도록 부름 받았습니다.

교회는 일곱 성사를 통해 그리스도의 치유의 은총을 베풀고 지구의 가장 외딴 곳에서 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코로나19 대유행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전문가는 아닙니다. 또한 특정한 사회・정치적 지표를 제시하지도 않습니다(성 바오로 6세 교황, 교서 「팔십주년」(Octogesima adveniens), 1971년 5월 14일, 4항 참조). 그러한 것은 정치 및 사회 지도자들의 책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세기 동안 교회는 복음의 가르침에 따라 교회의 몇 가지 근본적인 사회 교리 원리들을 발전시켰습니다(교황청 정의평화평의회, 『간추린 사회 교리』, 160-208항 참조). 이는 우리가 발전하고, 우리에게 필요한 미래를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되는 원리들입니다. 서로 밀접하게 관련된 주요 원리들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곧 ▲인간 존엄성의 원리 ▲공동선의 원리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의 원리 ▲재화의 보편적 목적의 원리 ▲연대성의 원리 ▲보조성의 원리 ▲우리 공동의 집에 대한 돌봄의 원리 등입니다. 이러한 원리들은 사회의 관리자들과 책임자들이 사회가 성장하도록 하는데 있어 도움이 될 것입니다. 또한 이번 코로나19 대유행의 경우처럼, 개인이나 사회 구조를 치유하는데 있어서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 모든 원리들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믿음과 희망과 사랑의 덕을 표현합니다. 

다음 몇 주간 동안, 코로나19 대유행이 보여준 긴급한 문제들, 특히 사회적 질병들에 함께 대처할 수 있도록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우리는 이를 복음과 향주덕 (virtù teologali: 믿음, 희망, 사랑) 그리고 교회의 사회 교리 원리들에 비추어 행할 것입니다. 사회 분야에 대한 우리 가톨릭교회의 전통이 어떻게 인류 가족이 심각한 질병에 고통받고 있는 이 세상의 치유를 위해 도움을 줄 수 있는지 함께 모색합시다. 저의 소망은 우리가 치유하는 예수님의 제자들로서, 미래 세대를 위해 희망으로 가득 찬,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모두 함께 성찰하고 행동하는 것입니다(프란치스코 교황, 권고 「복음의 기쁨」(Evangelii Gaudium), 2013년 11월 24일, 183항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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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8월 2020, 1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