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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역사를 주님의 발 앞으로 가져갑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모 승천 대축일 다음 날인 8월 16일 연중 제20주일의 삼종기도를 위해 성 베드로 광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교황은 이날 복음에 소개된 가나안 여인의 기도를 본받으라고 초대했다. 가나안 여인은 주님의 선하심을 직관했던 이방인이었다. 이어 교황은 신자들에게 인사를 전하는 가운데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어려움 중에 있는 가족들을 위해 기도했다.

번역 이창욱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번 주일 복음(마태 15,21-28 참조)은 예수님과 가나안 여인의 만남을 소개합니다. 예수님은 갈수록 더 많은 무리가 그분을 찾아 나서자, 군중에게서 조금 떨어져 당신 제자들과 함께 지내시기 위해 이방인 지역인 갈릴래아 북부 지방으로 가셨습니다. 그런데 병든 딸을 위해 도움을 청하는 어떤 여인이 다가왔습니다. “주님,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22절) 고통으로 점철된 삶에서 나온 부르짖음이었고, 병으로 인해 고통 당하는 딸을 보면서도 그녀를 낫게 해줄 수 없는 엄마의 무력감에서 나온 외침이었습니다. 예수님은 처음에는 그녀를 무시하셨지만, 이 엄마는 끈질기게 청하고 청했습니다. 스승 예수님이 당신 제자들에게 당신의 사명은 이방인들이 아니라 “이스라엘 집안의 길 잃은 양들”(24절)에게만 해당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셨을 때도 말입니다. 그녀가 계속해서 주님께 애원하자, 주님은 이 순간 약간 잔인하게 여겨지는 속담을 인용하며 그녀를 시험하셨습니다. “자녀들의 빵을 집어 강아지들에게 던져 주는 것은 좋지 않다”(26절). 그러자 그 여인은 즉시, 신속하게, 고뇌에 찬 목소리로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주님, 그렇습니다. 그러나 강아지들도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는 먹습니다”(27절).

이 말씀을 통해, 이 엄마는 예수님 안에 현존하시는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의 선하심이 당신 피조물들의 모든 필요에 열려 있다고 직관했음을 드러내줍니다. 신뢰로 가득 찬 여인의 이 지혜가 예수님의 마음에 감명을 주었고 다음과 같은 탄복의 말씀이 터져 나오게 했습니다. “아, 여인아! 네 믿음이 참으로 크구나. 네가 바라는 대로 될 것이다”(28절). 무엇이 큰 믿음입니까? 큰 믿음이란 상처로 점철된 자신의 역사를 주님의 발 앞으로 가져가, 그 역사를 낫게 해주시고 의미를 주시기를 주님께 청하는 믿음입니다. 우리 각자는 나름의 고유한 역사가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정화된 역사는 아닙니다. 많은 경우 수많은 고통, 수많은 불행, 수많은 죄를 동반한 험난한 역사입니다. 나의 역사를 가지고 과연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그것을 숨겨야 할까요? 안 됩니다! 주님 앞으로 가져가야 합니다. “주님, 당신이 원하신다면, 저를 낫게 해주실 수 있으십니다!” 이는 이 여인이, 이 용감한 엄마가 우리에게 가르쳐준 청원입니다. 그녀는 자신의 고통에 찬 역사를 하느님 앞에, 예수님 앞에 가져갈 용기가 있었습니다. 하느님의 온유한 사랑, 예수님의 애틋한 사랑을 감동시키는 용기였습니다. 우리 또한 이 역사, 이 기도를 실천해봅시다. 각자 자신의 역사를 생각해야 합니다. 항상 역사 안에는 추한 모습이 있습니다. 언제나 그렇습니다. 예수님께 가서, 예수님의 마음을 두드리며 이렇게 말씀드립시다. “주님, 당신이 원하신다면, 저를 낫게 해주실 수 있으십니다!” 우리 앞에 예수님의 모습을 모셔둔다면, 그리스도의 마음이 무엇과 같은지 깨닫는다면, 우리는 그러한 말씀을 아뢸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마음은 가엾은 마음입니다. 우리의 고통을 짊어지시며, 우리의 죄, 우리의 잘못, 우리의 실패를 당신 스스로 짊어지시는 마음입니다.

하지만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 우리를 사랑하시는 마음입니다. “주님, 당신이 원하신다면, 저를 낫게 해주실 수 있으십니다!” 이런 까닭에 예수님을 제대로 알고, 예수님과 친근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여러분에게 권고했던 내용을 다시 되풀이합니다. 항상 작은 복음서를 지니고 다니며 매일 한 구절씩 읽으십시오. 예수님을 보기 위해, 복음서를 주머니나 가방에 넣거나, 휴대폰 안에도 (어플을 이용해) 넣어서 지니고 다니십시오. 그러면 여러분은 그곳에 있는 그대로의 예수님을, 현존하시는 모습 그대로의 예수님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우리를 사랑하시는, 우리를 아주 많이 사랑하시는, 우리를 너무나도 사랑하시는 예수님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주님, 당신이 원하신다면, 저를 낫게 해주실 수 있으십니다!” 이 기도를 기억합시다. 아름다운 기도입니다. 이방인 여인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이 아름다운 기도로 기도할 수 있도록, 주님이 우리를, 우리 모두를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그 여인은 그리스도인이 아니었습니다. 히브리인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이방인에 불과했습니다.

모든 신자 안에 신앙의 기쁨이 자라고, 일관된 삶의 증거를 통해 그 기쁨을 전달하려는 열망이 자라도록, 예수님께 다가가 “주님, 당신이 원하신다면, 저를 낫게 해주실 수 있으십니다!”라고 아뢸 용기를 우리에게 주시도록, 동정 마리아께서 당신 기도를 통해 전구해주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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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8월 2020, 2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