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1594548965292.JPG

“오직 하느님 말씀이 우리를 자유롭게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7월 12일 연중 제15주일 삼종기도를 통해 “우리 자신과 우리 형제들을 위한 좋은 열매를 얻기” 위해서는 주님의 말씀을 받아들여야 하고 가시덤불과 돌밭이 없는 “비옥한 땅”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번역 이창욱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번 주일 복음(마태 13,1-23 참조)에서 예수님은 많은 군중에게,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를 들려주십니다. 씨 뿌리는 사람은 네 가지 다른 형태의 땅에 씨를 뿌립니다. 씨앗으로 상징되는 하느님 말씀은 추상적인 말씀이 아니라, 마리아의 태중에서 사람이 되신 하느님의 말씀, 곧 그리스도 자체입니다. 그러므로 하느님 말씀을 받아들이는 것은 그리스도의 인격, 곧 그리스도 자체를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느님 말씀을 받아들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우리는 길바닥처럼 하느님 말씀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길바닥에 씨앗이 떨어지면 새들이 와서 금방 먹어버리죠. 이런 태도는 주의가 산만한, 우리 시대의 큰 위험이기도 합니다. 수많은 험담, 수많은 이념, 지속적으로 집 안팎을 어지럽힐 가능성에 시달리며, 침묵과 묵상의 맛, 주님과의 대화의 맛을 잃을 수 있습니다. 결국에는 신앙을 잃고 하느님 말씀을 받아들이지 못할 위험을 맞이하게 됩니다. 우리는 모든 것, 세속적인 모든 일에서 벗어나, 모든 것을 바라봐야 합니다.

또 다른 가능성도 있습니다. 흙이 많지 않은 돌밭처럼 하느님 말씀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곳에서 씨앗은 싹을 빨리 틔우지만, (흙이 깊지 않아) 뿌리를 깊이 내리지 못하기에 금세 말라버립니다. 순간적인 열정으로 하느님 말씀을 받아들이지만, 피상적으로만 머물며 하느님 말씀에 동화되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또한 이 같은 경우에는, 처음으로 어려움을 만나면 삶의 혼란과 고통으로 여깁니다. 그런 신앙은 돌밭 한가운데에 떨어진 씨앗이 말라버리듯이, 사라져버리는 여전히 약한 신앙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가시덤불이 자라고 있는 땅처럼 하느님 말씀을 받아들일 수도 있습니다. 이것은 예수님이 비유에서 말씀하시는 세 번째 가능성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가시란 부와 성공의 속임수, 세속적인 근심의 속임수를 말합니다. (...) 그런 곳에서 말씀은 다소 자라나긴 하지만, 숨이 막혀서 굳건하게 살아남지 못하고, (결국) 죽어버리거나 열매를 맺지 못합니다.

마침내 네 번째 가능성으로, 우리는 좋은 땅처럼 하느님 말씀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오직 여기서만 씨앗이 뿌리를 내리고 열매를 맺습니다. 비옥한 땅에 떨어진 씨앗은 말씀을 듣고, 받아들이며, 마음속에 간직하고, 매일의 삶에서 실천하는 이들을 드러냅니다.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는 어느 정도 모든 비유의 “어머니”라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 비유는) 말씀의 경청에 대해 말하기 때문입니다. 하느님 말씀은 풍성하고 효과적인 씨앗이라는 것을 우리에게 일깨워줍니다. 그런데 하느님은 버려지는 것을 개의치 않으시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씨앗을 도처에 뿌리십니다. 하느님의 마음이 이와 같습니다! 우리 각자는 말씀의 씨앗이 떨어지는 땅입니다. 아무도 예외가 없습니다. 말씀은 우리 각자에게 주어졌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자문해볼 수 있습니다. ‘나는 어떤 종류의 땅인가? 길, 돌밭, 가시덤불 중 어디에 가까운가?’ 만일 우리가 원하기만 한다면, 하느님의 은총으로 우리는 좋은 땅이 될 수 있습니다. 말씀의 씨앗을 자라게 하기 위해, 주의를 기울여 일구고 경작한 좋은 땅 말입니다. (말씀의) 씨앗은 이미 우리 마음속에 있지만, 결실을 맺게 하는 것은 우리에게 달려 있습니다. 이 씨앗을 잘 간직하기 위해 얼마나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종종 우리는 너무 많은 우리의 관심사와 너무 많은 흥밋거리에 마음을 빼앗기고, 수많은 말과 목소리 사이에서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유일한 주님의 말씀을 식별하는 걸 어려워 합니다. 이런 까닭에 하느님 말씀을 듣고 읽는 것에 습관 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한 번 더 다음과 같이 권고합니다. 항상 작은 복음서를, 소책자로 된 복음서를 주머니나 가방에 넣어서 지니고 다니십시오. (...) 그런 식으로 매일 조금씩 (복음을) 읽으십시오. 하느님 말씀을 읽고, 하느님이 여러분에게 주시는 씨앗이 어떤 것인지 잘 깨닫고, 나는 그 씨앗을 어떤 땅으로 받아들이는지 생각하는 데 익숙해질 수 있도록 말입니다.

비옥하고 좋은 땅의 완벽한 본보기이신 동정 마리아께서, 당신의 기도를 통해, 우리가 우리 자신과 우리 형제들을 위해 좋은 열매를 얻을 수 있도록, 가시덤불이나 돌밭이 아니라 씨앗이 자랄 수 있는 좋은 땅이 되게 우리를 도와주시길 빕니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용시에는 출처를 밝혀주시고, 임의 편집/변형하지 마십시오)

12 7월 2020, 10: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