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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가난한 이들의 소리 없는 외침을 듣고 손길을 뻗으십시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제4차 세계 가난한 이의 날 담화문에서 코로나19 대유행이 우리를 시련에 빠뜨렸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아울러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몸짓”과 같은 선행들에 대한 여러 이야기도 발견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교황은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서로에게 도움과 위로를 주면서 전염과 공포에 맞서 싸웠다고 설명했다.

Benedetta Capelli / 번역 박수현

가난한 이들을 돕고자 뻗은 손길, 사람들을 구하는 일에 준비된 손길, “찢어진 마음”으로 병자를 축복하는 손길이 있다. 이는 아름다운 미소와 함께 “그리스도의 제자로 살아가는 기쁨”을 보여주는 이들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오는 2020년 11월 15일에 지낼 ‘제4차 세계 가난한 이의 날’ 담화문에서 이 같이 말했다. 교황은 6월 13일자로 반포된 이번 담화문에서 이러한 구체적인 몸짓 안에는 하느님을 향한 기도와 믿음이 받쳐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가난한 이에게 네 손길을 뻗어라”(집회 7,32). 교황은 집회서의 이 구절을 묵상하며 시작했다. 교황은 코로나19 대유행에서 비롯한 여러 가지 물음을 묵상하면서 “많은 선행들”이야말로 “무관심의 세계화”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무관심의 세계화”란 우리를 이기주의와 냉소주의의 공범자로 만드는 악으로, 이웃의 어려운 상황을 보고도 손길을 뻗는 게 아니라 팔짱만 낀 채 무뎌지는 것이다. 교황은 온 교회가 가난한 이들의 “소리 없는 외침”을 듣고 각자 성찰해보자고 호소했다. 왜냐하면 하느님 백성은 증거하고 연대를 이루기 위해 함께 응답하라는 부르심을 받았기 때문이며, 그리스도인에게는 공동선이 “기본적인 요구에 있어서 인간의 존엄이 침해된 이들을 아무도 잊지 않도록 노력하는 삶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기도와 연대는 불가분의 관계

교황은 집회서의 고대 지혜 속에는 가난이 “항상 다양한 얼굴을 하고” 있으며, 각각의 특정 상황에서 우리의 관심을 호소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러한 가난한 이들에게서 우리가 주 예수님을 만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집회서에는 창조주 하느님과의 친밀한 관계에 비추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귀중한 조언들을 발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느님에 대한 이러한 끊임없는 언급은 구체적으로 인류를 살펴보는 작업을 방해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 두 가지는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 하느님께 바치는 기도와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들과 나누는 연대는 서로 분리될 수 없습니다.” 아울러 우리가 가난한 이들에게 봉사하며 그들을 동반할 때 기도는 목표를 성취하고 주님의 축복이 우리에게 내린다. 

시계를 보지 마십시오 

“가난한 이들을 보살피는 결단은 우리가 시간이 날 때 혹은 개인의 이익으로 영향을 받는다거나 혹은 인간을 누락한 사목 계획이나 사회사업 계획으로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됩니다. 하느님 은총의 힘이 우리 자신을 언제나 첫째 자리에 두는 이기적 경향에 국한될 수는 없습니다.” 하느님의 자비에 힘입어 약한 이를 지지하고 고통받는 이를 위로하는 등 구체적인 헌신이 우리를 “완전한 인간의 삶”으로 변화시킨다. 가난한 이들을 도우려면 우리가 먼저 복음적 가난을 살아내야 한다. “인류 가족의 어떤 구성원이 뒤쳐져 있고 그늘에 가려져 있는 데도 우리가 ‘괜찮다’고 느껴서는 안 됩니다.”

“수많은 가난한 이들의 소리 없는 외침이 언제나 어디서나 최전방에 있는 하느님의 백성을 찾을 수 있어야 합니다. 하느님 백성은 그토록 많은 위선과 미완의 약속들 앞에서도 가난한 이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보호하고 지지하며, 이들이 공동체의 삶에 참여할 수 있도록 초대해야 합니다.”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몸짓

그리스도인에게 있어 공동선은 “삶의 의무”다. 이는 “인간의 기본적인 요구에 있어서 인간의 존엄이 침해된 이들을 아무도 잊지 않도록” 증거하고 나누는 일이다. 교황은 우리가 종종 잊고 지내는 현재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몸짓을 떠올렸다. “우리 삶의 진로를 뒤엎는 일이 일어날 때라야 우리의 눈은 우리 한가운데에 살아가면서 하느님의 현존을 반영하는 ‘옆집’의 성인의 선함을 볼 수 있게 됩니다.” 이는 희망을 열고 더 전진하라는 몸짓이다.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는 선행의 손길들

교황은 현재 사건도 강조했다. 코로나19로 야기된 “고통”과 “죽음”, “낙심” 그리고 “혼돈”에 빠져버린 세상에서, 교황은 (현 상황과 환자들을) 우려하는 의사들을 비롯해 초과근무를 하며 일하는 간호사들, 감염의 위험에 노출된 약사들, 가난한 이들을 돕는 자원봉사자들, 찢어진 마음으로 병자들을 축복하러 온 성직자들이 내뻗은 손길들을 강조했다. “우리는 내뻗은 다른 손길들에 대해 계속 말할 수 있습니다. 이 손길들은 많은 선행으로 이뤄진 일련의 위대한 호칭기도와 같습니다. 이 손길들은 도움과 위로를 주기 위해 전염병과 공포를 물리쳤습니다.”

가난한 이들에게 뻗은 손길

교황은 코로나19 사태의 발생이 미처 대비하고 있지 못한 우리에게 “엄청난 혼란과 무력감”을 불러 일으켰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난한 이들을 향해 손길을 내뻗는 일은 그침이 없었다”고 말했다. 교황은 코로나19 사태가 “우리 가운데 있는 가난한 이들의 존재와 그들이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더욱 잘 알게 했다”고 설명했다. 자선단체나 자비의 활동은 즉흥적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손길이 필요한지에 대한 현실 인식에서 출발해 매일 끊임없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위태로운 우리의 확실성

코로나19 대유행은 한편으로 우리에게 이동의 “자유를 제한”했고, 우리의 “한계”를 느끼게 했다. 아울러 사랑하는 이와 일자리를 앗아갔다. 다른 한편으로 우리에게 두려움이 무엇인지 알게 했으며, “본질적인 것에 우리의 눈을 고정하고 단순함의 중요성을 재발견”하도록 이끌었다. 또한 교황은 이번 사태로 우리가 “새로운 형제애”를 얼마나 필요로 하는지도 알게 됐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이웃을 비롯한 모든 이에 대한 책임의식을 회복하지 않는다면 심각한 경제적, 재정적, 정치적 위기는 계속될 것입니다.”

닫힌 손들

교황은 너그러운 손길과 대조되는 “호주머니에 넣은 손”에 대해 설명했다. “(이들은) 가난의 상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손을 호주머니에 찔러 넣고 꺼내지 않으려고 합니다. (...) 무관심과 냉소가 그들의 일용할 양식입니다.” “그들은 세계의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돈을 이체하려고 컴퓨터 자판을 두드릴 때 손을 뻗습니다. 소수 엘리트의 부를 위해 수백만 명의 극심한 빈곤이 발생하고 한 국가가 파멸됩니다. 그들은 어린이를 포함한 다른 사람들에게 죽음과 빈곤의 씨앗을 뿌리는 무기매매로 돈을 축적하려고 손을 뻗습니다.” 교황은 또한 마약을 팔거나 부패와 불법적인 이득을 위해 은밀히 뇌물을 건네는 손도 있다고 말했다.

“위선적인 기회주의로 자기 자신은 지키지도 않는 법을 제정하려고 뻗는 손도 있습니다. 이런 모든 시나리오 속에서 배척된 이들은 계속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른 이들을 배척하는 생활 양식을 유지하고자, 또는 이기적인 이상을 열광적으로 좇고자, 사람들은 무관심의 세계화를 펼쳐 왔습니다.”

이러한 손들이 온 세상을 위한 정의와 평화의 도구로 변모할 때 비로소 정화될 수 있다고 교황은 강조했다.

사랑의 계획

“모든 언행에서 너의 마지막 때를 생각하여라”(집회 7,36). 집회서에서 말하는 바와 같이 “우리의 모든 행동의 마지막은 사랑 아닌 다른 것일 수 없습니다.” “이것이 우리 여정의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그 무엇도 이 목표를 방해해서는 안 됩니다. 이 사랑은 나누며, 헌신하고, 봉사하는 것이지만, 우리가 처음 사랑받고 사랑으로 깨어났다는 사실을 발견함으로써 시작됩니다.” 

주어진 미소

이는 어머니가 아기를 향해 기뻐하며 맞아들이는 미소에서 피어나는 사랑이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제자로 살아가는 기쁨에서 영감을 받아 조용하고 겸손하게 가난한 이들을 돕는 미소로 풍요로워질 수 있다. 교황은 가난한 이들의 어머니인 성모 마리아를 바라보며 담화문을 마무리했다. 

“가난한 이들의 어머니께 드리는 우리의 기도가 당신께서 그토록 사랑하시는 자녀들과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그들을 섬기는 이들 모두를 일치시켜 주길 빕니다. 그리고 그 기도가 우리의 내뻗은 손을 형제애를 재발견하고 나누는 포옹의 몸짓으로 변화시키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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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6월 2020, 19: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