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Vatican News

“‘나’에서 ‘하느님’으로 넘어간다면 삶이 바뀝니다”

“예수님께 마음을 열고, 복음을 읽으며 그분께 귀 기울이고, 오직 그분 안에서 참된 길을 찾을 수 있도록 기도하십시오.” 프란치스코 교황은 4월 26일 부활 제3주일 부활 삼종기도에서 엠마오의 제자들에 관한 이날 복음을 해설했다.

번역 이창욱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안녕하세요!

부활절을 배경으로 한 오늘 복음은 엠마오의 두 제자에 대한 사화를 들려줍니다. 여정으로 시작해 여정으로 끝나는 이야기입니다. 먼저, 예수님 사건의 결말 때문에 슬픔에 잠겨 예루살렘을 떠나 대략 11킬로미터를 걸어서 집으로, 엠마오로 돌아가는 제자들의 편도여행이 있습니다. 여행 길 대부분이 (예루살렘 도성에서) 내려가는, 낮 동안에 벌어진 여정이었습니다. 그리고 돌아가는 여행이 있습니다. 다시 11킬로미터를 돌아가야 하는 여정이지만, 해가 져서 밤이 되었고, (남은) 여정은 하루 종일 걸었던 피로 이후의 오르막길 여정입니다. 그러니까 두 가지 여정이 있는 셈입니다. 곧, 낮 동안 걷는 쉬운 여정과 밤 동안 걷는 힘든 여정입니다. 그럼에도 첫 번째 (낮의 여정은) 슬픔 속에서 이루어졌고, 두 번째 (밤의 여정은) 기쁨 속에서 이루어집니다. 첫 번째 여정에선 그들 곁에서 걸으시는 주님이 계십니다. 하지만 그들은 그분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두 번째 여정에선 더 이상 주님을 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그분을 가까이 느낍니다. 첫 번째 여정에서 그들은 낙담했으며 희망이 없었습니다. 반면에 두 번째 여정에서 그들은 부활하신 예수님과의 만남에 대한 기쁜 소식을 다른 이들에게 전하려고 뛰어갑니다.

이 첫 제자들의 전혀 다른 두 가지 여정은 오늘날 예수님의 제자들인 우리에게, 인생에서 우리가 두 가지 반대 방향 앞에 맞닥뜨린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그 두 제자가 거쳤던 편도여행처럼, 삶의 실망으로 인해 어쩔 줄 몰라 슬픔에 잠겨 앞으로 나아가는 길이 있습니다. 그리고 자기 자신이나 자기 문제를 첫째 자리에 두지 않고 우리를 찾아주시는 예수님과 그분의 방문을 기다리는 형제들, 다시 말해 우리가 그들을 돌보도록 기다리는 형제들을 첫째 자리에 두는 사람의 길이 있습니다. 바로 여기에 전환점이 있습니다. 자기 자신 주위만 맴도는 걸 그치는 것입니다. 과거의 실망, 실현되지 못한 이상, 자신의 삶에서 일어났던 수많은 불행한 일들에 연연하지 않는 것입니다. 우리는 많은 경우 그 자리에 맴돌고, 머뭅니다. (...) (그런 것에서) 벗어나 삶의 가장 위대하고 참된 현실을 바라보며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예수님이 살아 계시고, 예수님이 나를 사랑하신다는 현실 말입니다. 이야말로 가장 위대한 현실입니다. (이로써) 나는 타인을 위해 무엇인가 할 수 있습니다. 긍정적이고, 빛나며, 아름다운, 그야말로 멋진 현실입니다! 역진(逆進)이란 이런 것입니다. ‘나 자신’에 대한 생각에서 ‘나의 하느님’이라는 현실로 넘어가는 것입니다. 언어유희 같지만, ‘만일(se)’에서 ‘그래(네)(sì)’로 넘어가는 겁니다. ‘만일’에서 ‘그래’로 말입니다. 무슨 뜻입니까? ‘만일 그분이 우리를 해방시켜주셨다면, 만일 하느님께서 내 말을 들어주셨다면, 만일 삶이 내가 원하는 대로 되었다면, 만일 내가 이것과 저것도 가진다면, (...)’ (‘만일’은) 불평의 어조를 띠고 있죠. 이러한 ‘만일’은 도움이 안 되고, 풍요롭지 않을뿐더러, 우리나 타인을 도와주지도 못합니다. 우리의 ‘만일’은 두 제자의 태도와 유사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그래’로 넘어갑니다. ‘그래, 주님은 살아 계시고, 우리와 함께 걷고 계십니다. 그래요, 내일이 아니라, 지금, 그분을 선포하러 걸읍시다.’ ‘그래, 사람들이 더 행복해지도록, 사람들이 더 나아지도록, 많은 사람들을 돕기 위해, 나는 이 일을 할 수 있어. 그래, 물론이야. 난 할 수 있어.’ ‘만일’에서 ‘그래’로, 불평에서 기쁨과 평화로 넘어가야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불평하면기쁨 안에 머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회색 빛 속에, 어두침침함 속에, 슬픔의 우울한 분위기 속에 파묻힙니다. 그리고 이런 것은 우리를 잘 자라게 도와주지도 못합니다. ‘만일’에서 ‘그래’로, 불평에서 봉사의 기쁨으로 넘어가야 합니다.

‘나’에서 ‘하느님’으로, ‘만일’에서 ‘그래’로, 이러한 걸음의 변화가, 제자들에게는 어떻게 일어났습니까? 예수님을 만나면서 변화되었습니다. 엠마오의 두 제자는 처음엔 그들의 마음을 그분께 열었고, 그런 다음 성경을 설명하시는 그분께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런 다음 그분을 집으로 초대했습니다. 우리의 집에서 우리 또한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세 가지 과정입니다. 첫 번째 단계는 예수님께 마음을 열고, 삶의 무게, 고통, 실망을 그분께 맡기며, 우리의 온갖 ‘만일’을 그분께 내어 맡기는 것입니다. 두 번째 단계는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복음을 손에 들고, 오늘, 루카 복음 24장에 나오는 이 구절을 읽는 것입니다. 세 번째 단계는 그 제자들이 했던 말과 똑같은 말로 예수님에게 기도하는 것입니다. ‘주님, 저희와 함께 묵으십시오’(루카 24,29). 주님, 저희와 함께 묵으십시오. 저희는 길을 찾기 위해 당신이 필요하오니, 주님, 저희 모두와 함께 머무십시오. 주님 없이는 밤에 지나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삶에서 우리는 항상 여정 중에 있습니다. 우리가 향하고 있는 방향에 따라 우리는 변화됩니다. ‘나’의 길이 아니라 ‘하느님’의 길을 택합시다. ‘만일’의 길이 아니라, ‘그래’의 길을 택합시다. 예수님과 함께한다면 부딪히지 못할 그 어떤 예기치 못한 일이란 없으며, 오르막길도 없으며, 밤도 없습니다. 말씀을 받아들이며 당신 자신의 전 생애를 하느님께 ‘네(sì)’가 되게 하신, 여정의 어머니 성모님이 우리에게 길을 알려주시길 빕니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용시에는 출처를 밝혀주시고, 임의 편집/변형하지 마십시오)

26 4월 2020, 2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