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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금요일… 칸탈라메사 신부 “하느님은 바이러스와 동맹을 맺지 않으셨습니다”

교황청 강론 전담 사제 라니에로 칸탈라메사 신부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성 베드로 대성전 ‘성 베드로 사도좌’ 제대에서 거행한 ‘주님 수난 예식’ 강론에서 코로나19로 감염된 지구에 관한 묵상을 나눴다. “하느님은 모든 아버지와 어머니처럼 고통을 겪으시며, 우리가 고통을 극복할 수 있도록 우리의 고통에 동참하고 계십니다.”

Debora Donnini / 번역 안주영

교황청 강론 전담 사제 라니에로 칸탈라메사 신부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거행한 성금요일 주님 수난 예식 강론을 통해 인류의 시선이 십자가에 못 박힌 하느님의 아드님께로 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이 있는 보이지 않는 ‘뱀’에게 물렸을 때 부활하신 주님을 신앙으로 바라보는 이는 죽지 않습니다(민수 21,8-9 참조). 그리고 죽더라도 영원한 생명으로 들어갈 것입니다.” 올해 성금요일 주님 수난 예식은 예전처럼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하느님께 도움을 청하며 시작했는데, 조각가 로렌조 베르니니가 만든 장엄한 발다키노(baldacchino) 아래에 있는 중앙제대(‘고백의 제대’)가 아니라 ‘성 베드로 사도좌’ 제대에서 거행됐다. 아울러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대성전을 가득 채우던 군중도 없이 소수의 신자들만 참례한 가운데 조촐하게 진행됐다.이렇게 유례없이 거행된 주님 수난 예식은 말과 행위 안에 반영됐다.

전능하다는 착각에서 깨어남

교황은 붉은 천으로 가려진 기적의 나무 십자고상 앞에 엎드리며 주님 수난 예식을 시작했다. 이 십자고상은 ‘산 마르첼로 알 코르소 성당’에서 모셔온 것이다. 14세기 후반부터 수세기 동안 신자들은 이 십자고상을 바라보며 도움을 청했다. 바닥에 완전히 엎드린 교황은 참으로 세상의 모든 고통을 짊어진 것 같았다. 특히 이번 2020년의 특별한 엎드림은 고통과 죽음을 씨 뿌리는 작고 보이지 않는 적(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한 것이었다. “코로나19 대유행은 개인과 인류가 항상 겪어왔던 가장 큰 위험, 곧 ‘전능하다는 착각’에서 우리를 갑작스레 일깨워줬습니다. 또 우리가 죽을 운명에 처한 존재이고, ‘군사력과 기술로는 우리 자신을 구원할 수 없다’는 사실도 떠올렸습니다.” 칸탈라메사 신부의 묵상은 인간의 가장 심오한 질문이 나오는 고통 앞에서 그 고통의 깊은 의미를 파헤쳐 나갔다. 

하느님은 인류를 덮친 재앙 때문에 눈물 흘리십니다

수난 복음이 봉독된 후 칸탈라메사 신부는 하느님의 행위에 심도 있게 들어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모자이크 화가 제임스 손힐(James Thornhill)의 일화를 사례로 들었다. 화가가 런던에 있는 성공회 소속 성 바오로 주교좌 성당에서 자신이 그린 프레스코화를 살펴보다가 발판에서 떨어질 뻔한 사건이다. 그의 조수는 화가가 뒷걸음치지 않고 앞으로 한 걸음 뛸 수 있도록 작품 위에 붓을 던졌는데, 이로써 작품은 손상됐지만 결국 화가를 살렸다는 이야기다. 칸탈라메사 신부는 “하느님은 코로나바이러스로 우리의 오만한 기술문명이라는 프레스코화에 붓을 내던지시는 분이 아님”을 명확히 하면서, 하느님이 종종 “우리가 볼 수 없는 파멸에서 우리를 구하시려고 우리의 계획과 평온을 뒤엎으신다”고 말했다. 

칸탈라메사 신부는 “하느님은 우리와 동맹을 맺으신 분이지, 바이러스와 동맹을 맺으신 게 아니”라며 성경 말씀을 인용했다. “나는 평화를 위한 계획이지 비탄을 위한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예레 29,11 참조). “이러한 재앙이 하느님의 징벌이라면, 왜 선한 이와 악한 이를 동일하게 덮치고, 가난한 이들이 대부분 더 큰 영향을 받게 되는지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그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큰 죄인이라서 그럴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라자로의 죽음 때문에 눈물 흘리셨던 그분은 인류를 덮친 재앙 때문에 오늘도 눈물 흘리고 계십니다. 그렇습니다. 하느님은 모든 아버지와 어머니처럼 ‘고통을 겪고 계십니다.’ 이러한 사실을 깨닫는 날, 우리가 삶 속에서 그분을 거슬러 했던 모든 비난을 부끄러워할 것입니다. 하느님은 우리가 고통을 극복할 수 있도록 우리의 고통에 동참하고 계십니다.” 

인류가 더욱 풍요로운 세상이 되도록 맡깁시다

칸탈라메사 신부는 이 어려운 시기에 사람들 사이에서 드러난 연대와 일치의 결실들에 대해 설명했다. “우리는 장벽을 쌓아야 한다는 것을 잊어버렸습니다.” 이어 그는 바이러스가 인종, 종교, 부, 권력의 장벽을 순식간에 무너뜨렸다고 상기시키면서, 포기(물러섬)를 더욱 두려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죽음, 고통, 의료진들의 헌신을 헛되게 만들지 않도록 이제는 “비극적인 무기 경쟁”을 멈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젊은이 여러분, 온 힘을 다해 외치십시오. 무엇보다 여러분의 운명이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군비축적에 소비되는 무한한 자원들을 건강, 보건, 식량, 빈곤퇴치, 인간 돌봄 등 시급한 상황을 해결하는 목적으로 써 주길 바랍니다. 우리에게 다가올 세상이 때론 물적 경제적으로 더더욱 빈곤해질 수 있지만, 인류가 더더욱 풍요로운 세상이 되도록 우리를 내어 맡깁시다." 

코로나 19 대유행으로 고통받는 이를 위한 기도

교황은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비상사태를 맞아 주님 수난 예식의 보편 지향 기도에 덧붙일 지향을 제시했다. 곧 교회, 교황, 모든 성직자와 신자, 예비 신자들, 그리스도인들의 일치, 유다인들, 그리스도를 믿지 않는 이들, 하느님을 믿지 않는 이들, 위정자들, 고통받는 이들을 위한 지향과 더불어 코로나19 때문에 고통받는 이들을 위한 기도를 바쳤다. 부제가 기도 지향을 알린 다음 교황의 기도가 크게 울려 퍼졌다.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하느님, 특히 약한 사람들을 돌보시고 구원해 주시니 하느님의 나약한 모든 자녀가 지금 감염병 확산으로 겪는 고통을 인자로이 굽어보시고 풍성한 은총을 내리시어 병자들의 고통을 덜어주시고 환자들을 보살피는 이들에게 힘을 주시며 세상을 떠난 이들에게는 영원한 안식을 주시고 이 고난의 시기를 보내는 저희는 모두 하느님의 자비로 위로를 얻게 하소서.”

십자가 경배

보편 지향 기도가 끝나자 십자가 경배에 들어가기에 앞서 부제가 세 단계에 걸쳐 십자고상을 가린 붉은 천을 벗겨냈다. 교황은 십자고상 앞에 기도하며 머물렀고, 예식에 참례한 소수의 신자들과 함께 침묵 가운데 십자가를 경배했다. 코로나19 비상사태 때문에 교황 혼자 십자고상에 입을 맞추었지만, 이 입맞춤은 온 인류의 입맞춤을 의미했다. 로마에서 대역병의 종식을 청하며 자주 기도했던 산 마르첼로 알 코르소 성당의 이 십자고상은 코로나19 대유행의 위기를 맞아 2주 전 금요일인 지난 3월 27일 특별 기도를 위해 바티칸으로 옮겨왔다. 십자고상은 바티칸에서 거행되는 성주간 예식에도 내내 함께했다.

새로운 생명을 얻기 위한 부활

칸탈라메사 신부는 십자가가 원인보다 결과를 통해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십자가에서 흘러 넘치는 하느님 평화의 결말이 바로 이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인간의 “고통의 의미”를 변화시켰으며, 고통은 더 이상 징벌을 뜻하지 않고 하느님의 아드님이 스스로 십자가를 짊어지심으로써 구원의 표징이 됐다고 강조했다. “하느님은 ‘고통의 잔을 남김없이’ 마셨습니다. 이를 통해 고통의 잔에는 독이 아니라 깊은 곳에 진주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셨습니다. 이제 모든 고통은 세상 모든 이를 위한 ‘구원의 보편적 성사’가 됐습니다. 하느님의 아드님은 그저 몇 명을 위해서가 아니라 모든 이를 위해 돌아가셨기 때문입니다.”

칸탈라메사 신부는 앞으로 우리의 삶을 묵상했다. “우리는 무덤에서 나와 다시 살게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우리에게 있어 무덤은 (격리돼 있는) 우리의 집입니다.” 아울러 우리의 소망은 “예전의 삶으로 다시 돌아가는 게 아니라, (부활하신) 예수님처럼 새로운 생명, 곧 더욱 인간적이고, 형제적이며, 그리스도인다운 삶”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칸탈라메사 신부는 다음과 같이 강론을 마쳤다. “하느님은 악을 선동하지 않으십니다.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당신 아드님이 죽기를 바라지 않으셨지만, 당신 아드님이 자기 자신의 길을 갈 수 있도록 인간의 자유와 본성을 허락하셨습니다. 이 모든 것을 어떤 이는 우연이라고 부르는 데 반해 성경은 ‘하느님의 지혜’라고 칭합니다.” 주님 수난 예식은 영성체로 마무리됐다. 회중은 부활 성야 전까지 지속될 침묵 가운데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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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4월 2020, 1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