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부활 메시지와 교황 강복(Urbi et Orbi) “이기심과 분열이 아닌 연대가 필요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주님 부활 대축일 미사’ 직후 전통적인 부활 강복을 내렸다. 교황은 부활 메시지에서 즉각적인 글로벌 휴전과 전쟁무기 생산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보건 위기를 비롯해 잊혀진 많은 긴급한 사태들도 상기시켰다.

Cecilia Seppia / 번역 이정숙

모든 국가들이 긴급 상황과 자국민 보호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기에, 이 시간부터 앞으로는 무관심, 이기심, 분열과 망각 같은 말을 없애고, 글로벌 휴전을 통해 분쟁을 멈추며, 국가 부채를 탕감할 수 없다면 줄여주면서 국제 제재를 완화해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역사상 처음으로 바티칸 대성전 내부 중앙제대(‘고백의 제대’) 문 앞에서 진행된 ‘로마와 온 세상에’ 보내는 부활 메시지와 교황 강복(Urbi et Orbi)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예년처럼 성 베드로 광장에 울려퍼지는 울림과 강복의 발코니(Loggia delle Benedizioni)에 대한 시각적 강렬함은 없었지만, 올해 위성 방송으로 중계된 교황의 부활 메시지는 모든 이에게 선포하는 다음과 같은 교회의 목소리와 함께 오늘날 코로나19 판데믹으로 고통받는 세계 곳곳으로 강하게 퍼져나갔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셨습니다. 참으로 부활하셨습니다.” 

교황은 다섯 대륙에 관한 언급을 하기 전에 (예수 그리스도가 부활하셨다는 것은) 단순히 축하하거나 문제를 사라지게 하는 마술의 말이 아닌, 죽음을 이기는 사랑, 곧 “하느님의 권능에 대한 배타적 표시”인 악을 물리치는 선에 대한 확신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이미 너무 많은 희생자를 내고 모든 국가의 경제에 피해를 입힌 코로나19로 인해 상처입고 슬퍼하는 인류에게 “희망에 대한 감염”과 이러한 자유의 힘을 기원했다. 

하느님은 우리를 홀로 내버려두지 않으십니다

교황의 첫 관심은 다시 한번 환자들, 세상을 떠난 이들과 그들의 가족들에게로 향했다. 이어 노인들과 같이 가장 약한 이들, 요양원, 군 막사, 감옥에서 생활하고 있는 이들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육신의 고통부터 경제문제에 이르기까지, 코로나19 판데믹이 일으키고 있는 애도와 불안을 경험한 많은 이들에게는 외로운(고독한) 부활입니다. 이 전염병은 우리에게서 애정뿐 아니라 각 개인이 성사, 특히 성체성사와 화해성사에서 흘러나오는 위로를 받을 가능성도 빼앗았습니다. 많은 나라들에서 성사를 받기란 불가능하겠지만, 주님은 우리를 홀로 내버려두지 않으셨습니다. 기도 안에서 일치하며 우리는 그분이 우리 머리 위에 당신 손을 얹으시고 우리에게 ‘두려워하지 마라!’고 힘차게 반복하고 계시다는 것을 확신합니다.”

국제 제재 완화하기

교황은 그리스도의 부활을 축하하면서 △생명을 희생하면서까지 치료와 사랑의 증거를 보여준 의사와 간호사와 일상의 영웅들 △필수적으로 필요한 서비스를 보장하기 위해 일하는 이들과 시민들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공헌한 경찰들 △실직으로 고통받는 이들 △모든 이로 하여금 품위있는 삶을 영위하도록 노력하는 정치 지도자들을 떠올렸다. 이어 교황은 가장 약한 이들과 세상의 변두리에서 살아가고 있는 이들에 대한 무관심을 없애고, 이러한 형제자매들을 위해 적절한 의료 원조의 가능성 모색을 촉구하라고 청했다. 

“현 상황을 고려할 때, 시민들에게 적절한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몇몇) 나라가 혜택을 받을 가능성을 가로막는 국제 (경제) 제재를 완화하고, 특히 가장 가난한 나라에 재정적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국가) 부채를 탕감할 수 없다면, (적어도) 줄여줌으로써 모든 나라가 제때 필요한 것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합시다.”

유럽의 도전

교황은 우리가 처한 도전이란 사람들을 가리지 않고 모든 이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이라며, 무관심이 아닌 일치, 이기심이 아닌 연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러한 ‘연대의 이름으로’ 유럽이 오래고도 새로운 적대감을 극복하고 서로 지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늘날 유럽연합은 유럽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미래가 달린 역사적인 도전에 맞닥뜨리고 있습니다. 혁신적인 해결책을 활용함으로써 연대를 입증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마십시오. 다른 선택은 오로지 개별 이익에 대한 이기심, 그리고 과거로 돌아가는 유혹뿐입니다. 이는 미래 세대의 평화로운 공존과 발전을 혹독하게 시험하는 위험을 동반합니다.”

분쟁과 무기매매 중단

교황은 전 세계를 강복하기에 앞서 경계를 모르고 퍼지는 코로나19의 확산과 관련해 이미 지난 3월 29일 삼종기도 당시에 했던 호소를 반복했다. 곧, 지난 9년의 전쟁을 통해 38만4000명의 사망자를 낸 시리아를 시작으로 “세계 모든 지역의 즉각적인 글로벌 휴전”을 호소한 것이다. 교황은 또 예멘, 이라크, 레바논, 우크라이나를 비롯해 끔찍한 테러를 겪은 아프리카의 많은 지역들도 기억했다. 이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분열시키는 오랜 분쟁을 떠올리며 다음과 같이 권고했다. “지금은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해 대화를 다시 시작해야 할 때입니다. 양측 모두 평화롭게 살아가기 위해서 말입니다.” 

“우리의 평화이신 그리스도께서 세상의 모든 곳에서 즉각적인 글로벌 휴전을 위한 호소에 응답하는 용기를 지닐 수 있도록 분쟁의 책임을 지닌 이들을 깨우쳐 주시길 빕니다. 사람들을 치료하고 생명을 살리는 것으로 사용돼야 할 막대한 자본을 소비하면서, 끊임없이 전쟁무기를 생산하고 매매할 시기가 아닙니다.” 

망각에 굴복하지 말기

교황은 분열과 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위험이란 난민, 피난민, 굶주린 많은 사람들의 고통을 자신과 함께 지고가기보다는 많은 긴급사태, 전쟁, 기근, 가뭄을 망각속에 내버려두는 일이라고 교황은 지적했다. 교황은 아시아와 모잠비크 북부의 카부 델가두 주 지역과 같은 아프리카를 넘어 중동을 지나 라틴아메리카에 이르기까지 인도주의적 위기를 먼저 언급했다.

“생명의 주님 (...) 특히 리비아 및 그리스와 터키 국경, 그리고 레스보스 섬의 이주민과 난민들을 보호하소서. 혹독한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는 대다수가 어린이들입니다. 정치, 사회경제, 의료가 심각한 상황에 빠진 베네수엘라의 고통받는 국민들에게 국제적 지원을 허용하도록 구체적이고, 즉각적인 해결책에 이를 수 있도록 허락하소서.”

교황은 라디오와 텔레비전으로 연결된 사람들에게 전대사를 부여한다고 선포한 후 ‘로마와 온 세상에’ 교황 강복을 내렸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용시에는 출처를 밝혀주시고, 임의 편집/변형하지 마십시오)

12 4월 2020, 2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