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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는 구원을 길어내시는 샘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3월 15일 사순 제3주일 삼종기도를 통해 코로나19에 의해 큰 피해를 입은 롬바르디아를 가장 먼저 생각했다. 그런 다음 이날 전례독서에서 제시된 복음구절을 해설하며, 사마리아 여자에게 하신 예수님의 약속을 떠올렸다. 이날 삼종기도는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해 인터넷으로 생중계됐다.

번역 이창욱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 순간 밀라노에서는 마리오 델피니(Mario Delpini) 대주교님이 병자들, 의사들, 간호사들, 자원봉사자들을 위해 종합병원에서 거행된 미사를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대주교님은 기도 중에 하느님 백성 가까이, 그리고 하느님 가까이에 있습니다. 지난 주 인터넷에 올라왔던 사진이 생각납니다. 대주교님이 주교좌 성당 지붕 위에서 성모님께 혼자 기도를 드리던 사진입니다. 저는 모든 사제들, 사제들의 창의성에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이 창의성에 관해 롬바르디아에서 많은 소식이 제게 도착했습니다. 사실 롬바르디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으로 많은 피해를 입었습니다. 하느님 백성이 버림받았다고 느끼지 않도록, 사제들은 백성 가까이 있기 위한 수천 가지 방법을 생각합니다. 사도적 열성을 지닌 사제들은 코로나19의 판데믹(세계적 대유행) 시기에 “아본디오 신부”*처럼 되어선 안 된다는 것을 잘 이해했습니다. 사제 여러분, 정말로 고맙습니다.

*역주: 페스트가 유럽을 휩쓸었던 17세기 롬바르디아를 배경으로 쓰여진 알레산드로 만초니의 소설 『약혼자들』에 나오는 본당신부. 젊은 연인의 혼인식 주례를 맡았지만 권력자의 편에 서서 주례를 포기한다.

사순 제3주일인 이번 주일 복음은 예수님께서 사마리아 여자와 만나는 장면을 소개합니다(요한 4,5-42 참조). 예수님께서는 당신 제자들과 함께 여정 중이셨는데, 사마리아에 있는 한 우물가에 멈추셨습니다. 사마리아인들은 유다인들에게 이단으로 여겨졌고, 하층계급의 시민으로 심한 멸시를 받았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지치셨고 목이 마르셨습니다. 사마리아 여자 하나가 물을 길으러 오자 그분께서는 그 여자에게 청하셨습니다. “나에게 마실 물을 좀 다오”(요한 4,7). 이처럼 그분께서는 모든 장벽을 무너뜨리면서 대화를 시작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그 대화에서 살아있는 물의 신비, 다시 말해 하느님의 선물인 성령의 신비를 그 여자에게 계시하십니다. 사실 그 여자의 놀라운 반응에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십니다. “네가 하느님의 선물을 알고 또 ‘나에게 마실 물을 좀 다오.’ 하고 너에게 말하는 이가 누구인지 알았더라면, 오히려 네가 그에게 청하고 그는 너에게 생수를 주었을 것이다”(요한 4,10). 

이 대화의 중심에는 물이 있습니다. 한편으로 물은 생존을 위한 본질적인 요소로, 육체의 갈증을 채우고 생명을 유지시켜줍니다. 다른 한편으로 물은 하느님 은총의 상징으로, 영원한 생명을 줍니다. 성경의 전통에서 하느님께서는 살아있는 물의 샘이십니다. 시편과 예언서에서 그렇게 말합니다. 살아있는 물의 샘이신 하느님과 그분의 율법에서 멀어지는 것은 심각한 가뭄을 초래합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에서 겪은 체험입니다. 자유를 향한 긴 여정 동안 갈증에 시달렸던 백성은 마실 물이 없었기 때문에 모세와 하느님께 대항했습니다. 그러자 모세는 하느님의 뜻에 따라 바위에서 물이 터져 나오게 했습니다. 바위는 당신 백성을 동행하시는 하느님 섭리의 상징처럼 이스라엘 백성에게 생명을 주었습니다(탈출 17,1-7 참조). 

사도 바오로는 그 바위를 그리스도의 상징으로 해석했습니다. 이렇게 말합니다. “그 바위가 곧 그리스도이셨습니다”(1코린 10,4). 바위는 여정 중인 하느님 백성 가운데 그분의 현존을 나타내는 신비스러운 모습입니다. 사실 그리스도께서는, 예언자들의 환시에 따르면 성령이 솟아나는 성전이십니다. 다시 말해 정화시키고 생명을 주는 살아있는 물이십니다. 구원에 목마른 이는 예수님에게서 (구원의 물을) 거저 길어낼 수 있고, 성령께서 그 사람 안에서 충만하고 영원한 생명의 원천이 되십니다. 예수님께서 사마리아 여자에게 하신 살아있는 물의 약속은 그분의 파스카에서 현실이 됐습니다. 창에 찔린 그분의 옆구리에서 “피와 물이 흘러나왔습니다”(요한 19,34 참조). 제물로 바쳐지신 양이자 부활하신 그리스도는 성령이 솟아나는 샘이십니다. 성령께서는 죄를 용서하시고 새 생명으로 다시 태어나게 하십니다. 

이 선물은 증거의 원천이기도 합니다. 사마리아 여자처럼 살아계신 예수님을 만나는 사람은 누구든지 타인에게 그분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느낍니다. 그렇게 해서 그 여자의 고을사람들이 말했던 것처럼, 모두가 예수님께서 “참으로 세상의 구원자”(요한 4,42)라고 고백하러 몰려들었습니다. 세례를 통해 새 생명으로 태어난 우리 또한 우리 안에 있는 생명과 희망을 증언하도록 부르심 받았습니다. 만일 우리가 찾는 것과 우리의 갈증이 그리스도 안에서 완전히 흡족해진다면, 우리는 구원이란 결국에는 가뭄을 초래하는 이 세상의 “일”에 있는 게 아니라, 우리를 사랑하셨고 또 항상 우리를 사랑하시는 분 안에 있음을 드러낼 것입니다. 그분은 곧 우리에게 주어진, 살아있는 물 안에 계시는 우리 구원자 예수님이십니다.

살아있는 물의 원천이시며, 우리가 마음속에 지니고 있는 사랑과 생명의 갈증을 채워주시는 유일한 분이신 그리스도에 대한 열망을 증진시키도록, 지극히 거룩하신 마리아께서 우리를 도와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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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3월 2020,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