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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사순 담화 “하느님과 함께하는 것은 언제나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는 것입니다”

비록 세상과 교회의 삶 안에 악이 팽배하더라도, 주님께서는 회개를 위한 ‘은혜로운 시간’을 우리에게 허락하신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0년 사순 시기 담화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교황은 복음 선포를 믿는 모든 이가 자신의 삶이 자기 의지에 달려 있다는 거짓을 멀리한다면서, 생명은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고통받는 이들에 대한 연민을 느끼라고 권고했다. 아울러 이번 사순 시기에 예정된 일정 가운데 아시시에서 3월에 열릴 “프란치스코의 경제” 대회를 떠올렸다.

Giada Aquilino / 번역 이창욱

회개하여 주님과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2020년 사순 담화의 권고다. 올해 사순절은 2월 26일 재의 수요일에 시작한다. 사순 담화의 제목은 “우리는 그리스도를 대신하여 여러분에게 빕니다. 하느님과 화해하십시오”(2코린 5,20)이다. 

삶의 행로 바꾸기

교황은 주님께서 우리에게 “우리 회개를 위한 은혜로운 때를 다시 한번” 마련해 주시지만, 우리가 이를 절대 “당연한 것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이 새로운 “기회”에 고마워하며 “우리의 무기력”을 떨쳐 버려야 한다고 권고했다. 

“교회와 세상의 삶과 마찬가지로 우리네 삶속에는 이따금 비극적으로 악이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우리 삶의 행로를 바꿀 수 있도록 주어지는 이러한 기회는, 끊임없이 우리와 구원의 대화를 나누고자 하시는 하느님의 강한 뜻을 드러내 줍니다.“

커뮤니케이션 매체의 무분별한 사용

교황은 당신의 자녀들과 대화하시려는 하느님의 뜻을 “열렬한” 것으로 정의했다. 이러한 하느님의 뜻은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의 첫 번째 회칙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Deus Caritas Est)에 나와 있는 것처럼, “하느님께서 당신 자신을 거슬러” 성자께서 우리의 모든 죄를 “짊어지기까지” 했던 것이다. 교황은 하느님께서 “당신의 원수까지도” 사랑하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하느님께서 당신 아드님의 파스카 신비를 통해 모든 인간과 나누길 바라시는 대화란 “새로운 것을 이야기하고 듣는 일로만 세월을 보내는”(사도 17,21) 잡담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실속 없이 가벼운 호기심으로 이뤄지는 그러한 잡담은 모든 시대의 특징인 세속성을 나타내고, 우리 시대에는 커뮤니케이션 매체의 무분별한 사용으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생명을 내어주십시오

교황의 초대는 “자유롭고도 너그러운 응답”으로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의 위대한 신비”의 “영적인 힘”에 자기 자신을 맡기라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의 기쁨은 예수님 “죽음과 부활에 대한 기쁜 소식”, 곧 복음 선포(Kerygma, 케리그마)에 귀 기울이고 이를 받아들이는 데서 솟아난다고 교황은 말했다.

“이 복음 선포를 믿는 모든 이는 자신의 삶이 자기 의지에 달려 있다는 거짓을 멀리합니다. 오히려 생명은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에서, 우리가 생명을 얻어 넘치게 하려는 그분의 뜻에서 생겨나는 것입니다(요한 10,10 참조). 반대로, ‘거짓의 아비’(요한 8,44)의 달콤한 속삭임에 귀를 기울인다면, 우리는 부조리의 심연으로 끌려 들어가 이미 이 지상에서 지옥을 경험하는 위험에 빠지고 말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개인과 공동체가 경험해 온 온갖 비극적 사건들이 이를 입증해 줍니다.” 

부활의 실현

교황이 지난해 10월 7일 묵주기도의 복되신 마리아 기념일에 라테라노 대성전에서 서명한 이번 사순 시기 담화 문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예수님의 부활은 “이미 지나간 과거의 한 사건이 아닙니다.”

“예수님의 파스카는 성령의 권능으로 언제나 현재가 되어, 고통받는 이들 가운데에 계시는 예수님의 몸을 우리가 믿음으로 알아보고 만져볼 수 있게 해줍니다.”  

허심탄회한 대화

교황은 “회개의 시급성”을 언급하면서, 파스카 신비의 은총 덕분에 우리가 하느님의 자비를 “입었다”고 설명했다. 우리는 이 하느님의 자비를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주님과 ‘얼굴을 마주 대하는’ 관계 안에서만” 체험할 수 있다.

“그분과의 대화는 벗끼리 나누는 허심탄회한 대화입니다. 그러하기에 사순 시기에 기도는 너무나도 중요합니다. 기도는 의무이기에 앞서, 하느님의 사랑에 응답해야 할 시급성을 드러냅니다. 하느님께서는 늘 우리보다 먼저 사랑하시고 그 사랑으로 우리를 도와주시는 분이십니다. 실제로 그리스도인들은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음을 깨닫고 기도합니다. 기도는 다양한 형태로 이뤄질 수 있지만, 하느님 보시기에 진정 중요한 것은 우리 속을 꿰뚫고 무디어진 우리 마음을 다듬어 주어, 우리가 더더욱 하느님께 그리고 하느님 뜻으로 돌아서게 해주는 기도입니다.” 

오늘날 그리스도의 상처

교황은 우리가 “하느님을 향하여 돌아서는 회개의 때와 방식”을 우리 멋대로 좌우할 수 있다는 “오만한 망상”으로 이 은총의 시간을 “헛되이 흘려보내지” 말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우리가 하느님 말씀을 더욱 충실히 받아들일수록 우리는 “거저 베풀어 주시는” 그분 자비를 더욱 깊이 체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스카 신비를 우리 삶의 중심에 놓는다는 것은, 이 세상의 수많은 무고한 희생자들 안에 아로새겨진 바로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리스도의 상처에 대하여 우리도 같은 아픔을 느낀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무고한 희생자들을 양산해 내는 원흉으로는, 전쟁, 태아에서 노인에 이르기까지 인간 생명에 대한 공격, 수많은 형태의 폭력, 환경 재해, 지상 재화의 불공평한 분배, 각종 인신매매, 일종의 우상숭배인 이윤 추구에 대한 끝없는 갈망이 있습니다.” 

함께 나눠야 하는 부(富)

교황은 오늘날 가장 공정한 세상을 이룩해 나가는 데 있어 “개인의 참여”인 “희사(喜捨)를 통해” 가장 궁핍한 사람들과 “자기 재산을 나누려는” 선의의 사람들을 일깨워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선의 나눔은 인간을 더욱 인간답게 해줍니다. 반면에, 부의 축적은 사람을 이기주의에 가두어 버려 인간을 인간답지 못하게 만들 위험이 있습니다. 우리는 더 나아가 경제의 구조적 차원들을 숙고할 수 있고 또 숙고해 보아야 합니다.”

프란치스코의 경제

교황은 이러한 까닭에, 이번 사순 시기 중인 오는 3월 26일에서 28일까지 아시시에서 “젊은 경제학자들과 기업인들과 경제 혁신 주역들(change-makers)이 참여하는 회의”를 소집했다고 설명했다.

“교회의 교도권이 여러 차례 되풀이하여 강조한 대로, 정치는 애덕의 탁월한 형태입니다(비오 11세, 이탈리아 가톨릭 대학생 연맹에 한 연설, 1927.12.18. 참조). 경제도 마찬가지입니다. 경제생활도 복음 정신, 참행복의 정신으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프란치스코의 경제” 대회의 목표는 “지금보다 더 공정하고 포괄적인 경제를 일구어 나가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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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월 2020, 1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