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프란치스코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 

“교회는 울타리가 아니라 가난한 이와 소외된 이를 위해 자기 자신을 태웁니다”

“폭력, 불의, 억압 앞에서 교회는 스스로 문을 닫아 걸지 않으며 소외된 이를 섬기는 공동체여야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연중 제5주일 삼종기도를 통해 그리스도인의 의무를 강조했다. “그리스도인은 죄와 윤리적 타락에 저항해야 하고 그리스도의 빛을 널리 비추며 어둠을 몰아내야 합니다.”

번역 이창욱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 복음(마태 5,13-16 참조)에서 예수님은 당신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마태 5,13.14). 예수님은 그분을 따르고자 하는 이들에게 세상에서 증언하고 현재를 살기 위한 몇 가지 기준을 알려주시려고 이처럼 상징적인 언어를 활용하십니다.

첫 번째 이미지는 소금입니다. 소금은 맛을 내고 음식을 보존하며 부패를 예방합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의 제자는 사회에서 인간의 삶을 더럽히는 좀먹는 균들, 위험한 자들을 멀리하라는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출세주의, 권력, 재력의 세속적인 유혹에 굴복하지 않고, 정직과 형제애의 가치를 증거하면서, 윤리적인 타락과 죄에 저항해야 합니다. 일상적인 실패에도 불구하고 – 우리 모두도 실패하기 때문에 – 자기 잘못의 먼지를 털고 일어나, 용기와 인내를 가지고 다시 시작하며, 매일 타인과 만나고 대화하려고 노력하는 제자가 “소금”입니다. 인정과 박수갈채를 바라지 않고, 섬김을 받으러 온 게 아니라 섬기러 이 세상에 오신(마르 10,45 참조) 예수님의 가르침에 충실하며, 겸손하고 건설적인 존재가 되려고 노력하는 제자가 “소금”입니다. 이러한 태도가 정말 필요합니다!

 

예수님이 당신 제자들에게 제시하시는 두 번째 이미지는 바로 빛의 이미지입니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마태 5,14). 빛은 어둠을 몰아내고 ‘보게’ 해줍니다. 예수님은 어둠을 몰아내신 빛이지만, 어둠은 여전히 세상과 각 사람 안에 남아있습니다. 그분의 복음을 전하고 그리스도의 빛을 널리 비추며 어둠을 몰아내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의무입니다. 우리의 말을 통해서도 빛이 나올 수 있지만, 무엇보다 우리의 “착한 행실”(마태 5,16)에서 빛이 솟아나야 합니다. 제자와 그리스도인 공동체는 타인을 하느님께로 인도하고, 각자가 그분의 선하심과 자비를 체험하도록 도와줄 때 세상의 빛이 됩니다. 예수님의 제자는 “빛”이 됩니다. 편협한 공간을 벗어나 자기 신앙을 살아갈 때, 그리고 편견을 없애고 중상모략을 제거하며 위선과 거짓으로 부패된 상황에 진리의 빛이 들어가게 하도록 기여할 때 말입니다. 빛이 되십시오. 하지만 나의 빛이 아니라, 예수님의 빛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모든 이에게 다다르기 위한 예수님의 빛의 도구입니다. 

비록 우리가 종종 세상에서 죄와 싸움의 상황에 맞닥뜨리더라도, 예수님은 세상 안에서 두려워하지 말고 살아가라고 우리를 초대하십니다. 그리스도인은 폭력, 불의, 억압 앞에서 스스로 문을 닫아걸거나, 자기 울타리 안에서 안전하게 몸을 숨길 수 없습니다. 교회 또한 스스로 문을 닫을 수 없고, 복음화와 섬김의 사명을 포기할 수 없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최후의 만찬에서 성부께 제자들을 이 세상에서 데려가시지 말고 세상에 남아있게 하시고, 세상의 영에서 그들을 지켜달라고 청하셨습니다(요한 17,15 참조). 교회는 가난한 이들과 소외된 이들을 위해 따뜻하고 너그럽게 스스로를 태웁니다. 이것은 세상의 영이 아닙니다. 이것이 바로 세상의 빛이고, 소금입니다. 교회는 보잘것없는 이들과 소외된 이들의 울부짖음에 귀를 기울입니다. 왜냐하면 교회는 역사 안에서 구원을 주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현존을 계속 이어가도록 부르심 받은, 순례하는 공동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말과 행실을 통해 모든 이에게 하느님 사랑의 기쁜 소식을 전하며, 사람들 가운데에서 소금과 빛이 되도록 거룩한 동정녀께서 우리를 도와주시길 빕니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용시에는 출처를 밝혀주시고, 임의 편집/변형하지 마십시오)

09 2월 2020, 1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