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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귀중한 일을 하는 간호사와 조산사”… 은퇴한 조산사 마리나 이야기

프란치스코 교황은 1월 19일 주일 삼종기도 말미에 “2020년은 세계 간호사와 조산사의 해”임을 기억했다. 「바티칸 뉴스」는 3000명 이상의 아기를 받은 은퇴한 조산사 마리나 세멘자토와 대화를 나눴다. 마리나는 아이들이 태어난 첫 순간을 6권의 작은 수첩에 기록했다.

Benedetta Capelli / 번역 이정숙

‘고귀한 직업을 위한 귀중한 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간호사와 조산사에게 이같이 찬사를 보냈다. 세계보건기구(이하 WHO)는 플로렌스 나이팅게일 탄생 200주년을 맞아 2020년을 ‘세계 간호사와 조산사의 해’로 지정했다. 나이팅게일은 현대 간호학의 창시자다. 1854년 크림반도에 파견돼 저녁마다 군병원 병동을 순회하며 석유등불을 사용했기에 “등불을 든 여인”으로 알려져 있다. 

“저는 2020년이 ‘국제 간호사와 조산사의 해’로 지정됐음을 기쁘게 기억합니다. 보건종사자들 가운데 간호사의 수가 가장 많습니다. 조산사들은 아마도 (다른) 직업 중에서 가장 고귀한 일을 합니다. 간호사와 조산사들이 귀중한 일에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그들 모두를 위해 기도합시다.”

중요한 직업

WHO의 최근 통계를 보면, 전 세계에는 2200만 명의 간호사와 200만 명의 조산사가 있다. 이들은 세계 보건 인력의 약 50퍼센트를 차지하며 이 가운데 70퍼센트가 여성이다. 그렇지만 이 두 가지 직업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국제적으로도 현저히 부족하다. 특히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에만 약 900만 명이 이 분야에서 종사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마리나, 생명을 만지는 손

마리나 세멘자노(Marina Semenzano)는 “교황의 말씀에 엄청난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마리나는 파도바 출신으로 42년간 조산사로 활동하다 지난 1월 1일 은퇴했다. 마리나의 이야기는 ‘울스 6 에우가네아(Ulss 6 Euganea)’ 관리자 도메니코 시베타(Domenico Scibetta) 박사가 포스팅한 페이스북 게시물 덕분에 화제가 됐다. 게시물은 마리나의 헌신을 기억하며 “수년 동안 임무를 다한 이 소명을 통해” 조산사 직업을 하나의 사명으로 생각했던 마리나에게 감사하는 내용이 담겼다. 마리나는 이탈리아에서 3173명, 시에라리온에서 3명의 아이가 세상의 빛을 볼 수 있게 했다. 사실 이러한 수치는 다른 많은 조산사도 도달하긴 하지만, 그녀의 특별함은 자신이 도운 모든 출산의 이야기를 6권의 일기로 기록했다는 점에 있다. 마리나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조산사의 직업은 그 자체로 엄청난 특권이 있습니다. 곧, 빛을 보는 아기를 처음으로 만지는 사람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교황님께서 우리에게 관심을 기울이신 것은 큰 영광입니다. 이 직업을 택한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40년 이상을 일하고 난 지금, 저는 어디부터가 ‘마리나’이고 어디부터를 ‘조산사’로 (구분)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마리나 세멘자노
마리나 세멘자노

시에라리온의 경험

마리나는 어떤 경험을 들려줬다. “저는 아프리카에서 믿기 힘든 경험을 했습니다. 시에라리온은 산모와 유아의 사망률이 전 세계 국가 중 최상위권에 있었거든요. 한 협회와 함께 15일 간 경험하기 위해 그곳으로 갔습니다. (그곳에서의 경험은) 아주 풍부하고 강렬했습니다. 저는 두 번의 출산(자연분만)과 저의 진찰 후 수술을 하게 된 한 번의 제왕절개를 도왔습니다. 그렇게 해서 제가 받은 아이들은 베네토에서 3173명, 시에라리온에서 3명입니다. 이중 26쌍이 쌍둥이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마리나는 모든 출산 때마다 수첩에 기록하는 습관이 생겼을까? 그녀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조산사가 되기 위해 학교를 다닐 때는 자신이 도운 출산의 모든 기록과 제왕절개 도구들을 수집해야 합니다. 제가 일을 시작한 후에도 저는 모든 자료를 수집하며 기록하는 작업을 계속했습니다. 왜냐하면 강렬한 감동의 경험에 대해, 제가 처음으로 만지고 느낀 그 생명들에 대해 쓰고 싶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때로 저는 세부적인 것, 곧 예기치 못한 일, 아름답거나 비극적인 상황들을 덧붙였고, 이 작은 수첩들은 점점 더 정보로 풍요로워졌습니다. 매체를 통해 반향을 일으킨 후인 지금, 많은 어머니들이 ‘저는 몇 번째 출산인가요’ 하고 묻습니다. 이것이 제 마음을 기쁨으로 가득 채웁니다.” 

“제가 빛을 보게 한 첫 번째 아기의 자녀들을 받았습니다”

마리나는 감격하며 자신이 받았던 첫 번째 아기인 크리스티나에 대해 설명했다. “그 사건은 언제나 제 마음속에 있습니다. 저는 그녀의 학교, 대학, 결혼 등 그녀의 인생 전반을 함께 했습니다. 그녀의 아이들도 제가 받았는걸요. 매년 그녀의 생일이 되면 우리는 서로를 축하합니다. 그녀는 자신의 생일을, 저는 제 직업의 생일을 축하하면서 말이죠. 크리스티나와의 관계는 특별하고 언제나 그럴 것입니다.”

“저는 침묵의 기도로 모든 아기와 함께했습니다”

마리나는 자신의 중요한 경험을 들려주면서 삶의 모든 순간을 함께하는 신앙에 대해 설명했다. “여러 차례에 걸쳐 생명탄생의 기적에 함께했으면서도 믿지 않는다는 것, 믿음을 갖지 않는다는 것은 (저에게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이렇게 말하는 건 제게 감동을 불러 일으키지만, 저는 침묵의 기도로 모든 아기와 함께했습니다. 제가 흔들리지 않으려면 저 자신도 기도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모든 출산은 예측할 수 없기에 촌각을 다투게 됩니다. 피오베 디 사코(Piove di Sacco)에 있는 은총의 성모(Madonna delle Grazie) 성지에는 검은 성모님이 있습니다. 성당은 작지만 (그곳) 성모님은 절망의 순간마다 제가 흘렸던 많은 눈물을 받아주셨습니다. 제가 그 누구 앞에서도 눈물을 흘릴 수 없을 때, 위안을 얻기 위해 그곳에 갔었습니다. 왜냐하면 많은 것을 믿을 수 없을 때, 한 어머니의 시선에 맡기고 의탁하면 위안을 얻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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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월 2020, 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