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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그레초 방문 “슬퍼하는 이와 기쁨을 나누고, 희망 잃은 이와 희망을 나누십시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2016년에 이어 12월 1일 대림 제1주일에 그레초(Greccio)를 다시 방문했다. 이곳은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가 그리스도의 탄생 사건을 재현한 구유 동굴이 있다. 교황은 여기서 전 세계 신자들에게 보내는 「놀라운 표징」(Admirabile signum) 서한에 서명했다.

Cecilia Seppia / 번역 이창욱

프란치스코 교황을 태운 헬리콥터가 예정보다 몇 분 앞서 그레초(Greccio)에 착륙했다. 교황은 광장에서 신자 가족들과 함께 자신을 기다리던 병자들과 장애인을 포옹하며 인사를 나눈 다음, 차량을 타고 프란치스코 수도회 성지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성탄만이 선사할 수 있는 기쁨, 그리고 놀라움과 경탄의 분위기를 즉시 느낄 수 있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정의한 대로, 이 “두 번째 베들레헴”에서, 곧 아시시의 가난한 성인 프란치스코의 땅에서 다시 순례자가 된 프란치스코 교황은 어떤 표징을 남기는 방식으로 대림 시기를 시작하기로 했다. 

구유에 관한 서한

교황은 주교들과 시장에게 인사한 다음, 몇 걸음을 떼어, 인류 역사의 면모를 바꾼 장면이 그려진 조토 학파의 프레스코 벽화 앞에서 관상하기 위해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몇 분 동안 침묵 중에 홀로 기도를 바친 다음, 구유의 가치와 의미를 다시 강조하기 위해 제대 위에서 하느님의 모든 백성에게 주는 “선물”인 「놀라운 표징」(Admirabile signum) 서한에 서명했다. 교황은 리에티 도(都)에 위치해 있는 여러 성지에서 온 프란치스칸 수사들과 수녀들 단체와 대화를 나누면서, (프란치스코 성인의 말을 인용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필요하다면 말로도 복음을 선포하십시오.’ (...) 개종 우선주의(proselitismo)를 행하면서 소외된 이들과 죄인들을 개종시키는 게 아니라, 증거의 삶을 실천해야 합니다. 창세기에 나와있듯, 하느님께서는 ‘흙’으로 우리를 만드셨습니다. 우리를 흙으로 만드셨으니, 우리는 흙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땅과 사랑에 빠지신 것입니다. (...) 예수님의 사랑에 대한 증거 (...) 가난, 겸손에 관한 것입니다.”

본질을 받아들이십시오

교황이 동굴에서 나올 때 성지의 성당 앞에서는 그레초와 리에티의 어린이 합창단이 그를 맞이하며 노래를 불렀다. 어린이들은 성 프란치스코의 생애와 관련된 “어서 와 경배하세(Forza venite gente)”라는 노래에서 발췌한 한 구절을 교황을 위해 노래했고, 몇몇 사람들은 살아 있는 구유를 역사적으로 재현하기 위해 전통 의상을 입고 있었다. 교황은 가장 어린 꼬마들을 포옹하고 인사했으며, 가벼운 농담을 한 다음, 로마교구 어린이 합창단이 있는 성당으로 들어갔다. 이 어린이 합창단은 말씀의 전례 동안 노래를 불렀다. 말씀의 전례는 체사라 보나미치(Cesara Bonamici)와 배우인 마씨밀리아노 시니(Massimiliano Sini)가 구유에 관한 독서 단락의 열 구절을 읽는 것으로 진행됐다. 교황은 마지막 짧은 묵상을 통해 진정성과 단순함을 재발견할 것을 요청했다.

“프란치스코 성인이 베들레헴의 비좁은 동굴을 본떠서 이 작은 공간 안에 최초로 만든 구유는 ‘스스로’ 말합니다. 우리는 여기서 말을 많이 할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 눈앞에 있는 장면은 본질을 받아들이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지혜를 표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구유의 표징 안에 드러난 신앙의 신비

바쁜 삶을 이루는 생각과 행동의 소음을 멈추기 위해서는 어떤 말이 아니라, 침묵과 기도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침묵은 마구간의 가난 속에서 태어나신 아기 예수님의 아름다운 모습을 관상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교황은 말했다. 또 기도는 “우리에게 주어진 이 무한한 사랑의 선물 앞에서 놀라운 은총”을 표현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교황은 사실 수많은 세대를 거쳐 대중 신심으로 전수되고 수용된 구유의 소박하고 놀라운 표징 안에서, 그리스도인 신앙의 위대한 신비가 드러난다고 말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인류애와 우리의 삶을 함께 나누실 정도로 우리를 매우 사랑하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결코 홀로 내버려두지 않으십니다. 숨어계시지만 눈으로 볼 수 있는 당신 현존을 통해 우리와 동행하십니다. 모든 상황에서, 기쁨이나 고통 속에서도, 그분께서는 임마누엘, 곧 우리와 함께 계신 하느님이십니다.” 

무관심을 흩어버리는 마리아의 미소

보잘것없는 인간으로 가난 중에 오시어 아기가 되는 것을 받아들이신 하느님의 탄생을 베들레헴의 목자들처럼 관상함으로써만 우리의 마음이 기쁨으로 가득 채워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고 교황은 덧붙였다.

“그럴 때라야 우리 마음은 기쁨으로 가득할 것이고, 슬픔이 있는 곳에 기쁨을 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희망을 잃은 이와 희망을 함께 나누도록, 희망으로 가득 찰 것입니다. 여관에는 방이 없었기에 당신 아드님을 구유에 뉘이신 마리아와 하나가 됩시다. 성모님과 함께, 그분의 배필이신 성 요셉과 함께, 아기 예수님을 향해 시선을 돌립시다. 밤중에 피어난 그분의 미소는 무관심을 흩어버리며, 하늘에 계신 성부께서 우리를 사랑하신다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마음을 열어줍니다.”

오후 5시10분 교황이 탄 헬리콥터는 바티칸을 향해 이륙했다. 벌써 저녁이 되었지만, 교황을 만난 신자 가족들의 마음과 얼굴에는 성탄의 빛나는 기쁨이 머물러 있었다. 구유처럼 신앙의 신비를 드러내는 전통을 증진하고 이어가야 한다는 중요성도 메아리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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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12월 2019, 1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