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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히로시마서 “전쟁 위한 핵에너지의 사용과 보유는 비도덕적 행위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공식 일정을 시작한 일본 순방 첫째 날, 히로시마 평화기념관을 방문했다. 교황은 이곳을 죽음과 생명, 상실과 재탄생, 고통과 연민이 만나는 자리로 표현했다. 아울러 전쟁을 위한 핵에너지 사용과 핵 보유는 비윤리적 행위라고 강조했다.

Vatican News / 번역 양서희

7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순식간에 목숨을 잃었다. 또 다른 7만 명은 섬광화상으로 죽어갔다. 1945년 8월 6일 아침 8시 15분, 역사상 처음으로 전쟁 중 원자폭탄이 히로시마에 투하됐다. 도시 전체는 완전히 파괴됐다. 

폭발 이후 잔존한 건물은 원폭 돔(겐바쿠 돔)이 유일했다. 인류가 인류에게 가한 가장 파괴적인 힘을 기억하기 위해, 이 상징적인 건물의 잔해는 오늘날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의 중심에 서 있다.

파괴와 죽음

프란치스코 교황은 11월 24일 주일, 히로시마에 도착해 평화기념관을 방문했다. 원폭 돔 앞에 선 교황은 폭발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눈부시게 밝은 빛과 불이 터져나오면서 너무나 많은 사람들, 너무나 많은 꿈과 희망이, 그림자와 침묵만 남긴 채 사라졌습니다. 파괴와 죽음의 블랙홀이 순식간에 모든 것을 집어 삼켰습니다.”

희생자와 생존자

교황은 희생자들을 기리는 한편 생존자들의 굳센 힘과 존엄을 확인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고 말했다. “심지어 오늘날까지도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이들의 울부짖음이 우리 귀에 들려옵니다. 그 소리는 각기 다른 장소에서, 각기 다른 이름으로, 각기 다른 언어로 들려옵니다. 이 나라의 역사뿐 아니라 온 인류의 얼굴에 큰 흉터를 남긴 공포의 시간은 모든 이들을 같은 운명 앞에 서게 합니다.”

평화의 순례자

교황은 “평화의 순례자”로서 “언제나 혐오와 분쟁의 가장 가엾은 희생자가 되는 가난한 이들의 울부짖음”을 어깨에 지고, 미래를 위한 기억과 희생의 자리에 왔다고 말했다. 교황은 “마치 미래의 평화를 보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인류의 공존을 위협하는 용납할 수 없는 불평등과 부정, 우리 공동의 집을 보호하지 못하는 무력함, 무장 세력의 끊임없는 분쟁과 같은 이 시대의 커져가는 긴장을 걱정과 불안 속에서 바라보고 있는 목소리 없는 이들의 목소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핵 무기는 비도덕적 행위입니다

교황은 다시 한 번 선언했다. “오늘날 전쟁을 위해 핵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은 인간 존엄을 거스르는 범죄일 뿐 아니라 우리 공동의 집의 미래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거스르는 범죄입니다. 전쟁을 위한 핵에너지의 사용은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과 같은 비도덕적 행위입니다. 우리는 이 행동에 대해 심판을 받을 것입니다.” “미래세대는 우리가 평화에 관해 말만 하고 행동에 옮기지 못한 실패를 비난할 것입니다.” 평화는 “진실에 기반을 두고 정의 위에 세워져야 하며, 사랑으로 활력을 얻고 완전해져야 하며, 자유 안에서 얻어져야만” 한다. 

우리 손에서 무기를 내려놓읍시다

“만약 우리가 정말로 정의롭고 안전한 사회를 지어 올리기를 바란다면, 우리 손에서 무기를 내려놓아야 합니다.” 아울러 교황은 다음과 같이 물었다. “분쟁의 정당한 해결책을 모색하자고 해놓고 핵전쟁을 들먹이며 계속 위협한다면 어떻게 우리가 평화를 추구할 수 있겠습니까?” 이어 교황은 “참된 평화는 오로지 비무장 상태의 평화여야 한다”면서 “평화란 그저 전쟁의 부재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역사의 교훈을 통해 배웠듯이 평화란 정의와 발전, 연대, 우리 공동의 집을 보살피기 그리고 공동선의 증진입니다.”

기억하십시오

교황은 △기억하기 △함께 여정에 나서기 △보호하기 등 세 가지 도덕적 의무를 제시했다. 먼저 교황은 우리가 현재와 미래세대로 하여금 여기서 일어났던 일에 대한 기억을 잃게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기억은 더 공정하고 형제애적인 미래의 건설을 약속하고 지지할 것입니다. 이 광범위한 기억은 모든 이, 특히 오늘날 국가들의 운명을 손에 쥔 중요한 역할을 하는 모든 이의 양심을 일깨울 것입니다. 이 살아있는 기억은 우리로 하여금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 되지 않아야 한다’고 모든 세대에 걸쳐 외치게 합니다.” 

함께 여정에 나서기

우리는 이해와 용서의 시선을 지니고 이 여정에 함께하도록 불림 받았다고 교황은 말했다. “희망의 지평을 엽시다. 오늘날 하늘을 어둡게 만드는 많은 구름 사이로 비치는 빛 줄기를 바라봅시다.” 교황은 우리 모두를 “희망에로 마음을 열고 화해와 평화의 도구가 되도록” 초대했다. 

보호하기

교황은 “우리가 서로를 보호할 수 있다면, 우리가 공동의 운명에 묶여있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함께 여정에 나서는 것은 언제나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의 세상은 세계화 현상으로만 서로 연결돼 있는 게 아니라 우리가 언제나 공유하고 사용하는 이 지구에 의해 서로 연결돼 있습니다. 우리의 세상은 특정 단체나 분야를 위한 배타적 이해관계를 한쪽으로 치울 것을 요구합니다. 공동의 미래를 보장하기 위해 공동책임을 지고 싸우는 이들의 위대함을 성취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다시는 되풀이 되지 않아야 합니다

교황은 하나의 간청으로 연설을 마무리했다. “하느님께, 그리고 선한 의지를 지닌 모든 사람들께 핵폭발과 핵실험과 모든 분쟁의 희생자들을 기리며 간청합니다. 우리 모두가 함께 부르짖읍시다. 다시는 전쟁이 되풀이 되지 않기를, 다시는 무력충돌이 되풀이 되지 않기를, 그리고 너무나 혹독한 고통이 다시는 되풀이 되지 않기를 청합시다.”

히로시마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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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11월 2019, 1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