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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실라 카타콤바 미사 프리실라 카타콤바 미사 

프리실라 카타콤바 미사 “그리스도인의 자리는 하느님의 손 안에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1월 2일 죽은 모든 이를 기억하기 위해 로마 ‘비아 살라리아’의 프리실라 카타콤바에서 미사를 거행했다. 교황은 숙소로 돌아오기 전에 전임교황들을 위한 개인 기도를 바치기 위해 성 베드로 대성전의 지하 묘지로 향했다.

Adriana Masotti / 번역 박수현

교회를 위한 이 특별한 날의 전례는 희망 그리고 당신의 자녀들을 잊지 않고 실제로 자녀들에게 영원한 생명을 약속하시는 하느님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날 복음은 그리스도인 삶의 지침인 참행복에 대해 알려준다. 미사에는 이 카타콤바 관리를 맡고 있는 베네딕토회 수녀들과 100여 명의 신자들이 참례했다.

카타콤바, 아직 극복되지 않은 고난의 한 페이지

프란치스코 교황은 준비된 원고 없이 강론을 진행했다. 강론의 서문은 이 장엄한 장소에 관한 것으로 시작했다. “저에게 있어 카타콤바로 들어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교황은 “이곳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말해준다”고 말했다. 

“우리는 이곳에 숨어 있을 수밖에 없었던 이들, 죽은 이들을 이곳에 묻고 성찬례를 이 안에서 거행해야 했던 이들의 삶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역사적으로 매우 힘든 시기였지만, 여전히 극복되지 않은 일이기도 합니다. 오늘날에도 이러한 일들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많이 있습니다.”

다른 나라에도 많은 지하 묘지가 있다. (당시) 그리스도인들은 그곳에서 죽은 이들을 기억하는 행사를 거행하는 것조차 금지돼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축제나 생일파티를 하는 체 해야만 했다. 교황은 “오늘날 박해를 받는 그리스도인들이 초대 교회 시대보다 더 많다”고 말했다. 아울러 교황은 강론에서 다음의 세 단어를 강조했다. 곧, (그리스도인의) 정체성, 자리, 희망이다.

참행복, 그리스도인의 신분증

“성찬을 거행하고 주님을 찬미하기 위해 여기 모인 이들의 정체성은 많은 나라들, 곧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을 범죄로 보고 이를 금지하며, 신앙의 권리도 주지 않는 나라에서 살고 있는 우리 형제들의 정체성과 동일합니다. 그것은 참행복(이라는 정체성)입니다.”

교황은 또 우리에게 다른 정체성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교황은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사람이 있거나 그리스도인이 아닌 사람, 혹은 그리스도인인 체 하는 사람이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교황은 이해를 돕기 위해 복음서의 또 다른 구절인 마태오 25장을 인용했다. 교황이 인용한 복음서는 (최후의 날) 우리가 (주님 앞에서) 어떤 심판을 받을지에 대해 들려준다. “너희는 내가 굶주렸을 때에 먹을 것을 주지 않았고, 내가 목말랐을 때에 마실 것을 주지 않았다. (…)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주지 않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주지 않은 것이다”(마태 25,42.45). 교황은 우리가 참행복을 실천하고, 마태오 복음의 내용을 (실천하며) 살아간다면, 우리의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인들의 영혼은 하느님의 손 안에 있습니다

교황은 두 번째로 강조하고 싶은 단어, 곧 (그리스도인의) 자리에 대해 설명했다. 카타콤바는 (박해시대에 몸을) 숨기기 위해 온 사람들과 죽은 이들을 묻기 위해 온 사람들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곳이다. 이곳은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교황은 알바니아의 한 수녀의 이야기를 함께 들려줬다. 그 수녀는 공산주의 체제 아래서 사상 교육을 시키는 구역에서 지냈다. 그곳은 사제들이 성사를 거행하지 못하도록 금지된 곳이었는데, 당시 그 수녀는 몰래 다른 이들에게 세례를 베풀었다. 사람들은 이 사실을 알고 아이들과 함께 그 수녀를 찾아갔다. 이때 수녀는 (세례를 위해) 물을 담을 잔 같은 것이 없어서, 신발로 근처에 있는 강의 물을 담았다. 이어 교황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그리스도인의 자리는 어디에나 있습니다. 우리가 삶에서 특권을 받는 자리는 없습니다. 어떤 이들은 그것을 갖길 원합니다. 그리고 (보통) 이 사람들은 자격을 갖춘 그리스도인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자격을 갖춘’ 상태로 남아 있으면서, 실망을 안겨주는 ‘그리스도인’이 됩니다.  그렇다면 그리스도인들의 자리는 무엇입니까? ‘의인들의 영혼은 하느님의 손 안에 있어 어떠한 고통도 겪지 않을 것이다’(지혜 3,1). 그리스도인의 자리는 주님께서 원하시는 하느님의 손 안에 있습니다. 하느님의 손은 외아들 예수님의 ‘상처 입은’ 손이며, 예수님은 이 상처를 아버지께 보여드리고, (그래서) 우리를 위해 중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겸손하게) 상처를 갖길 바라셨습니다.”

교황은 우리도 하느님의 손 안에 있기에 박해 중에도 안전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이어 스스로 양심을 성찰할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내가 가장 안전하다고 느끼는 곳이 어디인가? 하느님의 손 안인가? 아니면 다른 것들이 필요한가?”

반대편 강둑으로 안전하게 가기 위해 밧줄을 단단히 잡기

교황이 바라보는 희망은 (하느님의 자녀라는) 복된 신분증을 갖고 사는 것이다. 이는 하느님께 (온전히) 자신을 내어 맡기는 사람들이 증명한다고 말했다. 이날 제2독서인 사도 요한의 묵시록에서는 우리가 갈 곳과 모든 것이 새로워지는 곳을 말해주고 있다. 그 나라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어떤 다른 것이 필요하지 않고, 단지 그리스도인의 “신분증”만 보여주면 된다고 교황은 말했다. 교황은 우리의 희망이 닻을 내린 곳이 하늘이라며, “밧줄을 손에 쥐고, 우리가 건너야 할 저 (건너편) 강둑을 보면서 서로를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우리의 미래에 관해 설명했다. 

“닻은 건너편 둑에 있지만, 밧줄을 잘 붙들어야 합니다. 이것이 중요합니다. 항상 밧줄에 잘 매달려 있어야 합니다. 많은 경우 우리는 그저 밧줄만 볼 것입니다. 닻을 보기는커녕 심지어 건너편 둑을 보지도 못하죠. 하지만 여러분, 안전하게 도착하게 해주는 밧줄을 꼭 붙드십시오.”

바티칸 동굴에서의 기도

미사가 끝날 무렵, 교황은 산타 마르타의 집의 숙소로 돌아가기에 앞서 전임교황들의 무덤에서 개인 기도를 바치기 위해 성 베드로 대성전 지하로 내려갔다. 이곳에서 교황은 3세기 중엽에 그려진 성모 마리아의 성화와 그리스식 경당 앞에 있는 지하 주랑 앞에 잠시 멈춰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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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11월 2019,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