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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 

“자캐오처럼 예수님 사랑의 시선으로 회심할 수 있게 우리를 맡깁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1월 3일 연중 제31주일 삼종기도 전에 예리코의 세관장 모습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루카 복음을 묵상했다. 자캐오는 예수님의 시선으로 사랑을 거저 베풀 줄 아는 사람으로 변했다. 교황은 하느님께서는 죄를 단죄하시지만 죄인을 구원하시려 노력하신다고 강조했다.

번역 이창욱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 복음(루카 19,1-10 참조)은 예루살렘을 향하시던 여정 중 예리코로 들어가시는 예수님의 뒤를 따르도록 우리를 이끌어줍니다. 예수님을 환영하려고 모인 많은 군중 가운데 자캐오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세리들”의 우두머리였습니다. 다시 말해 로마 제국을 위해 세금을 징수하던 유대인 세리들의 우두머리였던 겁니다. 그는 정직한 벌이가 아니라 “커미션” 때문에 부자가 되었고, 이런 행동이 그에 대한 경멸을 가중시켰습니다. 자캐오는 “예수님께서 어떠한 분이신지 보려고 애썼습니다”(루카 19,3). 그분을 만나고 싶어한 것이 아니라 궁금했던 것입니다. 그분에 관한 놀라운 일의 소문을 들었기에, 그분을 보고 싶었습니다. 호기심이 생긴 것이죠. 그는 키가 작아서, “예수님을 보기 위해”(루카 19,4 참조) 나무로 올라갔습니다. 예수님께서 거기에 이르시자, 위로 시선을 들어올려 그를 쳐다보셨습니다(루카 19,5 참조). 

이는 매우 중요합니다. 첫 번째 시선이 자캐오의 시선이 아니라, 예수님의 시선입니다. 그분을 둘러싸고 있던 수많은 얼굴들 가운데, 군중 사이에서 바로 자캐오의 얼굴을 찾아내신 겁니다. 주님의 자비하신 시선은 우리가 구원되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먼저 우리에게 도달합니다. 그리고 이 천상 스승의 시선을 통해 죄인의 회심이라는 기적이 시작됩니다. 실제로 예수님께서는 그를 부르십니다. 그의 이름을 부르십니다. “자캐오야, 얼른 내려오너라. 오늘은 내가 네 집에 머물러야 하겠다”(루카 19,5). 그를 책망하시는 것이 아니라, 그에게 “일장연설”을 하시는 게 아니라, 그의 집에 머물러야 ‘하겠다’고 말씀하십니다. “반드시 하겠다”(deve)고 하신 이유는, 아버지의 뜻이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의 험담에도 불구하고, 예수님께서는 공공의 적인 그의 집에 머무시기를 택하십니다.

우리 또한 예수님의 이러한 행동에 당황할 것입니다. 하지만 죄인에 대한 경멸과 닫힌 마음은 그를 소외시킬 뿐입니다. 자기 자신과 공동체를 반대하는 악으로 그를 이끌 뿐입니다. 반면 하느님께서는 죄를 단죄하시지만, 죄인을 구원하시려 노력하십니다. 죄인을 올바른 길로 이끌기 위해 그를 찾아 나서십니다. 하느님의 자비가 자신을 찾고 있다는 것을 결코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예수님께서 자캐오에게 다가가시는 모습과 말씀의 특별한 위대함을 받아들이기 힘들 것입니다.

예수님의 이러한 받아들임과 관심은 그 사람의 사고방식을 완전히 변화시킵니다. 타인의 돈을 훔치고, 사람들에게서 경멸 받는 대가를 치르면서 돈으로 얻은 모든 삶이 얼마나 불쌍한 삶인지 한 순간에 깨닫게 됩니다. 자기 집에 주님을 모심으로써 그는 다른 눈으로, 예수님께서 그를 바라보셨던 그 따뜻한 애정의 눈으로 모든 것을 보게 됩니다. 아울러 돈을 보는 방식과 사용하는 방식도 바뀝니다. 돈을 움켜쥐고 있는 모습에서 주는 모습으로 바뀝니다. 실제로 자캐오는 가진 재산의 반을 가난한 이들에게 주고 (다른 사람 것을) 횡령했다면 네 곱절로 갚겠다고 결심합니다(루카 19,8 참조). 자캐오는 예수님에게서 거저 사랑을 베푸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지금까지는 인색했지만, 이제는 너그러운 사람이 되었습니다. (재산을) 축적하는 맛이 들었지만, 이제는 나누는 것을 기뻐합니다. 자신의 죄에도 불구하고 사랑 자체이신 분을 만나면서, (자신이) 사랑 받고 있음을 깨닫고, 타인을 사랑할 수 있게 변하며, 재물을 연대와 친교의 표징으로 만듭니다.

잘못한 이들도 “잃은 이들을 찾아 구원하러 오신”(루카 19,10) 예수님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그리고 우리도 잘못한 이들을 자비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예수님의 자비하신 시선이 항상 우리 위에 드리운다고 느낄 수 있는 은총을 동정 마리아께서 얻게 해주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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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11월 2019, 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