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아마존 주교 시노드 개막 연설… “이해와 섬김” 촉구
Vatican News / 번역 양서희
아마존 지역을 위한 세계주교대의원회의 특별 회의(이하 아마존 주교 시노드)는 성 베드로 대성전의 행렬로 그 시작을 알렸다. 이 행렬은 성 베드로 대성전부터 성 베드로 광장을 지나 종탑 아래의 문(the Arch of the Bells)을 통과해 시노드 회의장 안으로 이어졌다. 그곳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토론 개막 연설을 스페인어로 진행하면서 이번 주교 시노드가 △사목 △문화 △사회 △생태 등 네 가지 논점으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주교 시노드의 사목적 관점
교황은 사목적 관점이 “모든 것을 포용하는” 본질적인 관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그리스도인의 마음으로” 주교 시노드에 접근해야 한다며, “제자의 눈으로 아마존 지역의 현실을 바라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럴 때라야 우리가 이 주제를 이해하고 해석해낼 수 있다고 교황은 덧붙였다.
사목적 관점은 우리로 하여금 아마존 지역 사람들의 “역사와 문화, 삶의 방식을 존중하도록” 도와준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들은 “현실을 바라보는 그들만의 고유한 지혜와 인식, 감수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교황은 설명했다.
이념적 식민지화
교황은 이념적 식민지화가 사람들의 고유성을 축소하거나 파괴한다고 경고했다. “이념(이데올로기)은 우리가 어떤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지성적으로 이해하려는 시도만 부풀립니다.” 우리는 현실을 범주화하거나 “이즘(ism)”으로 축소시킨다. 이것들이 바로 우리가 사람들에 대해 편견을 갖는 슬로건이 되는 것이다. 교황은 그 예시로 사람들에게 자격을 부여하여 그 자격에 따라 사람들 사이에 거리를 만듦으로써 “분열과 말살”을 야기한 “문명화와 야만주의”를 언급했다.
깃털 vs 비레타
교황은 10월 6일 주일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봉헌된 주교 시노드 개막 미사 도중, 봉헌 예물을 바친 원주민에 대한 “조롱하는 말들이 들려오는 것에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 조롱의 말은 원주민이 머리에 썼던 깃털 장식과 관련돼 있었다.
교황은 이렇게 물었다. “저에게 말해보십시오. 그가 머리에 썼던 깃털과 교황청의 일부 관료들이 머리에 쓰는 비레타(성직자들이 쓰는 삼각 모)와 무슨 차이가 있습니까?”
실용적인 것 vs 전형적인 것
교황은 또 우리가 “사람들의 현실에서 나온” 관점, 곧 “전형적인(paradigmatic) 방법”으로 생각해야 하는 데도 “그저 실용적인(pragmatic) 방법만 제시하는 것”을 경계했다.
교황은 박물관 안에서만 문화를 보존하는 것을 지적하면서, “우리는 사회개발 프로그램을 고안하려고 이 자리에 모인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우리는 사람들을 섬기고, 이해하고, 관상(묵상)하기 위해 이 자리에 있는 것입니다.”
주교 시노드의 주인공이신 성령
교황은 “주교 시노드는 국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누가 더 권력을 지니고 있는지 보여주기 위한 것도 아니며, 누가 다수석을 차지하는 지 보여주는 자리도 아닙니다. 주교 시노드는 성령의 영감과 인도 아래서 함께 걸어가는 것입니다.” 교황은 성령이야말로 주교 시노드의 주인공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성령께서 “우리 가운데, 우리와 함께, 우리를 통하여, 우리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당신을 드러내셔야 한다”고 덧붙였다.
겸손과 유머 감각
마지막으로 교황은 참가자들에게 “성찰과 대화, 겸손한 경청, 용기와 ‘파레시아(parrhesia, 담대한 열정)’*와 함께 목소리를 낼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주교 시노드에 참가한다는 것은 “(변화의) 과정에 뛰어드는 것”이지 “자리만 차지하고 앉아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 파레시아(parresia)는 ‘용기 있게, 담대하게 진실을 말하기’를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로 힘 없는 자들이 힘 있는 자들을 향해 목숨을 내놓고 솔직하게 진실을 말하는 담대함이나 진실을 위한 용기 등으로 알아들을 수 있다. (편집주)
이어 주교 시노드가 분란의 메시지만 양산하는 절차가 되지 않도록, “안으로부터의 주교 시노드와 밖으로부터의 주교 시노드”를 위해 서로를 존중하고 신중하게 소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부디 청컨대, 유머 감각을 잃지 않도록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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