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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과 홍보를 위한 교황청 부서 장관 프란치스코 교황과 홍보를 위한 교황청 부서 장관   사설

‘증거’를 통한 커뮤니케이션

프란치스코 교황은 ‘홍보를 위한 교황청 부서’ 직원들과 만나 그리스도교 순교자들을 모범으로 하는 새로운 방식의 소통을 제안했다.

Andrea Tornielli / 번역 김단희

“증거로 소통하십시오. 소통에 참여함으로써 소통하십시오. 명사로 소통하십시오. 순교자들처럼,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순교자들처럼 소통하십시오. 순교자들의 언어, 곧 사도들의 언어를 익히십시오.”

교황청 내 커뮤니케이션 관련 부서 9곳이 ‘홍보를 위한 교황청 부서(이하 교황청 홍보부)’ 산하로 통합된 이후 처음으로 소속 직원들(기자, 기술진, 관리자)과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자리에서 만났다. 교황은 준비된 연설문을 참석자들에게 나눠주고 (연설문을 읽는 대신) 즉흥적으로 연설했다. 교황은 전달자들의 사명을 맡은 그들에게 하느님의 증거자가 되도록 촉구하는 한편, 형용사나 부사보다는 명사의 가치를 회복하고, 순교자들의 모범을 본받아 일상의 업무를 수행하도록 요청했다.

교황의 메시지는 교황청 홍보부가 하는 일의 핵심을 건드리고 있다. 교황은 청취자, 독자, 시청자들에게 더 많은 뉴스를 제공하라거나, 영상 뉴스, 라디오 인터뷰, 기사의 양을 조절하라는 등의 “기술적” 조언을 하지 않았다. 다만 교황청 매체의 커뮤니케이션(소통), 그리스도인의 커뮤니케이션이란 곧 ‘증거’를 의미한다는 본질적인 원리를 상기했을 뿐이다. ‘증거’의 커뮤니케이션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가 접하고 이야기하는 그 현실을 살고, 그 현실에 참여하고, 또 깊이 감동받을 줄 알아야 한다. 타인의 극적인 사연에 우리도 함께 상처받고, 그 사연의 미덕, 진실, 희망과도 소통할 줄 알아야 한다.

‘범아마존 주교 시노드’와 같은 중대한 교회 행사를 앞두고 있는 지금, 교황의 메시지는 구체적인 표지를 제공한다. 곧, 교황의 메시지는 혼란스러운 미디어의 바다와 소셜네트워크의 정글을 헤쳐나갈 나침반이 된다. 여기서 말하는 ‘미디어’와 ‘소셜네트워크’ 상의 활동이란, 정치적 목적에 신앙을 이용하거나 집단 간의 전쟁을 목적으로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를 대변하려는 이들의 ‘반(反)증거적’ 복음 활동을 말한다. 이들은 교도권을 슬로건 수준으로 축소하고, 분열의 언어를 쓰며, 신앙을 공유하는 형제자매나 사목자 및 교황을 조롱한다.

교황의 말처럼 순교자들의 예를 본받는 것이야말로 복음을 증거하는 길이라 할 수 있다. 교황은 “교회에 생명을 불어넣는 이들은 순교자들이지 예술가들이나 위대한 설교자들, ‘참되고 완전한 교리’의 관리자들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복음을 위해 목숨을 바치고, 원수를 사랑하며, 우리 모두의 구원을 위해 희생되신 그분의 발자취를 따랐던 순교자들의 증거하는 삶.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분열이 아닌 친교를, 분열을 일으키는 미움이 아닌 일치를 이루는 사랑을, 순전히 인간적이고 정치적이며 분열적인 논리에 지배당해 조직 수준으로 축소된 교회가 아닌 교회의 본질 그 자체를 전하고자 할 때, 순교자들의 이 증거하는 삶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같은 태도가 주류 언론이 따르는 흐름에 반하는 것일까? 분명 그럴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바로 교황이 교황청 홍보부에 위임한 책무다. 교황은 교황청 홍보부 직원들이 “클릭수”나 “좋아요”에 집착하는 대신, 전달자로서 맡고 있는 매일의 업무를 통해 유대감 및 관계 형성에 이바지하는 증거의 커뮤니케이션을 제공하길 바라고 있다. 아울러 우리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우리 방송을 시청하며, 우리의 기사를 읽는 모든 이들에게 미덕과 진리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도록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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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9월 2019,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