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모란디 교량 붕괴사고 1주기 애도
Amedeo Lomonaco / 번역 김단희
“가족을 잃은 이들에게는 비극”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이들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왔던 모란디 교량 붕괴사고는 제노바 지역 주민들의 마음에 크나큰 상처를 입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탈리아 제노바 지역 일간지 「일 세콜로 XIX」(Il Secolo XIX)에 서한을 보내고 그날의 비극을 기억했다. 교황은 “휴가를 떠나거나 휴가를 마치고 귀가 중이던 가족들, 그리고 직장으로 향하던 시민들”에게 일어났던 비극적인 사고를 잊지 않았다면서 위로의 기도를 약속했다.
“저는 여러분을 잊지 않았습니다. 사고 희생자, 유족, 부상자, 집을 잃은 사람 등 여러분 모두와 제노바를 위해 지금도 기도하고 있습니다. 사고로 인한 가슴 찢어지는 상실의 아픔은, 막을 수도 있었던 참사를 받아들이기 힘든 심정과 마찬가지로 쉽게 해소되지 않는 고통일 것입니다.”
기도해야 합니다
교황은 이러한 현실 앞에 “인간의 언어는 불충분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사전에 준비된 답변” 같은 것은 없다고 말했다.
“제가 드릴 말씀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이 같은 비극을 겪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눈물을 흘리고 침묵을 지키며 우리가 만든 것들의 취약성을 살피는 것뿐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기도해야 합니다.”
기억을 지우지 마십시오
이어 교황은 “아버지와 형제의 마음”으로 말을 이었다. “인생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사건들 때문에 지역사회를 하나로 묶는 유대관계를 끊어버리지 마십시오. 공동체의 역사를 의미 있고 중요한 것으로 만드는 기억들을 지워버리지 마십시오. 저는 제노바를 떠올릴 때마다 항구를 생각합니다. 저의 아버지께서 떠나 오셨던 그곳을 생각합니다. 제노바 시민들의 매일의 노고와 완강한 의지, 그리고 희망을 생각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홀로 내버려두지 않으십니다
교황은 “고통과 죽음을 이기고 우리 앞에 오신” 예수님께로 시선을 돌리길 권고했다. “예수님께서는 멸시와 굴욕을 당하시고 매 맞으셨으며 십자가에 못 박혀 죽임을 당하셨습니다.” 교황은 우리가 고통 중에 있을 때 하느님께서는 “친밀함으로, 곧 우리와 동행하시는 현존, 우리를 홀로 내버려두지 않으시는 당신의 현존”으로 응답하신다고 설명했다. 또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우리의 부르짖음과 우리의 물음에 말이 아닌 현존으로, 당신의 아드님이신 예수님으로 응답하신다는 사실을 잊지 말 것”을 당부했다. “우리 모두 그분을 바라보고 그분께 우리의 물음, 우리의 고통, 우리의 분노를 의탁합시다.”
“우리는 모두 결점과 약점으로 가득합니다. 하지만 우리에겐 자비로우신 아버지가 계시기에 그분께 의지할 수 있습니다.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다가 부활하신 예수님, 하느님의 아드님께서 우리와 함께 걸으십니다. 성령께서는 늘 우리와 동행하시며 우리를 도와주십니다. 또 천상의 어머니께서는 당신의 옷자락을 우리 위에 드리우시고 결코 우리를 잊지 않으십니다.”
희망을 잃지 마십시오
끝으로 교황은 제노바 시민들이 “위대한 연대의 손길을 내밀 줄 알고”, 결코 포기하지 않으며, “도움이 필요한 이들 곁을 지킬 줄 안다”고 강조했다.
“여러분은 혼자가 아닙니다. 여러분의 고통과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 제노바 교회와 그리스도 공동체가 여러분 곁에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불안정성이라는 인간의 본질적 약점을 깨달을 때, 우리는 가정, 공동체, 시민사회라는 이름으로 우리를 하나로 묶는 유대관계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교황은 “제노바 지역사회와 가정을 아프게 한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지만, 제노바 시민들은 이에 “대처하고 다시 일어나 앞으로 나아갔다”고 말했다. “희망을 잃지 마십시오. 희망을 빼앗기지 마십시오. 여러분이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사고로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이들에게 힘이 되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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