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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 선포의 핵심은 순회, 민첩한 자세, 단호한 결단입니다”

“예수님을 따르는 것은 후회를 용납하지 않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연중 제13주일 삼종기도에서 이같이 말했다. 스승의 제자가 된다는 것은 그분처럼 뿌리를 내리고, 확고하며, 항상 움직이는 것을 의미한다. 교회 또한 “자신의 테두리 안에 안주하거나 안일하게 지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반도에 대한 생각을 피력했으며 여름휴가를 보내는 모든 이들을 축복했다.

번역 이창욱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 복음에서(루카 9,51-62 참조), 루카 복음사가는 19장에 가서 마무리될 예루살렘을 향한 예수님의 마지막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메시아의 사명 완수를 향한 여정은 지리적이고 공간적으로 긴 여행일 뿐 아니라, 영적이고 신학적으로도 긴 여행입니다. 예수님의 결심은 근본적이고 전적이었으며, 그분을 따르는 이들은 그 결심에 견주어 판단하도록 부르심 받았습니다. 복음사가는 전적으로, 끝까지 예수님을 따르기를 원하는 사람에게 요청되는 바를 드러내는 세 종류의 사람, 곧 세 가지 경우의 성소(vocazione)를 오늘 우리에게 소개합니다. 

첫 번째 인물은 그분에게 이렇게 약속합니다. “어디로 가시든지 저는 스승님을 따르겠습니다”(루카 9,57). 얼마나 관대합니까!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사람의 아들은 굴이 있는 여우들이나 보금자리가 있는 새들과는 달리 “머리를 기댈 곳조차 없다”(루카 9,58)고 대답하십니다. 이는 예수님의 절대적인 가난을 뜻합니다. 사실 예수님께서는 당신 백성의 길 잃은 양떼에게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기 위해 아버지의 집을 떠났고 안정적인 모든 것을 포기하셨습니다. 이와 같이 예수님은 당신의 제자들인 우리에게 세상에서 우리의 사명은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순회하는 것임을 알려주셨습니다. 교회는 본성상 움직이는 것이고, 자신의 테두리 안에서 안주하거나 안일하게 지내서는 안 됩니다. 복음을 길에서 전하고 인간의 주변부와 실존적인 변방에 도달하기 위해 더 넓은 지평에 열려 있고, 파견됩니다. 교회는 파견되었습니다(la Chiesa è inviata)! 이것이 첫 번째 인물입니다.

예수님께서 만나신 두 번째 인물은, 그분에게서 직접 부르심을 받았지만, 이렇게 대답합니다. “주님, 먼저 집에 가서 아버지의 장사를 지내게 허락해 주십시오”(루카 9,59).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라는 계명에 토대를 둔, 합법적인 요청입니다(탈출 20,12 참조). 그럼에도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죽은 이들의 장사는 죽은 이들이 지내도록 내버려 두어라”(루카 9,60). 의도적으로 도발적인 이 말씀을 통해, 그분께서는 가족처럼 가장 중요한 현실보다, 당신을 따르는 추종과 하느님 나라의 선포의 우선성을 강조하시려고 의도하셨습니다. 죽음의 사슬을 부수고 영원한 생명을 시작하며, 지연을 용납하지 않고, 준비되고 자발적인 자세를 요청하는 복음을 전해야 할 민첩성입니다. 따라서 교회는 순회하는 것입니다(la Chiesa è itinerante). 여기서 교회는 확고하고, 기다리지 않으며, 그 순간에, 민첩하게 행동합니다. 

세 번째 인물은 그 또한 예수님을 따르기를 원하지만 한 가지 조건을 내겁니다. 곧 가족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러 갔다 온 다음 따르겠다는 조건입니다. 그리고 이 사람은 스승으로부터 이런 말을 듣습니다. “쟁기에 손을 대고 뒤를 돌아보는 자는 하느님 나라에 합당하지 않다”(루카 9,62). 예수님을 따르는 추종은 후회와 뒤를 돌아보는 눈길을 배제하고, 결심의 덕(la virtù della decisione)을 요청합니다. 

예수님을 따르기 위해 교회는 순회하고, 서둘러 즉각적으로 행동하며, 단호하게 행동합니다. 예수님에 의해 주어진 이런 조건들의 가치, 곧 순회(itineranza), 민첩한 자세(prontezza), 단호한 결단(decisione)은, 인생의 중요하고 선한 일들에 “아니오”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기본적인 목표를 강조합니다. 곧, 그리스도의 제자가 되는 것입니다! 자기 자신을 발전시키기 위한 방식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견줄 바 없는 은총을 갚기 위해, 사랑을 통하여 이루어진, 자유롭고 의식 있는 선택입니다. 그런데 한편으로 (자기 자신을 발전시키는 방식은) 슬픈 일입니다! 자신을 발전시키기 위해, 다시 말해 경력을 쌓기 위해, 자신이 중요하다고 느끼거나 특권의 지위를 얻기 위해 예수님을 따르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불행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그분과 복음에 대한 열정으로 사로잡히길 바라십니다. 환대와 돌봄이 가장 필요한 형제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친밀해지는 구체적인 행동으로 변화되는 마음의 열정 말입니다. 바로 그분께서 사셨던 것처럼 말입니다.

여정 중인 교회의 이콘이신 동정녀 마리아께서 기쁨으로 주 예수님을 따르고 새로운 사랑으로 구원의 기쁜 소식을 형제들에게 선포하도록 우리를 도와주시길 바랍니다.

 

삼종기도를 마친 후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조금 전 우리는 대한민국에서 “만남의 문화(cultura dell’incontro)”의 좋은 사례를 보았습니다. 이와 같은 의미 있는 행동이 한반도뿐 아니라 전 세계를 위해 평화의 여정으로 한 걸음 더 내딛게 해주도록 기도하며, 그 주인공들에게 인사를 전합니다. 

이번 6월의 마지막 주간에, 모든 노동자들이 여름 동안 가족들과 함께 유익한 휴가기간을 보낼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최근 폭염의 결과로 큰 고통을 겪은 이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특히 병자들, 노인들, 건설노동현장에서, 외부에서 일해야 하는 사람들을 기억합니다. (...) 아무도 버림받거나 착취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 시간 로마인들과 순례자들, 가족과 본당 단체들, 연합회들, 여러분 모두에게 저의 진심 어린 인사를 보냅니다.

특히 성녀 엘리사벳 수녀회의 회원들과 사르티라나 로멜리나 지역에서 자전거로 온 순례자들에게 인사합니다. 많은 폴란드 신자들이 보이네요. (...) 폴란드 신자 여러분들에게도 인사합니다. 훌륭합니다!

모든 분들에게 좋은 주일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부디 저를 위해 기도하시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즐거운 점심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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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6월 2019, 10: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