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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 

“마치 처음인 것처럼 성찬례에 다가갑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6월 23일 저녁 로마의 카살 베르토네에서 미사를 봉헌한 뒤 이어 성체 행렬을 거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마드리드에서 복자품에 오른 ‘원죄 없으신 잉태의 성모 마리아 프란치스코 수녀회’의 마리아 카르멘 라카바 안디아 수녀와 13명의 동료 수녀들을 기억했다.

번역 이창욱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 이탈리아를 비롯해 다른 모든 나라에서는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을 지냅니다. 복음은 갈릴래아 호숫가 건너편에서 일어난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 사화(루카 9,11-17 참조)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병자들을 치유하시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말씀하길 원하셨습니다. 저녁이 되자, 제자들은 주님께 다가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군중을 돌려보내시어, 주변 마을이나 촌락으로 가서 잠자리와 음식을 구하게 하십시오”(루카 9,12). 제자들도 지쳐 있었습니다. 사실 제자들이 있던 곳은 황량한 곳이었고, 사람들이 음식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걸어서 마을로 가야 했습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이 상황을 보시고 이렇게 대답하셨습니다.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루카 9,13). 이 말씀은 제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제자들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화가 나기도 해서,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저희가 가서 이 모든 백성을 위하여 양식을 사 오지 않는 한, 저희에게는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밖에 없습니다”(루카 9,13).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참된 회심을 하도록 초대하십니다. 이는 “각자 자신을 위해”라는 논리에서 나눔의 논리로 변화하는 회심입니다. 나눔은 하느님의 섭리가 우리에게 맡긴 작은 것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당신께서 행하고자 하시는 바를 분명히 보여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대충 쉰 명씩 떼를 지어 자리를 잡게 하여라”(루카 9,14). 그런 다음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손에 들고,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축복의 기도를 바치십니다. 이어서 빵을 떼고 물고기를 나누어 제자들에게 주시자, 제자들은 그것들을 군중들에게 나누어주었습니다. 모든 사람이 배불리 먹을 때까지 음식은 동나지 않았습니다. 

이 기적은 모든 복음사가들이 전하고 있을 정도로 아주 중요합니다. 이 기적은 또 메시아의 권능과 그분의 연민(compassione)을 드러냅니다. 예수님께서는 사람들을 가엾이 여기십니다. 그와 같은 경이로운 행위는 예수님의 공생활 중 위대한 표징들 중 하나로 남아 있을 뿐만 아니라, 마지막에 가서는 그분의 희생에 대한 기념, 다시 말해 세상의 구원을 위해 내어주신 그분의 몸(성체)과 그분의 피(성혈)의 성사, 곧 성찬례가 되리라는 것을 미리 보여줍니다.

성찬례는 아버지와 형제들에 대한 유일한 사랑의 행위였던 예수님의 실존 전체의 요약입니다. 빵을 많게 하신 기적에서와 마찬가지로, 성찬례에서 예수님께서는 빵을 손에 드시고, 아버지께 축복의 기도를 올리신 다음, 빵을 떼어 제자들에게 주셨습니다. 포도주 잔을 가지고도 똑같이 행하셨습니다. 하지만 당신 수난의 밤, 바로 그 순간에, 그분께서는 죽음과 부활을 통한 당신의 파스카의 영속적인 기념인 새롭고도 영원한 계약의 유언을 그 행위에 남기길 원하셨습니다.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은 매년 주님의 이 놀라운 선물, 곧 성찬례에 대한 기쁨과 경이로움을 새롭게 하도록 우리를 초대합니다. 소극적이고 기계적인 자세가 아니라,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 선물을 받아들입시다. 우리는 기계적으로 성찬례에 임하거나 무미건조하게 영성체를 하러 나가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성체를 모시기 위해 제대 가까이 다가갈 때마다, 그리스도의 몸에 대한 우리의 “아멘”을 진정으로 새롭게 해야 합니다. 사제가 우리에게 “그리스도의 몸”이라고 말할 때, 우리는 “아멘”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 “아멘”은 확신에 찬,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아멘”이어야 합니다. 이는 예수님이십니다. 바로 우리를 구원하신 예수님이시고, 살기 위한 힘을 나에게 주시기 위해 오시는 예수님이십니다. 바로 그분이 예수님이시고, 살아계신 예수님이십니다. 따라서 우리는 습관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성체를 모시러 나갈 때마다 우리는 이번이 마치 처음으로 하는 영성체인 것처럼 임해야 합니다.

하느님의 거룩한 백성의 성체성사에 대한 믿음의 표현은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에 가톨릭 교회가 거행하는 성체 행렬입니다. 저 또한 오늘 저녁, 로마의 카살 베르토네(Casal Bertone)에서 미사를 봉헌한 뒤, 이어 성체 행렬을 거행할 것입니다. 라디오와 텔레비전 방송을 통해, 영적으로도 모두 참여하기를 초대합니다. 우리가 성찬례 안에서 흠숭하는 예수님을 믿음과 사랑으로 따르도록 성모님께서 우리를 도와주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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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6월 2019, 2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