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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차 국제 카리타스 총회 개막 미사 제21차 국제 카리타스 총회 개막 미사 

교황, 국제 카리타스에 “프로그램보다 사람이 먼저입니다”

교회는 자족하는 “완벽한 모형”이 되어서는 안 되며, “기업의 타협”이 아니라 복음에 매진하라는 부름을 받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거행된 제21차 국제 카리타스 총회 개막 미사의 강론에서 이같이 말했다. 교황은 아무것도 바꾸지 않고 “무언가를 바꾸는” 것처럼 속인다는 뜻의 “가토파르디스모”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Benedetta Capelli / 번역 이정숙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있어서 세상의 얼굴이란 매일 현장에서 고통받는 사람의 울부짖음을 듣고, 불의를 겪는 이의 눈물을 닦아주며, 교회의 이름으로 구체적인 답변을 주려고 애쓰는 이들이다. 그 교회는 성령의 불꽃을 살아가도록 부름받았다. 교황은 지난 5월 24일 금요일부터 “인류는 한 가족, 우리 공동의 집”이라는 주제로 로마에서 개최된 국제 카리타스 총회를 위해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거행된 미사 강론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신앙은 함께 걸어가야 하는 길

교황은 초기 그리스도인들을 바라보면서 “경청의 겸손, 함께하는 카리스마, 포기하는 용기” 등 세 가지 핵심요소 위에 세운 “걸어가는 교회”를 설계한다. 교회는 자신에게 고통을 주는 “효율성의 유혹”이 없는 곳으로, “삶의 극심한 충격에 대한 두려움 없이” 계속 나아가게 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수님은 교회가 자신의 조직에 만족하고, 자신의 좋은 이름을 방어하는 능력이 있는 완벽한 모형이 되기를 바라지 않으셨습니다. 조직화에, 계획에, 모든 것을 분명히 하고, 모두 분배하는 것에 너무 애쓰는 개별 교회들은 불쌍합니다. (그러한 교회는) 저를 고통스럽게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렇게 살지 않으셨습니다. 삶의 극심한 충격을 두려워하지 않고 걸어가셨습니다. 복음은 우리 삶의 프로그램이며, 그곳에 모든 것이 있습니다. 어떠한 문제든 잘 준비된 처방전으로 대응하는 게 아닙니다. 신앙은 로드맵이 아닙니다. 신앙은 ‘길’, 신뢰의 영으로 언제나 함께, 함께 걸어가는 ‘길’이라고 우리를 가르칩니다.”

‘가토파르디스모’를 멀리하십시오

함께 걷기 위해서는, 특히 하느님-사랑을 선포하는 것에 이익이 되지 않는다면 무게를 줄이는 게 필요하다. 교황은 특히 우리 자신에 대한 “포기의 아름다움”을 강조했다. 왜냐하면 “진정한 신앙은 집착을 정화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기업의 타협이 아니라, 교회처럼 복음의 매진으로 불림 받았습니다. 그리고 우리를 정화시키는 것, 새롭게 하는 것에서 가토파르디스모(gattopardismo)를 멀리해야 합니다. 이는 현실에서 아무것도 바꾸지 않으면서, 무언가를 바꾸는 것처럼 속이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이것은 시간에 보조를 맞추기 위해 사물의 외모를 좀 치장하지만, 젊어 보이기 위해 분장하는 것일 뿐입니다. 주님은 미용적인 수정을 원하지 않으시고, 포기를 통해 전해지는 진심 어린 대화를 원하십니다. 자기 자신에게서 벗어나는 것이 근본적인 쇄신입니다.”

겸손, 중심에 있기를 포기하기

자기 자신을 포기한다는 것은 타인에 대한 관심을 통해 전해진다. 교황은 “증명하고 싶은 것과 모든 방법을 동원해 동의를 구하는 것을 비롯해 중심에 있기를 포기하고 모욕을 멈추는 경청의 길을 따르면서 우리는 겸손해진다”며 “(그것은) 성령께서 내려오시고, 성령께서 인도하시는 사랑의 길”에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 길은 “작은 이들을 경청하는” 길이다.

“모든 사람들, 특별히 작은 사람들과 가장 가난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언제나 중요합니다. 세상에는 더 많은 수단을 가진 사람들이 더 많이 말할 수 있지만, 우리 사이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하느님께서는 작은 사람들과 가장 가난한 사람들을 통해 당신 자신을 보여주시는 것을 사랑하시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누구도 위에서 내려다 보지 않도록 우리 각자에게 요구하십니다. 어떤 사람을 위에서 내려다 볼 수 있을 때는, 오직 단 한번, 도와주고자 손을 건넬 때 뿐입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 그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컴퓨터 앞이 아니라 사람들 앞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 안에 하느님의 모습이 있다. 따라서 교회를 인도하는 것은 인간의 삶이다.

“교회는 다음과 같이 식별합니다. 교회는 컴퓨터 앞이 아니라 사람들의 현실 앞에서 식별합니다. 사상은 논의되지만 상황은 식별됩니다. 우리가 하는 위대한 것 안에 계시지 않고, 우리가 만나는 가난한 사람들의 작은 것 안에 계시는 하느님의 현존을 타인 안에서 찾을 줄 아는 겸손한 시선을 통한 인간이야말로 프로그램보다 먼저입니다.”

주님 안에서 사랑하는 힘

교황은 초기 그리스도인들을 언급했다. 이어 함께하는 카리스마, 차이를 극복하는 일치, “획일성이 아니라 일치를 찾는 사랑 안에서 존재와 예수님의 교회를 인식하는 것”과 같은 하나의 틀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악마와 세상의 목소리는 분열을 일으키지만, 착한 목자의 목소리는 양떼를 만듭니다. 그렇게 공동체는 하느님의 말씀 위에 세워지며, 그분의 사랑 안에 머뭅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살아있는 감실

교황은 예수님의 “사랑 안에 머무는 것” 안에서 하느님의 “어떻게”를 본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완전하게 자기 자신을 봉헌하기 위한 길은 “자유롭고, 자유롭게 하는 교회”가 되기 위해 모든 것을 주는 길이라고 말했다.

“감실 앞에, 가난한 사람들인 살아있는 많은 감실들 앞에 있도록 우리를 도와줍니다. 성체성사와 가난한 사람들은 고정된 감실이자 움직이는 감실들입니다. 그곳에서 사랑이 머물고, 쪼개진 빵의 영을 모읍니다. 그곳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어떻게’를 이해합니다.”

교황은 통제하고 관리하는 요구에서 벗어나 서로를 신뢰하라고 초대했다.

“효율주의(efficientismo), 세속적인 것, 우리 자신과 우리들의 용기를 맹신하는 미묘한 유혹, 강박적인 조직화에서 우리를 자유롭게 하시기를 주님께 청합시다. 하느님의 말씀이 인도하는 길인 겸손, 일치, 포기를 받아들이는 은총을 청합시다.”

23 5월 2019, 17: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