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게 아니라 선물입니다”
번역 김호열 신부
사도행전에 대한 교리 교육
“그분께서는 (...) 당신이 살아 계신 분이심을 (...) 드러내셨습니다. (…)
예수님께서는 (...) 사도들에게 명령하셨습니다. (…) ‘아버지께서 약속하신 분을 기다려라.’”(사도 1,3.4)
“구원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게 아니라 선물입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사도행전을 통한 교리 교육 여정을 시작하겠습니다. 루카 복음사가가 저술한 사도행전은 여행에 대해 우리에게 말해줍니다. 한 여행에 대해서 말합니다. 어떤 여행입니까? 세상 안에서의 복음의 여행입니다. 복음화의 시대를 열게 하는 하느님의 말씀과 성령의 놀라운 조합을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사도행전의 주역은 바로 활기차고 효율적인 “커플”인 말씀과 성령입니다.
시편은 이렇게 노래합니다. 하느님께서 “당신 명령을 세상에 보내시니 그 말씀 날래게 달려간다”(시편 147,15). 하느님 말씀은 달려가고, 역동적이며, 말씀이 떨어지는 모든 땅을 갈아 엎습니다. 하느님 말씀의 힘은 무엇입니까? 루카 성인은 인간의 말이 효율적이라는 건 말 잘하는 기술인 수사학 덕분이 아니라 성령의 은총이라고 우리에게 말합니다. 성령은 하느님의 능력(dynamis, 뒤나미스), 하느님의 역동성, 하느님의 힘입니다. 성령은 말씀을 정화하는 힘과 말씀이 생명을 가져올 수 있게 하는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성경을 보면 역사와 인간의 말들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성경과 역사서의 차이점은 무엇입니까? 성경의 말씀은 성령의 영감을 받아 쓰여졌으며, 무엇인가 다른 큰 힘을 주고, 우리가 말씀을 거룩함의 씨앗과 생명의 씨앗이 되게 하여 효과적일 수 있도록 우리를 도와줍니다. 성령께서 인간의 말에 관여하면 인간의 말은 “다이너마이트”처럼 역동적이 됩니다. 이로써 사람들의 마음을 밝히고, 새로운 길을 열어주고, 하느님 백성의 외연을 확장시키면서 미리 짜인 틀과 저항과 분열의 벽을 극복하게 해줍니다. 이에 대해서는 사도행전을 내용으로 하는 이번 교리 교육의 여정을 통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부서지기 쉽고 심지어 자신의 책임을 속이고 회피하려는 인간의 말에 생생하고 예리한 울림을 주는 이는 오직 성령이십니다. 하느님의 아드님께서는 성령을 통해 인간으로 태어나셨습니다. 성령께서 성자에게 기름 부으셨으며, 성자의 사명을 도우셨습니다. 성자께서는 성령에 힘입어 당신의 사도들을 선택하셨으며, 그들이 복음을 선포하는데 있어 인내와 결실을 보장해주셨습니다. 성자께서는 오늘날 우리가 복음을 선포할 때도 그것들을 보장해주십니다.
복음은 예수님의 부활과 승천으로 끝납니다. 그곳에서, 당신 교회에 부어주신 부활하신 예수님의 삶의 충만함에서, 사도행전의 줄거리가 전개되기 시작합니다. 루카 성인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수난을 받으신 뒤, 당신이 살아 계신 분이심을 여러 가지 증거로 (…) 드러내셨습니다. 그러면서 사십일 동안 그들에게 (…) 나타나시어, 하느님 나라에 관한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사도 1,3).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제자들과 음식을 나누어 먹는 것과 같은 지극히 인간적인 행동을 하시면서, 아버지의 약속이 이루어지길 신뢰를 갖고 기다리라고 그들에게 권고합니다. “너희는 성령으로 세례를 받을 것이다”(사도 1,5).
성령의 세례는 우리가 하느님과 개인적인 친교를 맺게 하고 하느님의 보편적인 구원의 의지에 참여하게 하며, 파레시아(parresia)의 역량을 갖게 하면서, 용기를, 다시 말해 “하느님의 자녀들답게” 말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합니다. 그저 인간으로서가 아니라, 하느님의 자녀들로서 말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솔직하고 자유롭고 효율적인, 그리스도와 형제들을 위한 사랑 가득한 말을 할 줄 아는 능력입니다.
그러므로 하느님의 선물을 얻거나 받기 위해 애쓸 필요가 없습니다. 필요할 때 모든 것은 무상으로 주어졌습니다. 주님께서는 모든 것을 무상으로 주십니다. 구원은 돈으로 사고 팔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구원은 무상으로 주어진 선물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예언하신 사건들이 일어날 때를 미리 알고자 걱정하는 제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응답하십니다. “그때와 시기는 아버지께서 당신의 권한으로 정하셨으니 너희가 알 바 아니다. 그러나 성령께서 너희에게 내리시면 너희는 힘을 받아, 예루살렘과 온 유다와 사마리아, 그리고 땅 끝에 이르기까지 나의 증인이 될 것이다”(사도 1,7-8).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불안하게 현재를 살지 말라며, 시간과 화해하고, 끊임 없이 발전하며, 항상 앞으로 나가는 거룩한 역사가 펼쳐지는 것을 기다리는 법을 알라고 당신 제자들에게 권고하셨습니다. 시간과 공간의 주인이신 하느님의 “걸음들”을 기다릴 줄 알기를 권고하셨습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당신 제자들에게 스스로 사명을 “만들지” 말고, (오히려) 예루살렘부터 사마리아에 이르기까지 전파하여 이스라엘의 국경을 넘어 세상의 끝까지 이르는 선교적 증언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아버지께서 성령으로 그들의 마음을 움직여주시길 기다리라고 이르셨습니다.
사도들은 이러한 기대를 함께 공유했습니다. 아직도 생생했던, 예수님께서 성찬례를 통해 당신 자신을 제자들에게 내어 바치신 선물을 증거한 이층 다락방에서 주님의 가족이 되는 그 기대를 공유하며 살았습니다. 그들은 어떻게 하느님의 힘, 하느님의 능력을 기다렸습니까? 그들은 여럿이면서도 하나가 되어 인내를 갖고 기도하며 기다렸습니다. 인내를 갖고 하나되어 기도했습니다. 외로움, 유혹, 의혹을 극복하고 친교에 마음을 열어주는 기도를 통해서 말입니다. 여인들과 예수님의 어머니이신 동정 마리아의 존재는 이 체험을 강화합니다. 그녀들은 모든 두려움을 극복하는 사랑의 충실성과 친교의 힘을 증거하는 것을 스승에게서 먼저 배웠습니다.
우리 또한 기도 중에 자신을 내어 맡기고, 성령께 청하면서, 그리고 교회적 친교의 기술을 연마하면서, 주님의 발자취들을 기다리는 인내심과 그분 사업을 우리가 “만들려고” 하지 않는 인내심을 주님께 청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