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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과 산 카를로 학교의 학생, 교사, 학부모 대표단 만남 프란치스코 교황과 산 카를로 학교의 학생, 교사, 학부모 대표단 만남 

고통과 전쟁, 만남의 문화에 대한 교황의 가르침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4월 6일 개교 150주년을 기념하는 이탈리아 밀라노 고등학교인 산 카를로 학교의 학생, 교사, 학부모 대표단을 만났다. 교황은 사전 준비 없이 진행된 질의응답 시간에 그들이 던진 모든 질문에 그 자리에서 즉답을 내놨다.

Robin Gomes / 번역 양서희

첫 번째 질문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한 학생이 질문했다. 이 학생은 친구들과 함께 페루로 선교를 떠났다가 그곳에서 극심한 가난과 불의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보았다. 이 학생은 교황에게 하느님은 불공평하신 것 같다는 의문을 제기했다.  

고통

교황은 왜 어린이들이 고통받아야 하는가 등의 그런 질문들은 답이 없으며 앞으로도 답을 찾을 수 없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어 그러한 질문에 미리 준비된 “잘 포장된 대답”에 의존함으로써 답변하는 사람들은 삶의 길에서 그릇된 길로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호기심이 많아 부모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부모의 답에 만족하지 못하며 “왜?”라는 질문을 계속하는 어린이의 예를 들었다. 이 어린이가 던지는 질문을 통해, 불안감을 느끼는 어린이가 부모로부터 기대하는 확신 가득한 시선과 그 시선으로 힘을 내어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가는 어린이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다. “이 질문에는 정해진 답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아이 부모님의 따뜻한 시선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 답 없는 질문은 신비의 감각 안에서 여러분을 성장시킵니다. 우리는 질문해야 합니다.”

이 세상의 고통에 대해 교황은 불공평한 것은 우리 인간이지 하느님이 아니라고 말했다. 서로 간의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것은 바로 우리 인간이고 이 차이에서 고통과 가난이 시작된다. 오늘날 이 세상에서 굶주린 아이들이 너무나 많은 이유는 하느님이 무언가를 잘못 만드신 게 아니라 “나날이 사람들을 더욱 가난해지게 만드는 불공평한 경제 체제” 때문이다.

교황은 이것이 공산주의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너희는 내가 굶주렸을 때에 먹을 것을 주었다”고 우리 인간에게 말씀하시며 감사를 표하신 예수님의 가르침에 대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늘날 아이들을 굶주리게 만들고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이 체제에 편승하는 사람들에게 예수님께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가거라. 내가 굶주렸을 때 너는 나를 보지 않았다.”

전쟁

교황은 모든 사람이 평화를 찾지만 아직도 많은 나라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예멘, 시리아, 아프가니스탄을 언급했다. 이어 교황은 “무기가 없었다면 그들은 전쟁을 벌이지 못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들이 전쟁을 벌이는 이유는 “부유한 우리, 곧 유럽과 미국이 아이들과 무고한 시민들을 죽이려고 무기를 팔기 때문”이다. “차이를 만드는 것은 바로 우리들입니다. (…) 이것은 여러분이 두려움을 떨치고 분명히 마주해야 할 일입니다. (…) 특히 젊은 여러분들이 이러한 문제에 의문을 제기하지 못하거나, 이러한 것들에 관해 말하지 못한다면, 여러분은 (더 이상) 젊은이가 아닙니다. 여러분을 끓어오르게 만드는 무언가가 마음에서 빠졌기 때문이죠.”

최근 보도에 따르면 세계 곳곳에는 아직도 9억 개의 대인지뢰가 묻혀 있고 전쟁이 끝난 후에도 많은 사람들을 죽음에 이르게 하고 있다며 교황은 다음과 같이 질문했다. “하느님께서 그렇게 하셨습니까? (…) 아니오. 여러분이 그렇게 한 것이고, 우리가 그렇게 한 것이고, 내 나라가, 우리 나라가 그렇게 한 것입니다.”

교황은 지난 10월 젊은이를 주제로 열린 세계주교대의원회의(주교 시노드)에서 의견을 발표한 총명한 젊은 기술자를 언급했다. 이 젊은이는 대기업 취직을 위해 극심한 경쟁구조에서 성공적으로 살아남았다. 그가 파견된 사무실은 무기 공장과 관련된 일을 하는 곳이었다. 그는 결혼을 앞두고 있었지만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일에 자신의 지식과 손을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교황은 “이러한 사람들이 바로 우리에게 꼭 필요한 용감한 젊은이들입니다.”

교황은 답변을 마무리하면서 “우리는 언제나 스스로 불편한 질문들과 마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질문들은 절대 답을 찾을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질문과 마주함으로써 우리는 성장할 것이며, 쉴새없는 마음으로 진정한 어른이 될 것입니다.”

학교 내 전쟁?

교황은 학교 내, 교실 안에서도 시리아, 예멘,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과 동일한 일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는 따돌림을 당한다. 따돌림은 학생들이 만들어낸 것이지 하느님께서 만드신 것이 아니다. 교황은 “여러분이 누군가를 따돌릴 때마다 여러분은 전쟁을 선포하는 것”이라며 “우리 모두의 마음 안에는 다른 사람을 파괴하려는 씨앗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 인간은 차이를 만들어내려는 경향을 지니고 있으며, 타인들의 가난으로 부를 얻고 축적하려고 합니다.”

두 번째 질문

산 카를로 학교의 한 교사는 어떻게 하면 학생들에게 그리스도교 문화의 가치를 잘 전달할 수 있는지를 교황에게 물었다. 또한 어떻게 학생들이 다른 문화와 대면하고 참된 만남을 이룰 수 있을지에 대해 질문했다.

뿌리와 정체성

교황은 뿌리를 내리려면 지속성과 기억 등 두 가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뿌리가 뽑히거나 일관성이 없는 “유동적 삶(Born liquid)”이란 자신의 정체성, 곧 뿌리를 찾을 능력이 없는 삶을 뜻한다.

이 말은 현재의 시간에 대하여 문을 닫아 걸고 두려움 없이 과거에만 갇혀 있으라는 뜻이 아니다. 뿌리 내린 존재라는 것은 뿌리로부터 영양분을 받아 성장하고 앞으로 나아간다. 교황은 이것이 바로 인류, 가정, 역사에 대한 기억을 가진 노인들, 조부모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라고 젊은이들에게 권고해 온 이유라고 설명했다.

만남의 문화

만남의 문화와 관련해 교황은 대화가 정체성을 전제로 시작된다고 말했다. 교황은 내면의 빛, 곧 정체성을 갖지 못한 사람들은 시대가 흘러가는 대로 5분 뒤면 사라질 폭죽 같은 삶을 산다고 설명했다. 우리 인간은 혼자 태어난 존재가 아니다. 우리는 가정 안에서, 사람들 안에서 태어나며, 또 많은 경우 유동적인 문화 안에서 태어난다고 교황은 말했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우리가 사람들과 함께하는 존재라는 걸 잊어버린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교황은 애국심이 국가(國歌)를 부르고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는 것을 뜻한다기보다 땅과 역사, 문화에 관련한 것이라며 그것이 바로 정체성이라고 말했다.

또한 교황은 만남의 문화에 대해 설명하면서 “다민족주의”와 “다문화주의”가 정수처리된 물이 아니라 맛있고 목마름을 가시게 해주는 생명수라고 말했다.

이민자들

교황은 이민자들이 마치 전염병과 같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고 말했다. 예수님도 이민자였다. 나이지리아 사람들이 마피아를 만든 것이 아닌 것처럼 이민자들도 범죄자들이 아니다. “마피아는 우리 이탈리아가 만들었습니다. 우리가 만든 겁니다.” 이어 교황은 “우리는 모두 범죄자가 될 기회를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민자들은 오히려 우리를 부유하게 만든다. 교황은 유럽도 원주민들, 켈트족, 그리고 고유한 문화를 온전히 간직한 채 북쪽에서 내려온 모든 민족들을 포함한 이민자들로 만들어진 나라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문화 사이의 장벽, 마음의 장벽, 다른 나라와 문화와 사람들과의 만남을 가로막는 장벽을 세우려는 유혹이 많다고 탄식했다. 이어 다음과 같이 경고했다. “장벽을 높이려는 사람은 누구든지, 장벽을 세우려는 사람은 누구든지, 결국에는 자신이 만든 장벽 안에, 지평선 없는 장벽 안에 갇혀 노예로 전락하고 말 것입니다.”

“만약 제가 인종차별적인 마음을 갖고 있다면, 저는 왜 그랬는지 스스로를 성찰하고 변화시켰을 겁니다.” 교황은 우리가 이민자들을 받아들이고 동행하며 통합해야 한다면서, 이민자들을 환대할 때 우리는 더 부유해지고 성장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교황은 교사들에게 학생들을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게 함으로써 다양성과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만남의 문화 속에서 양성하라고 권고했다.

또한 교황은 서구 사회에서 무관심의 문화가 자라나는 측면에 대해 탄식했다. 이어 무관심을 “독재”에 비유하면서 그것이 “내 것은 내 것”으로 간주하고 모든 확실성을 배제하는 상대주의에서 비롯된 경향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이러한 무관심의 문화가 근본주의와 파벌을 만드는 마음에서 생긴다고 지적했다.

06 4월 2019, 2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