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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사제들은 ‘기름붓기’ 위해 ‘기름부음’을 받았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4월 18일 성주간 목요일 오전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로마교구 사제들과 함께 성유 축성 미사를 봉헌했다. 교황은 강론을 통해 미사에 참례한 사제들에게 자신을 내어주며 자신의 편안함을 찾지 말고 사람들 사이에 머무르면서 사람들의 상처를 어루만져주라고 권고했다.

Debora Donnini / 번역 김호열 신부

사제들은 “병에 든 기름을 나눠주는 사람들”이 아니라 상처 입은 그리스도의 몸에 기름을 붓기 위해 기름부음을 받았다. 이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성유 축성 미사 강론 때 사제들에게 제시한 길이다. 이날 성유 축성 미사는 교황을 비롯해 추기경들, 주교들, 로마교구의 모든 사제들이 공동으로 집전했다. 이는 교구 사제단이 주교를 중심으로 모인 교회의 일치를 드러내는 의미를 갖는다. 교황은 사제들에게 자신을 내어주며 자신의 편안함을 찾지 말고 “가장 아름다운 곳인 신자들” 사이에 머무르라고 권고하면서 성직중심주의의 유혹을 경계하라고 당부했다. 이날 성유 축성 미사에서 사제들은 자신들이 사제품을 받았을 때 했던 서약을 갱신했고, 교황은 세 개의 수레 위에 놓인 성유함에 담겨 제대 앞으로 실려온 성유(‘축성 성유’, ‘예비 신자 성유’, ‘병자 성유’)를 축복했다. ‘축성 성유’에는 향유를 넣었다.

“기름부음”을 배우는 사람은 인색함, 학대, 잔인함에서 치유됩니다

교황은 자신이 견진 성사와 신품 성사를 집전할 때 (성사를 받는 이의) 이마와 손에 ‘축성 성유’를 듬뿍 골고루 잘 바르는 것을 좋아한다고 로마교구 사제들에게 털어놨다. 왜냐하면 성유를 “듬뿍 골고루 잘 바름으로써 저 자신이 기름부음 받았음을 새롭게 하는 것을 체험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말의 의미는 우리가 병에 든 기름을 분배하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겁니다. 우리는 기름을 붓기 위해 기름부음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우리 자신과 우리 성소와 우리 마음을 나눠주면서 기름을 부어주는 겁니다. 우리가 기름을 부어줄 때 우리는 우리 신자들의 신앙과 애정으로 새롭게 기름부음을 받습니다. (한편으로) 우리는 신자들의 상처, 죄, 고통을 어루만져 더러워진 손으로 기름을 붓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우리는 (똑똑하다고 자처하는) 많은 사람들이 미신으로 치부하는 (자기 자신을 내어주는) 신자들의 믿음, 희망, 충실성, 관대함을 어루만져 향기나는 손으로 그들에게 기름을 붓습니다. 기름부음과 축복하는 것을 배우는 사람은 인색함, 학대, 잔인함에서 치유됩니다.”

사제들은 구걸하는 자들의 손을 잡아주어야 합니다

교황은 이날 전례의 루카 복음 내용에서 묵상을 시작했다. 나자렛의 회당에 들어간 예수님은 친구들과 친척들이 보는 가운데 이사야의 예언을 당신에게 적용하신다. 예수님은 성령에 의해 백성들에게 기름을 부어주시기 위해 보내진 ‘기름부음 받은 이’다. 교황은 강론에서 군중의 복음적 비전을 설명하면서, 주님께서 백성들, 백성 전체, 개인 각자와 직접적인 접촉을 결코 잃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루카 복음사가에 따르면 “주님께서 우선적으로 기름 부어 주고자 하는 대상자”는 네 그룹의 사람들로 △가난한 이들 △잡혀간 이들 △눈먼 이들 △억압받는 이들이다. 그들 중에는 작은 동전 두 닢을 봉헌한 과부, 바르티매오, 그리고 비유에 나오는 착한 사마리아인이 있다. 이들은 주님의 기름부어주심으로 활력을 얻고 구체적인 얼굴을 지닌 “우리의 복음적 모델”이다. 교황은 사제들에게 이들처럼 단순한 사람들이 되라며 자신들이 “기름을 부어주기 위해 기름부음 받은 사람들”이라는 점을 기억하라고 권고했다.

“그들은 우리 영혼과 교회의 모습입니다. 그들 각자는 우리 백성의 유일한 마음을 구체화시킵니다. 우리 사제들은 가난한 자입니다. 우리가 자선을 하고 걸인의 손을 잡고 그의 눈을 바라볼 때, 우리는 가난한 과부의 마음을 갖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제들은 바르티매오입니다. 우리가 매일 아침 기도하기 위해 일어나 ‘주님, 제가 다시 볼 수 있게 해 주십시오!”라고 청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제들은 우리가 지은 죄들의 어떤 측면에 있어서 도둑들에 의해 폭행당해 초주검이 된 상처 입은 자입니다. 우리는 우리 손으로 다른 이들을 불쌍히 어루만질 수 있도록, 우리가 먼저 착한 사마리아인의 자비로운 손길 안에 있기를 원합니다.”

“성직중심주의는 사람들에 무관심하고 자신의 안락함만 찾습니다”

교황은 군중이라는 단어가 “경멸적인” 용어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아마도 어떤 사람의 귀에 군중이라는 단어는 특별할 것 없는 익명인 무리처럼 들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복음에서 보는 바와 같이 주님과의 관계 안에서 “군중이 변화된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아울러 교황은 예수와 군중 사이의 관계를 특징짓는 세 가지 은총에 대해 설명했다. 첫 번째는 따름(sequela)이다. 군중의 따름은 “조건이 없으며 애정이 가득한” 것이고, 먹을 것을 찾는 군중을 돌려 보내라고 주님께 제안하는 “잔인함에 가까운” 태도를 가진 제자들의 “인색함”과는 반대되는 것이다.

“저는 여기서부터 성직중심주의(clericalismo)가 시작된다고 믿습니다. 군중의 처지를 생각치 않고 자신들이 먹을 음식과 자신들의 안락함만을 바라는 태도에서 시작된다는 겁니다. 주님께서는 이 유혹을 끊어버리셨습니다.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마르 6,37). 이것이 바로 예수님의 대답이었습니다. ‘너희가 군중들을 돌보아라!’”

감탄과 식별의 은총

군중이 예수님을 따를 때 받은 두 번째 은총은 예수님을 향한 “기쁨으로 가득 찬 감탄”이다. 예수님도 군중들의 믿음에 감탄하셨다. 세 번째 은총은 식별의 은총이다. 군중은 “예수님의 권위”를 인식했다. 곧, “사람들의 마음에 들어갈 수 있고, 악령들도 순종하게 하는 그분 가르침의 힘”을 인식했다. 이는 “모략하는 대화를 나누는 이들의 말문을 잠시 동안이나마 막아버린” 힘이다. 벽 위에 기름을 바르는 것처럼, 그분 은총의 행동은 몸 전체로 퍼져 나간다. 이처럼 주님은 “포괄적인 우선적 선택”의 역동성을 따른다. 한 개인이나 한 그룹에 주어지는 은총은 모두의 “충분한” 유익을 위한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시선의 광채를 회복시키십니다

교황은 강론 중에 가난한 이들 가운데 자신이 가진 전 재산인 작은 동전 두 닢을 봉헌한 과부를 기억했다. 그 과부와 함께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선포하는 사명을 온전히 완수할 수 있는” 예수님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한 행동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행동이 복음에서 언급된 행동임을 깨닫지 못했다. “그녀의 행동은 하늘나라에서 ‘무게’가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녀는 세상의 모든 재물보다 더 가치 있다는 기쁜 소식을 ‘우리 주위에 숨어 있는’ 많은 성인⋅성녀처럼 자신의 삶 안에서 직접 살아내고 있었습니다.” 이어 교황은 바르티매오와 같은 장님에 관해 말하면서, 시선의 기름부음을 언급했다. 교황은 예수님이 “매일 우리를 세상에 빠지게 만드는 흥미롭고 의미 없는 이미지들로부터 우리 시선의 광채”를 다시 찾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스도의 상처 입은 몸에 기름을 바르는 것에서 역사의 변두리에 있는 사람들을 위한 구원이 있습니다

‘억압받는 이들’의 어원은 그리스어로 “트라우마(trauma)”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 죽음에 이를 정도로 폭행 당한 사람의 상처를 붕대로 동여매고 (기름으로 발라준)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떠올리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교황은 그리스도의 상처 입은 몸에 기름을 바르는 것에서 “트라우마가 있는 모든 이들을 위한 구원이 있다”며 “이들은 개인과 가족들, 배척당하고 불필요한 존재처럼 관심 밖에 있는 사람들이며 역사의 변두리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념적 식민지화에 의해 갇힌 도시들

끝으로 ‘잡혀간 이들’에 관한 것이다. 바로 전쟁 포로들이다. 이들은 “창 끝에 놓인 자들”로, 예수님이 예루살렘의 멸망을 예고하면서 사용하신 표현이다. 교황은 “우리 조상들의 일과 예술에 의해 형성된 우리들의 문화의 기름부음만이 새로운 형태의 노예 상황으로부터 우리의 도시들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면서 “오늘날 도시들은 창으로 점령되는 게 아니라 이념적 식민지화의 가장 미묘한 수단으로 점령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교황은 강론을 마무리하면서, 사제들로 하여금 “우리에게 맡겨진” 백성들을 위해 주님의 자비를 청하기 위해, 예수님과 함께 신자들 가운데 머무르라고 거듭 강조했다. 또한 교황은 미사에 참례한 사제들에게 바티칸 출판사(LEV)가 펴낸 책을 선물했다. 『우리의 고된 일이 예수님께는 소중합니다 – 성유 축성 미사 강론들』이란 제목이 달린 이 책에는 이번 성유 축성 미사를 포함해 (지난 2013년부터) 교황의 모든 성유 축성 미사 강론들이 수록돼 있다.

18 4월 2019, 1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