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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식량농업기구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 (2017년 10월 16일) 유엔식량농업기구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 (2017년 10월 16일) 

교황 “가난한 사람들은 기다릴 여유가 없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0월 16일 ‘세계식량의 날’을 맞아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서한을 보내 어느 누구도 식량 부족으로 고통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한 긴급한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Lydia O'Kane / 번역 김단희

“가난한 사람들은 기다릴 여유가 없습니다.” 이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10월 16일 화요일 세계식량의 날을 맞아 호세 그라치아노 다 실바(José Graziano da Silva) 유엔식량농업기구(이하 FAO) 사무총장에게 보낸 서한의 일부다. 교황은 오는 2030년까지 전 세계 기아 종식을 목표로 하는 ‘제로 헝거(Zero Hunger, 기아 없는 세상)’의 기한이 아직 12년이나 남았다고 누군가는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현재 절망적 상황에 놓여있는 사람들을 돕기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교황은 지금부터 2030년까지 “활발하고 일관된 사업을 준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이제 12년 밖에 남아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기아 종식을 위한 긴급 요청

교황은 올해 세계식량의 날 주제 “우리의 행동이 우리의 미래: 2030년 기아 없는 세상은 가능하다”를 언급하면서, 이 주제가 “‘2030지속가능개발의제(2030 Agenda for Sustainable Development)’의 목표에 동참한 모든 국가들에게 그 책임을 긴급히 요청하는 한편, 우리로 하여금 우리를 마비시키고 방해하는 무기력에서 깨어나게 하는 구호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단순한 협약이 아닌 실질적인 지원

교황은 이어 “우리 모두가, 특별히 FAO를 비롯한 FAO 회원국, 국내외 기관 및 기구, 시민사회, 그리고 선의를 가진 모든 사람들이 함께, 누구 하나라도 질적∙양적 식량 부족에 시달리지 않도록 헌신해야 한다”면서, 빈민들이 우리에게 바라는 것은 “단순히 처리해야 할 문제나 협약이 아니라, 비참함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실질적인 도움”이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또 기술, 과학, 정보통신, 기반시설 분야에서 금세기 동안 이룩해낸 진보를 언급하고, 우리가 “인류애, 연대 부문에서 이와 같은 수준의 진보를 이뤄내지 못해 가장 열악한 환경에 있는 이들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조차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점에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더 노력할 수 있고, 또 그래야만 합니다. 우리는 구체적인 행동을 통해 기아라는 재앙을 완전히 종식시켜야 합니다.” 교황은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2030지속가능개발의제가 명시하듯이, 가난한 사람들의 실제적인 요구를 지향하는 개발을 위한 협력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우리는 굶주림 없는 미래를 꿈꿀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가 가시적인 절차, 필수적 유대관계, 효과적인 계획, 그리고 진정한 헌신을 시작할 때에 비로소 가능합니다.”

일치, 그리고 정치적 의지

교황은 또한 기아 문제에 대한 대응으로 지역 및 전세계적 차원의 일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이런 측면에서 “지속가능발전목표와 제로 헝거 사업 등 2030지속가능개발의제의 실현을 위해서는 FAO와 같은 국제단체들이 개입해 회원국들로 하여금 지역 차원에서 다양한 사업에 착수하고 이를 이행하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기아라는 재앙을 종식시키고자 하는 정치적 의지 부족을 암시하면서 교황은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기꺼이 기아를 종식시키고자 하는 의지입니다. 이것은 궁극적으로 모든 민족과 모든 종교가 공유하는 도덕적 신념 없이는 결코 실현될 수 없습니다.”

능동적 비전

교황은 또한 수동적 접근이 아닌 ‘능동적 비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우리의 관점이 피상적일 때 “우리는 기아라는 비극을 감추는 구조적 측면을 간과하게 된다”고 지적하고, 기아의 원인으로 “극도의 불평등, 세계 자원의 불평등한 분배, 기후 변화, 수많은 지역을 황폐화하는 끝없이 이어지는 피비린내 나는 갈등”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교황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치명적 무기거래를 억제하고, 필사적으로 울부짖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교황은 기아를 이겨내기 위한 가톨릭 교회의 노력과 사명을 상기시키면서 다음과 같이 마무리했다. “지금 빈곤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이들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들은 살과 피를 나눈 우리의 형제자매들입니다. 그들은 마땅히 도움과 지지의 친절한 손길을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16 10월 2018, 1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