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팔레르모 미사 강론… “마피아로 있는 한 하느님을 믿을 수 없습니다”
자기 형제를 증오하면서 하느님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거짓말쟁이다. 왜냐하면 (형제를 증오하면서) “사랑이신 하느님을 고백하는 신앙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거짓말이기 때문”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9월 15일 토요일) 포로 이탈리코(Foro Italico)에서 거행된 미사 강론에서 했던 이 말을 시작으로 마피아에 대한 자신의 확고한 단죄를 거듭 강조했다. 피아차 아르메리나(Piazza Armerina)에서 헬기로 팔레르모에 도착한 교황은 “증오라는 말은 그리스도인 삶에서 지워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느님을 믿으면서 형제를 핍박할 수는 없습니다.”
“마피아 단원으로 있는 한, 하느님을 믿을 수 없습니다. 사랑이신 하느님의 이름을 모독하는 삶을 살기 때문에, 마피아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살지 않는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명예의 사람들이 아니라, 사랑의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핍박하는 사람이 아니라, 섬기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권력을 추구하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걸어가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여정은 진정으로 주님을 신뢰하며 마피아적 방식과 위협을 바꾸는 참된 회개를 필요로 한다.
“마피아의 후렴구가 ‘내가 누군지 당신은 모른다’라면, 그리스도인의 후렴구는 ‘저는 당신이 필요합니다’입니다. 마피아의 위협이 ‘반드시 당신에게 갚아주겠소’라면, 그리스도인의 기도는 ‘주님, 사랑하도록 저를 도와주십시오’입니다. 그러므로 마피아 단원들에게 말합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변하십시오! 여러분 자신과 여러분의 돈을 생각하지 마십시오. ‘수의(壽衣)에는 주머니가 없다’는 것을 여러분은 잘 알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지니고 갈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예수 그리스도의 참된 하느님께로 회개하십시오! 저는 마피아 단원들에게 거듭 말합니다. 만일 여러분이 이렇게 하지 않는다면, 여러분의 삶은 사라질 것이고 최악의 패배가 될 것입니다.”
복자 피노 풀리시 신부의 증거
섬김과 내어줌의 발자취를 따라 “자신의 지역에서, 가난한 이들 중의 가난한 이”로 자기 삶을 살았던 사람이 바로 복자 피노 신부였다. 교황은 그가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삶을 살지 않았으며, 반-마피아 운동을 호소하지도 않았고, 악행을 하지 않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았으며, 선을 씨 뿌렸다”고 상기시켰다. 복자 피노 신부는 ‘하느님-돈’이라는 패배 논리에 ‘하느님-사랑’이라는 아름다운 논리로 맞섰다고 교황은 강조했다. 복자 피노 신부의 이러한 논리는 죽음의 순간에도 미소로 봉인된 승리의 삶이었다.
“25년 전 오늘, 피노 신부님은 생일날에 돌아가셨고, 미소를 머금은 승리의 관을 쓰셨습니다. 그분의 미소는 살인범으로 하여금 밤에 잠을 들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그 살인범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 미소 안에는 일종의 빛이 있었습니다.’ 피노 신부님은 무방비 상태였지만, 그분의 미소는 하느님의 힘을 전했습니다. 눈이 멀 정도의 섬광이 아니라, 마음속에 파고들어 마음을 뒤흔드는 부드러운 빛이었습니다.”
미소의 성직자
교황은 복자 피노 풀리시 신부의 모범을 떠올리면서 한 가지 특별한 요청을 했다. “우리에게는 미소를 머금은 수많은 성직자가, 미소를 띤 그리스도인이 필요합니다. 일을 가볍게 여기기 때문이 아니라, 오직 하느님의 영광으로 풍요롭기 때문이고, 사랑을 믿고 섬기기 위해 살기 때문입니다.” 교황은 강론에서 복자 피노 신부가 “위험을 무릅썼다”면서 “위험을 무릅쓰지 않는 것보다 안락하고 비굴한 지름길로 살아가는 것이 삶에서 정말로 위험하다는 걸 알았던 인물”고 설명했다.
“어중간한 진리에 자족하거나 밑바닥 삶을 사는 것으로부터 하느님께서 우리를 해방시켜주시길 빕니다. 어중간한 진리는 마음을 만족시키지 못하며 선을 행하지도 않습니다. ‘비천한’ 이들 주위를 돌고 있는 비루한 삶으로부터 하느님께서 우리를 해방시켜주시길 빕니다. 내가 좋다면 모든 것이 좋고, 다른 것도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부터 하느님께서 우리를 해방시켜주시길 빕니다. 불의를 반대하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옳다고 믿는 것으로부터 하느님께서 우리를 해방시켜주시길 빕니다. 불의를 반대하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은 정의로운 사람들이 아닙니다. 단순히 아무런 악도 행하지 않기 때문에 좋은 사람이라고 믿는 것으로부터 하느님께서 우리를 해방시켜주시길 빕니다. 어느 성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악을 행하지 않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선을 행하지 않는 것은 악한 일입니다’(성 알베르토 우르타도). 주님, 저희에게 선을 행하려는 열망을 주십시오. 거짓을 미워하고 진리를 찾으려는 열망을, 태만이 아니라 희생을 선택하려는 열망을, 복수가 아니라 용서를 선택하는 열망을 주십시오.”
패배의 삶
교황은 우리가 자기 자신을 위해 살거나, 혹은 생명이나 사랑을 주거나, 혹은 이기심을 선택하도록 부르심 받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어 승리의 삶이란 “자기 자신을 위해 사는 사람의 삶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비록 “세상의 눈에는 승리자로 보이더라도” “자신이 필요로 하는 것들을 충분히 만족시키는” 사람의 삶은 옳지 않다. “사물, 돈, 권력, 쾌락”에 집착하며 이기주의적인 방식으로 살아갈 때, 패배를 피할 수 없게 된다. “악마는 문을 열어놓았고” 이기주의로 “마음은 마비되어” “결국 속이 빈 채로, 홀로 남게 됩니다.” 세상의 악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돈이나 권력이 필요하지 않다. 교황은 “돈과 권력은 인간을 해방시키지 못하고 노예로 만든다”고 힘주어 말했다.
승리의 삶
승리의 삶이란, 잘못된 논리와 광고에서 등장하는 모델들을 뒤집어 엎으시는 예수님께서 알려주신 삶이라고 교황은 상기시켰다. 따라서 승리의 삶은 “성공한 사람”의 삶이나 “자신의 매상을 올리는” 사람의 삶이 아니다.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길은 겸손한 사랑의 길이다. “오직 사랑만이 (마음의) 내면을 해방시키며 평화와 기쁨을 줍니다.” 교황은 이어 “참된 권력은 섬김”이라고 덧붙였다. “가장 강력한 목소리는 큰소리로 외치는 사람의 목소리가 아니라 기도입니다. 가장 위대한 성공은 자신의 명예가 아니라 자신의 (삶에 대한) 증언입니다.” 더 나아가 그리스도인에게 있어 유일한 포퓰리즘이란 “외치거나 비난하거나 분쟁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목소리를) 듣고 사람들을 섬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목숨을 내어놓기
“친구들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요한 15,13). 복자 풀리시 신부의 무덤에는 예수님의 이 말씀이 새겨져 있다. 교황은 다음과 같이 강조하며 강론을 마무리했다. “(복자 풀리시 신부님은) 목숨을 내어주는 것이 승리의 비결, 아름다운 삶의 비결이었음을 모든 사람에게 상기시켜줍니다. 오늘 우리도 아름다운 삶을 선택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