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수도자들에게 “여러분은 순교자의 자녀입니다”
Benedetta Capelli / 번역 이정숙
성직자, 수도자, 신학생들이 수도회 연합회(Commissione degli Ordini religiosi) 회장 보도프야노바스(Vodopjanovas) 주교를 통해 청한 것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격려의 말씀”으로 시작하는 공동기도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카우나스의 거룩하신 베드로와 바오로 대성당(Cattedrale dei Santissimi Pietro e Paolo)에서 성모님께 공경의 예를 행한 다음, 즉흥적 내용이 많은 연설을 통해 과거를 잊지 말고, 종종 익명의 많은 사람들이 일궈낸 선을 보호하라고 참가자들에게 요청했다. 이어 교황은 슬픈 사람들이 아니라 하느님과 사랑에 빠진 사람들, (바깥으로) 나아가는 교회의 복음전파자들이 되라고 권고했다.
순교자 교회
“여러분을 보면서, 저는 여러분 뒤의 많은 순교자들을 봅니다. 그들이 어디에 묻혔는지조차 우리가 알지 못한다는 의미에서 익명의 순교자들입니다. 여러분은 순교자들의 자녀들입니다. 이것이 여러분의 힘입니다. 그리고 세상의 정신은 여러분에게 여러분의 선조들이 살았던 것이 아닌 다른 것들을 말하지 않습니다. 여러분의 순교자들을 기억하고, 항상 그들을 닮으십시오. 그들은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아울러 교황은 부르심 후의 기쁨을 더 이상 경험하지 못하고 “세속화된 정신”에 따라 지루하게 살아가는 2세대 수도자들의 유혹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교황은 연설에서 그들이 “하느님의 직원(funzionari di Dio)”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어 풍족한 사회가 “우리를 너무 만족스럽게 만들었고, 봉사와 재화로 가득 채워서 우리는 모든 것에 부담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하느님께 대한 열망을 키우고 경배하고 기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사람들을 경청하기
교황은 하느님 백성을 섬기는 것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노인들의 외로움과 의미를 찾지 못하는 젊은이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나누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의 존재가 즉흥적인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필요에 응답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교황은 설명했다.
“기도 안에서 하느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우리로 하여금 타인의 고통을 보고 듣고 알게 해줍니다. 이는 타인을 자유롭게 해주기 위함입니다. 그러나 우리 백성이 신음하는 것을 멈추고, 목마름을 해소하려고 물을 찾는 것을 멈춘다면, 우리 또한 자극되어 있어야 합니다. 이는 우리 백성들의 목소리를 마비시키는 것이 무엇인지 식별하기 위한 순간이기도 합니다.”
봉헌생활은 일관적이어야 합니다
교황 연설의 핵심은 젊은 수도자들을 대상으로 한 초대였다. 그 초대란 평범하게 살려면 차라리 그들의 직무를 버리라는 것이었다.
“평범하게 사는 것보다는 다른 길을 선택하는 게 더 낫습니다. 이는 젊은이들을 위한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아직 시간이 있습니다. 문은 열려 있습니다.”
교황의 권고는 무엇보다도 뿌리를 바라보라는 것이다. 그 뿌리는 가르치고 말하며 제안하는 것을 요청한 노인들이 걸었던 길이다.
“시민과 종교의 자유를 변호하기 위해, 여러분에게 가해진 폭력, 명예훼손의 폭력, 투옥과 추방 등은 역사의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여러분의 신앙을 꺾지 못했습니다.”
교황은 그리스도인의 희망이 시련을 통해서도 성장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은 이 희망을 살고 타인에게 자기 자신을 열며 “우리”가 된다고 말한다.
“’우리’는 통합하며 ‘나’를 뛰어넘고 넘어섭니다. 주님께서는 함께, 모든 피조물을 포함해, 이렇게 함께 우리를 부르시고, 우리의 죄를 사하시고, 또한 우리를 영광스럽게 하십니다. 우리는 자주 개인의 책임을 많이 강조합니다. 공동체적인 측면은 하나의 배경이나 단순히 장식으로 변했습니다. 그러나 성령께서는 우리를 일치시키시고, 우리의 차이를 조화롭게 하시며, 또한 교회의 사명을 촉구하기 위해 새로운 활력을 일으키십니다.”
하느님과 사랑에 빠지지 않았기 때문에 슬픈 사람들
교황은 복음선포에 새로운 동기를 부여하면서 “하나의 질병”인 슬픔에 압도되도록 자신을 내버려두지 않는 필요성에 초점을 맞췄다. 교황은 방향을 잃었거나 결실을 맺지 못할 위험을 직감했을 때 멈추라고 요청했다.
“사랑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사랑에 빠지지 않았기 때문에 슬픈 겁니다. (처음엔 그들도) 주님과 사랑에 빠졌습니다. 그들은 결혼이나 가정을 꾸리는 삶을 뒤로한 채 주님을 따르길 원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들이 피곤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슬픔에 빠집니다. 부탁입니다. 슬픔에 빠지셨을 때는, 멈추십시오. 그런 다음 지혜로운 신부님이나 지혜로운 수녀님을 찾으십시오. 지혜로운 사람들은 사랑 안에서 앞으로 나아가는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가서 조언을 구하십시오.”
하느님의 직원이 아닙니다
또한 슬픔은, 사랑과 사도적 열정을 위한 자리란 없는 회사생활로 (하느님의) 부르심을 생각하는 것과도 연관돼 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만약 여러분이 ‘직원(funzionari)’이길 원치 않으신다면, 이렇게 한마디만 하겠습니다. ‘가까움(vicinanza)’입니다. 가까움과 인접성(prossimità)입니다. 감실에 가까이 가서 주님과 얼굴을 맞대십시오. 그리고, 사람들에게 가까이 가십시오. ‘하지만 신부님, 사람들이 안 옵니다(...)’고 말하십니까. 그 말을 하기 전에 그들을 만나러 나가십시오!”
관료적인 성직자가 아니라 목자, 곧 용서하시는 아버지의 포옹을 느끼게 해주는, 가까이 있고 자비로운 사람들이 되어야 한다. 교황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고해소는 정신과 의사의 상담소가 아닙니다. 고해소는 사람들의 마음을 파헤치기 위한 곳이 아닙니다.”
수녀들은 어머니들입니다
교황은 수녀들을 향해 어머니가 되라고, 성모님과 교회의 이콘이 되는 것을 명심하라고 강조했다.
“어머니 교회는 수다를 떨지 않습니다. 사랑하고 섬기며 성장시킵니다. 감실과 기도를 가까이 합니다. 제가 말씀 드린 것은 영혼의 목마름과 타인에 대한 목마름, 사제와 수도자가 ‘직원’으로서 봉사하는 게 아니라 자비로운 아버지와 어머니로서 봉사하라는 것입니다. 만일 그렇게 하신다면 여러분은 노인이 되었을 때 아름다운 미소와 빛나는 눈을 갖게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여러분은 너그러움과 사랑과 부성과 모성으로 가득 찬 영혼을 갖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불쌍한 주교를 위해 기도해주십시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