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대금업자의 회심 위한 교황의 기도… 베드로 위해 기도하는 예수님을 묵상하다
VATICAN NEWS / 번역 김호열 신부
프란치스코 교황은 4월 23일 산타 마르타의 집 성당에서 부활 제2주일 목요일 아침미사를 집전했다. 교황은 미사를 시작하며 코로나19 대유행의 시기에 어려움에 처한 가정들을 위해 기도했다.
“여러 지역에서 코로나19 대유행의 영향 중 하나를 체감합니다. 곧, 도움이 필요한 가운데 굶주리고 있는 많은 가정들이 있습니다. 불행히도 고리대금업자들이 많은 가정들을 ‘도와주고 있습니다.’ 이는 또 다른 전염병입니다. 바로 사회적 전염병이죠. 이러한 가정들은 일용직으로 생계를 유지하거나 노동착취에 내몰린 가정들입니다. 일자리가 없거나 자녀들과 함께 (…) 먹을 음식이 없는 가정들입니다. 고리대금업자들은 이러한 가정들이 갖고 있는 최소한의 것마저 가져갑니다. 기도합시다. 그러한 가정들과 그 자녀들을 위해, 그러한 가정들의 존엄을 위해 기도합시다. 아울러 고리대금업자들을 위해서도 기도합시다. 주님께서 고리대금업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지시어 그들이 회심하도록 기도합시다.”
교황은 강론에서 이날 제1독서 사도행전의 대목을 해설했다(사도 5,27-33). 사도행전은 예수님의 부활을 공개적으로 선포하는 베드로 사도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는 사람들을 가르치는 것을 금지시키려는 대사제의 책망과 위협 앞에서도, ‘사람에게 순종하는 것보다 하느님께 순종해야 한다’고 대답하며, 모든 이 앞에서 종교 지도자들이 죽이고 싶어했던 구세주 예수님의 부활을 선포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주님을 부인하기에 이를 정도로 나약했던 베드로 사도의 이 용기가 그를 위한 예수님의 기도에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수님은 베드로의 믿음이 약해지지 않도록 기도하신다. 예수님은 베드로를 위해 기도하신다. 예수님은 또한 하느님 아버지께 우리 구원의 대가인 당신의 상처를 나타내 보이시면서 우리를 위해 기도하신다. 교황은 예수님이 우리를 위해 기도하는 분이시므로, 우리의 기도보다 예수님의 기도에 더 많은 신뢰를 둬야 한다고 말하면서 강론을 마무리했다. 다음은 교황의 강론 내용.
“오늘 제1독서는 ‘아름다운 문’이라는 성전 문 곁에 있었던, 모태에서부터 불구자였던 사람의 치유 사건에서 시작된 이야기의 연장입니다. 사도들은 최고 의회(산헤드린)에 끌려가 감옥에 갇혔으나, 천사가 그들을 감옥에서 나오게 했습니다. 바로 그날 아침, 그들은 심판 받기 위해 감옥에서 끌려나와야 했지만, 이미 천사가 그들을 자유롭게 해주었기에 그들은 성전에서 설교하고 있었습니다(사도 5,17-25 참조). 그 무렵 (성전 경비대장과 경비병들이) ‘사도들을 데려다가 최고 의회에 세워 놓았습니다’(27절 참조). 그들은 성전으로 가서 사도들을 최고 의회로 데려왔습니다. 그곳에서 대사제가 사도들을 꾸짖으며 ‘우리가 당신들에게 그 이름으로 (곧, 예수님의 이름으로) 가르치지 말라고 단단히 지시하지 않았소?’(28절 참조)라면서, ‘보시오, 당신들은 온 예루살렘에 당신들의 가르침을 퍼뜨리면서, 그 사람의 피에 대한 책임을 우리에게 씌우려 하고 있소’(28절 참조)라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사도들, 특히 베드로와 요한 사도가 예수님을 죽인 것에 대해 지도자들과 사제들을 책망했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베드로를 비롯한 사도들이 그 사건에 대해 이렇게 대답합니다. ‘하느님께 순종해야 합니다. 우리는 하느님께 순명하는 이들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여러분에게 죄가 있습니다’(사도 5,29-31 참조). 사도들은 용기와 담대함으로 그들을 질책합니다. 누군가가 ‘이 사람은 예수를 부인한 베드로가 아닌가? 굉장히 겁내고 겁쟁이였던 베드로가 아닌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가?’라고 물을 정도로 말입니다. 사도들은 다음과 같이 대답을 마무리합니다. ‘우리는 이 일의 증인입니다. 하느님께서 당신께 순종하는 이들에게 주신 우리 안에 계신 성령도 증인이십니다’(32절 참조). 베드로 사도가 이 지점에 도달한 방식, 곧 이러한 용기와 담대함에 이르러 이처럼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은 무엇이었습니까? 사실 그는 타협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사제들에게 ‘안심하십시오. 우리는 떠날 것입니다. 조금 더 약한 어조로 말하겠습니다. 우리는 절대 여러분을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겠습니다. 대신 여러분은 우리를 그냥 내버려두십시오. (…)’라고 말할 수도 있었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베드로는 타협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역사 안에서 교회는 하느님 백성을 구하기 위해 이러한 일을 여러 번 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종종, 거룩한 교회를 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도자 자신들을 구하기 위해 그렇게 했습니다. 타협은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습니다. 사도들도 타협을 통해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베드로 사도는 용기를 내어 ‘타협은 없습니다. 여러분에게 책임이 있습니다’(30절 참조)라고 말했습니다.”
“베드로 사도는 어떻게 이 지점에 이를 수 있었습니까? 왜냐하면 그는 열정이 있었고, 온 힘을 다해 사랑하는 사람이었으며, 동시에 두려움을 가진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하느님께 열린 사람이었습니다. 하느님이 그에게 예수님이 그리스도이시며 하느님의 아들임을 계시해 주실만큼 말입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곧바로 예수님께 이렇게 말할 정도로 유혹에 빠져들었습니다. ‘아닙니다, 주님. 이 길은 아닙니다. 다른 길로 가시죠.’ 베드로가 원한 길은 십자가 없는 구원의 길입니다. 그러자 예수님은 그에게 ‘사탄’이라고 부르십니다(마르 8,31-33 참조). 그는 유혹에서 은총으로 넘어온 베드로입니다. 예수님 앞에 무릎을 꿇고 엎드려 ‘주님, 저에게서 떠나 주십시오. 저는 죄인입니다’(루카 5,8 참조)라고 말할 수 있는 베드로입니다. 감옥에 가지 않으려고 말썽생기지 않게 살아날 방도를 찾으며 예수님을 부인한 베드로입니다(루카 22,54-62 참조). 매우 관대했으나 또한 매우 나약했기에 불안정한 베드로입니다. 그런 베드로가 이 지점에 이를 수 있었던 비결과 그 원동력은 무엇이었습니까? 이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구절이 있습니다. 예수님이 수난 받으시기 전에 사도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사탄이 너희를 밀처럼 체질하겠다고 나섰다’(루카 22,31). 곧, 유혹의 순간입니다. ‘너희는 밀과 같이 될 것이다.’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나는 너를 위해 기도하겠다. 너의 믿음이 꺼지지 않도록 너를 위하여 기도하겠다’(32절). 이것이 바로 베드로의 비결입니다. 곧, 예수님의 기도입니다. 예수님이 베드로를 위해 기도하십니다. 그의 믿음이 꺼지지 않도록, 믿음 안에서 형제들의 힘을 북돋아 줄 수 있도록 기도한다고, 예수님이 그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이 베드로를 위해 기도하십니다.”
“이것이 바로 예수님이 베드로에게 하신 일입니다. 우리 모두에게 하시는 일이기도 합니다. 예수님이 우리를 위해 기도하십니다. 하느님 아버지 앞에서 기도하십니다. 우리는 예수님께 이런저런 은총을 주십사하고, 우리를 도와달라고 기도하는 데 익숙합니다. 하지만 당신의 상처를 아버지께 보여주시는 예수님을 묵상하는 데는 익숙하지 않습니다. 우리를 위해 기도하시는 중재자 예수님을 묵상하는 데는 익숙하지 않습니다. 베드로는 예수님의 기도 덕분에 성령의 선물을 받아, 겁쟁이에서 용감한 사람으로 변화됨으로써 이 모든 길을 갈 수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잠시 생각해 봅시다. 우리를 위해 기도하시는 예수님께 감사드리며, 그분께 청합시다. 예수님은 우리 각자를 위해 기도하십니다. 예수님은 중재자이십니다. 예수님은 아버지께 보여주시려고 당신 몸에 상처 입길 원하셨습니다. (상처는) 우리 구원을 위한 대가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기도보다 예수님의 기도에 더 많은 신뢰를 둬야 합니다. ‘주님,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나는 하느님이다. 나는 너에게 이러저러한 것을 줄 수 있다.’ ‘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저를 위해 기도해주십시오. 왜냐하면 당신은 중재자이시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베드로의 비결입니다. ‘베드로야, 나는 너의 믿음이 꺼지지 않도록 너를 위해 기도한다’”(루카 22,32).
“우리가 우리 각자를 위해 기도하는 은총을 당신께 청할 수 있도록 주님이 우리를 가르쳐주시길 빕니다.
교황은 영성체 후 미사에 물리적으로 참례하지 못하는 신자들에게 영적 영성체(신령성체)를 하라고 초대했다. 이어 영적 영성체 기도문을 바치고 나서, 성체조배와 성체 강복으로 미사를 마무리했다. 다음은 교황이 바친 영적 영성체 기도문.
오, 나의 예수님,
당신의 발 아래 엎드려
당신의 거룩한 현존의 심연 안에서
하찮은 저의 마음과
통회하는 저의 마음을
당신께 드립니다.
당신 사랑의 성체 안에서
당신을 흠숭하나이다.
제 마음은
당신께 드리는 초라한 거처 안에서
당신을 영하고자 합니다.
당신의 성체를
직접 영할 수 있는 기쁨을 기다리며
영적으로나마 당신을 모시길 원하오니,
오, 나의 예수님,
제가 당신께 갈 수 있도록
저에게 오소서.
당신의 사랑이
삶과 죽음을 통해
저의 온 존재를 불타오르게 하소서.
당신을 믿고
당신께 희망을 걸고
당신을 사랑하나이다.
아멘.
교황은 미사를 마치고 성령께 봉헌된 산타 마르타의 집 성당에서 퇴장할 때, 미사에 참례한 이들이 모두 함께 부활 시기에 바치는 성모 찬송가인 ‘레지나 첼리(Regina caeli, 하늘의 모후님!)’를 노래했다.
하늘의 모후님, 기뻐하소서. 알렐루야.
태중에 모시던 아드님께서, 알렐루야.
말씀하신 대로 부활하셨나이다. 알렐루야.
저희를 위하여 하느님께 빌어 주소서. 알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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