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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 

코로나19 위기 중 일정한 거주지가 없는 이들 위한 교황의 기도

프란치스코 교황은 3월 31일 산타 마르타의 집 아침미사를 봉헌하며 코로나19 사태로 자가격리된 상황에서 일정한 거주지가 없는 이들을 기억했다. 이어 강론을 통해 십자가 위에 계신 예수님을 관상하도록 초대했다. “주님께서는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우리의 죄를 당신 친히 짊어지셨습니다.”

Vatican News / 번역 이창욱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순 제5주간 화요일 산타 마르타의 집에서 미사를 봉헌했다. 이날 전례의 입당송은 용기에 대한 내용이었다. “주님께 바라라. 힘내어 마음을 굳게 가져라. 주님께 바라라”(시편 27(26),14). 교황은 미사를 시작하며 코로나19 판데믹으로 특징되는 이 시기에 집 없는 이들을 생각했다.

“오늘 미사는 모두 집에 있으라는 조치를 받은 이 시기에 일정한 거처가 없는 이들을 위해 기도합시다. 많은 사람들로 이뤄진 사회가 이러한 현실을 깨닫고, 교회가 이들을 맞아들일 수 있기를 빕니다.”

교황은 강론을 통해 민수기(민수 21,4-9 참조)와 요한복음(요한 8,21-30 참조)에서 발췌한 이날 전례의 독서를 해설하면서, 예수님이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죄인이 되셨음을 떠올렸다. “예수님은 우리의 죄를 친히 짊어지기 위해 세상에 오셨습니다. 십자가 위에서 죽은 척하거나 고통받는 척하신 게 아닙니다. 십자가 위에 계신 예수님을 관상하고 감사드립시다.” 다음은 교황의 강론 내용.

“뱀은 확실히 호감가는 동물이 아닙니다. 늘 악과 결부된 존재입니다. 묵시록에서도 뱀은 악마가 죄로 이끌기 위해 사용한 동물로 나옵니다. 요한 묵시록에서 악마는 ‘옛날의 뱀’(묵시 12,9)이라 불렸고, (세상의) 시작부터 물고, 해를 끼치며, 파괴하고 죽이는 존재였습니다. 이것이 (악마이자 뱀이)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여러분이 (뱀처럼) 아름다운 것들을 제안하며 성공하길 바란다면, 그것은 환상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그런 것을 믿고, (결국) 죄를 짓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들은 여정을 인내롭게 견디지 못했습니다. 너무 지쳤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하느님과 모세를 거스르며 투덜거립니다. 항상 똑같은 이야기죠. 그렇지 않습니까? ‘당신들은 어쩌자고 우리를 이집트에서 올라오게 하여, 이 광야에서 죽게 하시오? 양식도 없고 물도 없소. 이 보잘것없는 양식, 곧 만나는 이제 진저리가 나오’(민수 21,4-5 참조). 며칠 전 전례 독서에서 들었던 것처럼 그들은 계속해서 이집트를 그리워합니다. ‘하지만 그곳에는 마실 것도 많았고, 먹을 것도 많았는데, (...)’ 주님 또한 이 순간에 백성을 견디지 못하시는 것 같습니다. 화를 내셨습니다. 종종 하느님은 분노를 보여주십니다. (...) 그래서 주님은 백성에게 불 뱀들을 보내셨고, 그것들이 백성을 물어, 사람들이 죽었습니다. “많은 이스라엘 백성이 죽었다”(민수 21,6). 이때 뱀은 항상 악의 모습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뱀에게서 죄를 보았고, 뱀에게서 그들이 저지른 악을 보았습니다. 그리하여 모세에게 가서 이렇게 간청했습니다. ‘우리가 주님과 당신께 불평하여 죄를 지었습니다. 이 뱀을 우리에게서 치워 주시도록 주님께 기도해 주십시오’(민수 21,7). (백성들이) 뉘우칩니다. 이것이 광야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모세는 백성을 위해 기도했고, 주님은 모세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는 불 뱀을 만들어 기둥 위에 달아 놓아라. 물린 자는 누구든지 그것을 보면 살게 될 것이다’”(민수 21,8).

“저는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는 우상숭배가 아닌가? 나를 낫게 해주는 뱀의 형상, 우상이 저기 있다고 하니 말입니다. (...) 선뜻 이해가 잘 안 됩니다. 논리적으로 알아듣기 힘듭니다. 왜냐하면 이것은 예언이고,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선포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복음에서 들은 대로 임박한 예언이기 때문입니다. ‘너희는 사람의 아들을 들어 올린 뒤에야 내가 나임을 깨달을 뿐만 아니라, 내가 스스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버지께서 가르쳐 주신 대로만 말한다는 것을 깨달을 것이다’(요한 8,28). 예수님은 들어 올려지셨습니다. 십자가 위에서 말입니다. 모세는 뱀을 만들어 높이 매달았습니다. 예수님은 구원을 주시기 위해, 뱀처럼 들어 올려지셨습니다. 하지만 예언의 핵심은 바로 예수님이 우리를 위해 죄를 짊어지셨다는 데 있습니다. 그분은 죄를 지은 게 아니라 (죄 없으신 분이 우리 죄를 짊어지심으로써) 죄가 되신 겁니다. 성 베드로 사도가 그의 서간에서 ‘그분께서는 우리의 죄를 당신의 몸에 친히 지셨다’(1베드 2,24 참조)고 말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십자가를 바라볼 때, 고통을 겪고 계신 주님을 생각합니다. 이 모든 것은 옳습니다. 하지만 그 진리의 핵심에 도달하기 전에 잠시 멈춰봅시다. 이 순간, 주님 당신은 가장 큰 죄인인 것처럼 보이고, 죄를 지으신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사실) 주님은 우리의 모든 죄를 친히 짊어지시고, 지금까지 당신 자신을 으스러트리고 계시는 것입니다. 십자가는 형틀입니다. 사실입니다. 예수님을 원하지 않았던 자들, 율법학자들의 복수였다는 것도 모두 사실입니다. 하지만 하느님에게서 주어진 진리는 예수님이 죄가 되기까지, 우리의 죄를 친히 짊어지기 위해 세상에 오셨다는 것입니다. 모든 죄를 말입니다. 우리의 죄는 저기(십자가)에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관점에서 십자가를 바라보는 데 익숙해져야 합니다. 이 관점은 가장 참된 관점이고, 구원의 관점입니다. 죄인이 되신 예수님 안에서 우리는 그리스도의 완전한 패배를 봅니다. 죽은 척하거나 고통받는 척하신 게 아닙니다. 다만 버림받으셨습니다. (...) ‘아버지,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습니까?’(마태 27,46; 마르 15,34 참조) 뱀처럼 말입니다. 뱀처럼, 모든 죄가 있는 뱀처럼 높이 들어올려지셨습니다.”

“이 대목은 이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우리가 생각만으로 이 대목에 접근한다면, 결코 결론에 이르지 못할 겁니다. 오로지 관상하고 기도하며 감사해야 합니다.”

교황은 영성체 후 미사에 물리적으로 참례하지 못하는 신자들을 위해 ‘영적 영성체(신령성체)’ 기도문을 바치고 성체조배와 성체강복으로 미사를 마무리했다. 다음은 교황이 바친 영적 영성체 기도문.

 

주 예수 그리스도님,

당신께서 진실로 성체 안에 계심을 믿나이다.

세상 모든 것 위에 주님을 사랑하오며,

주님의 성체를 영하기를 간절히 원하나이다.

지금 주님의 성체를 영할 수 없다면 적어도 영적으로라도 제 안에 오소서.

주님, 성체를 모실 때처럼

주님과 온전히 일치하려 하오니

영원히 주님 곁을 떠나지 않게 하소서.

아멘.

[성 알폰소 마리아 데 리구오리의 영적 영성체(신령성체) 기도문]

미사를 마친 다음 교황이 성령께 봉헌된 산타 마르타의 집 성당에서 퇴장할 때, 미사 참례자들이 함께 오래된 성모 찬송가인 ‘하늘의 모후여, 기뻐하소서!(Ave Regina Caelorum)’를 노래했다.

 

하늘의 영원한 여왕, 천사의 모후, 기뻐하소서.

당신은 이새의 뿌리, 세상의 빛 낳으신 이.

복되어라, 하늘의 문, 영화로운 동정녀여,

찬미하는 우리 위해 아드님께 빌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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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3월 2020,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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