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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  (Vatican Media)

“기쁨 없고 형식에 갇힌 그리스도인은 안 됩니다”

“주님과 만나는 기쁨을 표현하는 걸 부끄러워하지 마십시오. 하느님이 가까이 계신다고 느낄 때, 하느님 백성이 벌이는 잔치에서 멀어지지 마십시오.” 프란치스코 교황은 1월 28일 산타 마르타의 집 아침미사 강론에서 이같이 말했다. 교황은 복음선포자가 생명과 기쁨으로 충만할 때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기쁨은 “다 함께, 가족과 식탁에서”도 계속된다.

Adriana Masotti / 번역 이창욱

프란치스코 교황은 1월 28일 산타 마르타의 집 아침미사 강론에서 그리스도인이 되는 기쁨의 감정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이날 제1독서 구절은 사무엘 2서에서 발췌됐다. 계약의 궤가 예루살렘으로 돌아온 것에 대해 다윗 왕과 이스라엘 백성 전체가 잔치를 벌인 내용을 전하는 대목이다.

하느님께서 가까이 계시기에 백성은 잔치를 벌였습니다

교황은 계약의 궤를 빼앗겼다가 되찾은 것이 “백성을 위한 큰 기쁨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백성은 하느님께서 가까이 계시다고 느끼면서 잔치를 벌였다. 다윗 왕은 하느님과 함께했으며, 행렬의 선두에 서서 황소와 살진 송아지를 제물로 바쳤다(2사무 6,13 참조). 그런 다음 백성과 함께 함성을 올리고 “온 힘을 다하여”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었다(2사무 6,14 참조). 

“잔치를 벌였습니다. 하느님께서 그들과 함께하셨기 때문에, 하느님 백성은 기뻐했습니다. 그렇다면 다윗은 어땠습니까? 춤을 췄습니다. 백성들 앞에서 춤을 추며, 부끄럼 없이 자신의 기쁨을 표현했습니다. 주님과의 만남에 대한 영적 기쁨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돌아오셨고, 이것이 우리에게 큰 기쁨을 주는구나!’ 여기서 다윗은 자신이 임금이라는 사실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곧, 임금이란 모름지기 사람들에게서 떨어져 있어야 하고, 거리를 둔 ‘폐하’라는 것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 다윗은 주님을 사랑했고, 주님의 궤를 모시는 일로 행복했습니다. 그는 춤을 추며, 분명히 온 백성과 함께 노래도 하면서 이 행복, 이 기쁨을 표현했습니다.”

교황은 우리 또한, 어쩌면 본당이나 지역에서, “주님과 함께 있을 때” 기쁨을 느끼며 사람들이 잔치를 벌이는 일이 일어난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어 느헤미야 시대에 율법서를 되찾았을 때 “온 백성이 기쁨으로 울었고”(느헤 8,9 참조), 집에서 계속 축제를 지냈던 이스라엘 역사의 다른 에피소드를 사례로 들어 설명했다.

기쁨의 자발적인 표현에 대한 비웃음

사무엘 예언서는 또 다윗이 자신의 아내 중 하나, 곧 사울의 딸 미칼이 있는 집으로 돌아왔던 장면을 묘사한다. 미칼은 다윗을 맞이하며 흉을 보았다. 그녀는 춤추는 임금을 보면서 그를 부끄럽게 여겼고 이렇게 책망했다. “오늘 이스라엘의 임금님이 건달패 가운데 하나가 알몸을 드러내듯이, 자기 신하들의 여종들이 보는 앞에서 벗고 나서니, 그 모습이 참 볼 만하더군요!”(2사무 6,20) 아울러 교황은 이렇게 설명했다. 

“순수한 신앙심에 대한 비웃음이며, 주님과 나누는 자발적인 기쁨에 대한 비웃음이었습니다. 그래서 다윗은 그녀에게 이런 식으로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보시오, 이 기쁨은 이유가 있습니다. 집안에 주님의 궤를 모셨기에, 주님 안에서 기뻐해야 합니다!’ 하지만 미칼은 그를 비웃었습니다. 성경은 미칼이라고 불렸던 이 여인이 그 이유 때문에 아이를 가지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주님께서 벌하신 겁니다. 그리스도인에게 기쁨이 부족하면, 결실이 없습니다. 우리 마음속에 기쁨이 없으면, 풍요로움이 없습니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복음선포자는 기뻐해야 합니다

교황은 잔치가 그저 영적으로 표현될 뿐 아니라 나눔이 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다윗 왕은 백성에게 축복을 한 다음, 저마다 자기 집에서 잔치를 벌이도록 “각자에게 빵 과자 하나와 구운 고기 하나, 그리고 건포도 과자 한 뭉치씩을 나누어 주었다”(2사무 6,19 참조). 교황은 “하느님의 말씀은 잔치 벌이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고 강조하며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사실 때때로 기쁨이 너무 지나칠 위험과 이것이 전부라고 믿을 위험도 있습니다. 그래서는 안 됩니다. 이런 것은 다만 잔치 분위기에 불과합니다.” 교황은 성 바오로 6세 교황이 자신의 사도적 권고 「현대의 복음 선교」(Evangelii Nuntiandi)를 통해 이러한 측면을 설명하며 기쁨을 권고했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의 생각을 요약하며 다음과 같이 마무리했다.

“복음선포자가 지루해 하고 슬퍼하고 있으면, 교회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복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겁니다. 그래서는 안 됩니다. 오직 기뻐하고, 생명으로 충만한 복음선포자와 함께 해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들이는 기쁨, 그리스도인이 되는 기쁨, 앞으로 나아가는 기쁨, 부끄럼 없이 잔치를 벌이는 역량이 필요합니다. 미칼 같은 여인, 형식적인 그리스도인, 형식에 갇힌 그리스도인이 되어선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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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1월 2020,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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