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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세이라트 난민캠프 건물 잔해 속에 서 있는 한 남자 누세이라트 난민캠프 건물 잔해 속에 서 있는 한 남자  (AFP or licensors)

가자지구 성가정본당 주임신부 “우리는 수개월 동안 이어지는 가혹한 고난을 견디고 있습니다”

가자지구 성가정본당 주임 가브리엘 로마넬리 신부는 “극도로 심각한” 가자지구의 상황을 전하면서 가자지구 그리스도인의 상황을 수난당하시는 그리스도에 비유했다.

Sr. Francine-Marie Cooper

가자지구 성가정본당 주임 가브리엘 로마넬리 신부는 “상황이 극도로 심각하며 시간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며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본질적인 것, 예수 그리스도께 믿음과 희망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리스도인들은 수개월 동안 이어지는 가혹한 고난을 견뎌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가자지구 내 유일한 가톨릭 본당의 주임신부인 그는 폭력과 죽음이 끝나리라는 조짐이나 평화의 조짐이 보이지 않아 주민들이 크게 낙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탈리아 주교회의 산하 뉴스 통신사 아젠치아 시르(Agenzia Sir)와의 인터뷰에서 로마넬리 신부는 “이번 분쟁으로 이미 3만2000명 이상이 숨지고 이 가운데 1만2000명이 아이들”이라며 전쟁에 따른 참혹한 인명 피해를 개탄했다. 

로마넬리 신부도 지난해 10월 7일 전쟁 발발 이후 예루살렘에서 한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고 있지만,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자신의 본당 신자들과 끊임없이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 

가자지구 성가정본당 신자들은 폭격으로 모든 것을 잃은 약 600명의 실향 그리스도인들과 함께 본당 건물에서 수개월 동안 피난생활을 하고 있다. 

절망의 현장

로마넬리 신부는 본당에 남아 있는 유세프 아사드 보좌신부에게서 전해들은 가자지구 내부 소식을 들려줬다. 

아사드 신부는 “우리가 겪고 있는 고통과 사람들의 절망을 상상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산더미 같은 건물 잔해와 쓰레기, 파열된 하수구 등으로 성가정본당 주변 상황을 설명했다. 계속 내리는 비는 한편으로 축복이지만, 높은 습도를 유발해 건물 잔해 아래에 있는 부패한 시신의 냄새가 진동하면서 위생상태를 전반적으로 악화시키고 있다. 

로마넬리 신부는 “이 모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도인들은 매일 평화를 위해 기도하며 휴전과 인질 석방을 위해 그들의 고통과 고난을 봉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로마넬리 신부는 가자지구 성가정본당을 언급하면서 주방이 다시 문을 열었지만 여전히 사람들이 외출하기에는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공수한 인도주의 구호품과 해상으로 도착한 구호품이 아직 모든 사람들에게 전해지지 않았습니다. 본당에는 아직 도착하지도 않았고요. 그러나 몇몇 본당 신자들은 간신히 밀가루를 구했고, 오븐에서 빵을 굽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우리 실향민들에게 큰 축복입니다. 라틴 총대주교청도 지원에 나서고 있습니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다시 요리를 할 수 있길 희망합니다.”

기근의 위협

유니세프(UNICEF, 유엔아동기금)는 다시 한번 끔찍한 인도주의 상황에 개입했다. 

유니세프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 책임자 아델 코드르는 아이들이 서서히 죽어가고 있는데도 세상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게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영국의 국제구호단체 옥스팜도 “가자지구의 기아는 재앙적 수준”이라며 경종을 울렸다.

‘옥스팜 이탈리아 인도주의 위기대응팀’ 대변인 파올로 페자티는 “이처럼 단기간에 이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 전개된 적은 없었다”면서 “며칠 내로 가자지구 북부 주민들은 진짜 기근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휴전과 적절한 인도주의적 대응이 없으면 조만간 남부에서도 같은 상황이 발생할 것입니다.”

번역 고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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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3월 2024, 16: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