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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평화 집회에서 비둘기 형태의 풍선을 날려보내는 수녀들 한국의 평화 집회에서 비둘기 형태의 풍선을 날려보내는 수녀들 

한국 교회, 평화와 일치 위해 기도

2023년은 한국전쟁 정전 협정이 체결된 지 70년이 되는 해다. 한국 교회가 한반도의 화해를 위한 다채로운 종교 행사를 마련했다. 한국 교회는 6월 25일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로 정하고, 이날 남북한의 진정한 평화와 민족의 화해 및 일치를 위해 기도한다. 서울 명동대성당 보좌신부 레베쟈니(리백진) 파비아노 신부는 「바티칸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깊고 오래된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용서를 설교한다”고 말했다. 「아시아 가톨릭 뉴스」 공동 편집장 베르나르델리 기자는 “우리는 한반도에서 군사력 증강을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Marco Guerra

한국 교회는 1950년 남북 전쟁이 시작된 날을 맞아 매년 6월 25일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로 지낸다. 한국전쟁 당시 미국은 서울 편에, 러시아와 중국은 평양 편에 서면서 ‘냉전’ 구도가 형성됐다.

정전 70년

올해는 정전 70년을 맞는 해이기도 하므로 한국 교회에게 특히 의미 있는 날이다. 한국전쟁은 1953년 7월 27일 휴전협정이 체결될 때까지 3년 동안 이어졌다. 38선을 따라 비무장지대가 설정됐고, 나라는 남북으로 갈라졌다. 아울러 이날을 맞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9일기도가 계획돼 있다.

기도 지향

6월 25일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에 앞서 한국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는 6월 한 달 동안 다채로운 행사를 마련했다. 교황청 전교기구 기관지 「피데스」(Agenzia Fides)는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9일기도가 매일 다른 특별 기도 지향으로 이어진다고 밝혔다. 6월 17일은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회심을 위하여’, 6월 18일은 ‘세계 정치 지도자를 위하여’, 6월 19일은 ‘한반도의 비핵화와 핵무기가 없는 세계를 위하여’, 6월 20일은 ‘경제제재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하여’, 6월 21일은 ‘한반도의 복음화를 위하여’, 6월 22일은 ‘이산가족과 탈북민을 위하여’, 6월 23일은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하여’, 6월 24일은 ‘평화의 일꾼들을 위하여’, 6월 25일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완전히 끝나고 평화가 실현될 수 있도록’ 기도한다. ‘정전 70년, 평화를 위한 기도’에는 다른 교파의 그리스도교 교회 대표들도 동참한다. 6월 6일에는 또 다른 중요한 행사가 있었다. 한국 주교단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 있는 JSA 성당(경기도 파주시)을 찾아 기도하고 성당을 순례한 것이다. 

레베쟈니 신부 “가톨릭 신자들은 1953년부터 북녘 형제들을 위해 기도해 왔다”

서울대교구 주교좌성당 보좌신부인 이탈리아 출신 레베쟈니(리백진) 파비아노 신부는 「바티칸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여전히 분단 국가”라며 “종교의 자유도 없이 어둠 속에 있는 북녘 형제들을 위해 기도하는 일은 1953년부터 매우 절실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전임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안드레아 추기경과 그의 후임자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가 매주 서울 명동 주교좌성당에서 화해를 위한 미사를 거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비무장지대 인근 교구에서도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진다”며 “특히 탈북 신자들과 연계된 기도의 시간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를 증진하는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분단의 상처

레베쟈니 신부는 일종의 “한반도 페레스트로이카”를 기원하면서 20세기 전반의 절대군주제와 그 이후의 일제 강점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깊고 오래된” 상처를 설명했다. “1945년 이후 평화와 번영의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었지만, 제2차 세계대전 승전국들은 이 나라를 분열시켰고, 1950년 공산주의 북한이 남침을 강행했습니다. 전쟁 발발 며칠 만에 북한군이 서울을 점령하고 이곳 주교좌성당까지 들어왔습니다. 몇 년 동안 미사를 거행할 수 없었습니다.” 레베쟈니 신부는 “그 이후 한국은 전쟁과 분단의 아픔을 겪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수십 년 동안 전쟁으로 인한 이산가족과 여전히 한국 정치를 좌우하는 남북 대립 감정을 언급했다. “북한과의 화해에 더 개방적인 쪽과 덜 개방적이고 친미적인 쪽이 있습니다. 국민들은 이 교착 상태가 해소되길 희망합니다.” 레베쟈니 신부는 북한에 세례 받은 신자들이 여전히 살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면서도 활발한 신자 공동체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교회는 용서를 선포하며 화해의 힘겨운 과정에 동참하고 있는 한편, 한국 주교회의는 남북간 대화를 장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매년 서울에서 분단을 경험한 국가의 지도자들을 초청해 평화 포럼을 개최하고 있다고 레베쟈니 신부는 전했다.

“오늘도 평화와 반대되는 길을 가고 있습니다”

「아시아 가톨릭 뉴스」의 평신도 공동편집장 조르지오 베르나델리 기자는 정전 70년의 특별한 성격을 강조하며 지난 6월 6일 한국 주교단이 “화해의 표징을 제시하기 위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 있는 JSA 성당을 찾아 기도하고 순례했던 일정을 떠올렸다. 지난 2019년 완공된 JSA 성당은 판문점 군사분계선 인근에 위치해 있다. 베르나르델리 기자는 평화로 가는 여정이 정치적 차원에서 완전히 차단돼 있다고 지적했다. “오늘날 남북한 간의 군사력 증강은 평화에 반하는 길로 나아가고 있으며, 한국 주교단은 이를 강력히 규탄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어 이렇게 덧붙였다. “주교단은 담화를 통해 앞으로 나아갈 길은 ‘북 핵 공격 시 핵무기로 대응’하는 게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교회는 또 열린 상처를 기억하기 위해 평양 순교자들을 시복하는 절차도 추진하고 있다.

 

번역 이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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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6월 2023, 0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