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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다페스트 세계성체대회의 상징인 전교의 십자가 부다페스트 세계성체대회의 상징인 전교의 십자가 

음악과 전례, 고아와 난민을 위한 연대로 다채로운 세계성체대회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지난 9월 5일부터 많은 행사를 치르고 있는 제52차 세계성체대회는 오는 9월 12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폐막미사로 막을 내린다. 교황 방문 준비를 담당한 이들 가운데 마르크 아우렐 에르체지 기자는 헝가리 국민이 교황의 도착을 얼마나 기다리고 있는지 그리고 개막미사에 대한 감동이 얼마나 컸는지 설명했다. 개막미사 동안 헝가리 전역에서 온 1200명의 어린이들이 첫영성체를 했다.

Ágnes Gedő, Salvatore Cernuzio / 번역 이창욱

지난 9월 5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제52차 세계성체대회의 개막미사는 비록 “보편적인” 예식이었지만 헝가리의 역사와 전통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유럽 주교회의위원회 의장 안젤로 바냐스코(Angelo Bagnasco) 추기경의 주례로 거행된 이날 개막미사는 유럽연합 주교회의위원회(COMECE) 의장 장-클로드 올러리슈(Jean-Claude Hollerich) 추기경, 레바논 가톨릭 교회 수장인 마로니트 동방 가톨릭 교회 안티오키아 총대주교 베차라 라이(Béchara Boutros Raï) 추기경을 비롯한 동방 교회의 일부 총대주교들이 함께했다. 또한 러시아 정교회 모스크바 총대주교청 대외교회부 책임자 볼로코람스크의 힐라리온(Hilarion) 대주교를 비롯한 교회 일치 운동 대표들도 함께했다.

1200명 어린이들의 첫영성체

교회와 국가 대표자들의 참석보다 더 놀라운 점은 헝가리 전역에서 온 1200명 어린이들이 개막미사에서 첫영성체를 한 것이다. 그들 곁에 매년 미사로 새학기를 시작하는 에스테르곰-부다페스트대교구의 가톨릭계 학교 학생들이 있었다. 이 학생들은 이번에 세계성체대회의 미사를 통해 새학기를 시작했다. 이들은 다양한 언어로 신자들의 기도를 바치면서 능동적으로 미사에 참례했다.

교황 방문 준비를 담당한 이들 가운데 전 교황청 주재 헝가리 대사관 수석 상무관 마르크 아우렐 에르체지(Márk Aurél Érszegi) 바티칸 전문 기자는 “정말 감명 깊은 예식이었다”고 말했다. “첫영성체를 했던 아이들 가운데 제 아들도 있었기 때문에, 특히 저에게 감명 깊었습니다. 아이들이 이 자리에 함께해서 행사는 가족적인 분위기로 가득했고, 헝가리 공동체에 포커스를 맞추게 함으로써 전통적인 분위기도 자아냈습니다.” 그는 “무엇보다 서방 교회와 동방 교회가 함께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아름다웠다”며 “이야말로 헝가리의 현실 안에 스며든 교회 보편성의 상징이었다”고 덧붙였다. 

음악, 역사, 예술

미사 예식은 우선 음악적 요소로 풍요로웠다. 수천 명으로 꾸려진 합창단이 부른 그레고리오 성가부터 18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는 대중 신앙 찬가나 성체대회를 위해 적절하게 작곡한 현대 음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음악적 요소가 활용됐다. 영웅광장에 설치된 대형무대 옆에는 이번 행사의 상징인 전교의 십자가(Croce della Missione)가 세워졌다. 이 십자가는 지난 2009년 선종한 귀금속 세공 예술가 차바 오스바리(Csaba Ozsvári)가 지난 2007년 도시 선교(Missione Cittadina)를 계기로 제작한 것이다. 십자가는 참나무로 만든 320센티미터의 작품으로, 거룩한 십자가를 비롯해 성 아달베르토, 성 스테파노 왕, 성 토마스 베케트, 복자 인노첸시오 11세 교황, 복녀 안나 콜레사르 등 헝가리 성인들의 유해를 넣은 청동판으로 장식돼 있다. 에르체지 기자는 “이 십자가는 매우 아름답고 매우 흥미로운 상징들 중 하나”라며 “불행히도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났지만 그를 알았던 모든 이가 성인으로 여겼던 예술가에 의해 만들어진 귀금속 세공의 값진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 예술작품은 카르파티아 분지 전역뿐 아니라 헝가리 인접 지역에서도 순례를 마쳤고, 여러 본당에서 환대를 받았다. 십자가는 세계성체대회뿐 아니라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의 부다페스트 방문 덕분에 ‘형제애와 일치의 상징’이 됐다. 

교황 방문에 대한 기대

오는 9월 12일 세계성체대회 폐막미사를 거행하면서 이번 행사를 마무리하고 이어 슬로바키아로 떠날 교황의 방문과 관련해 에르체지 기자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방문 이후 30년 만에 헝가리를 찾는 교황의 방문에 헝가리 국민들이 “큰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황님이 세계성체대회에 참석하시는 것은 뜻밖의 일입니다. 처음에는 이런 가능성이 실현될 것이라고 꿈꿨던 사람이 거의 없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이번 국제 행사의 폐막미사 초대를 수락하셔서 많은 헝가리인들뿐 아니라 다른 국가에서 오는 신자들과 함께 우리 모두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교황이 미사를 집전할 장소는 부다페스트의 역사적 중심지에서 가장 큰 광장인 영웅광장이다. 이곳에는 헝가리 국민의 역사와 기원이 집약된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제대 위에 높이 솟은 기둥에는 십자가와 거룩한 왕관을 손에 들고 있는 가브리엘 대천사가 있습니다. 이 모습은 성 스테파노 왕이 교황으로부터 왕관을 받은 것을 표현합니다. 이는 헝가리라는 국가의 기원이 교황청과 매우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음을 드러냅니다. 사실 교황청과 베드로 사도의 후계자와의 강력한 친밀함을 기억하지 않고서는 한 국가이자 그리스도교 국가인 헝가리에 대해 말할 수 없습니다. 이는 역사적일 뿐 아니라 현재도 일상생활 안에 깊이 체득하고 있는 사실입니다.”

교황은 부다페스트에서의 짧은 방문 기간 동안, 폐막미사 거행에 앞서 역사와 기억이 깃든 다른 장소인 벨레 아르티 박물관도 방문할 예정이다. 1800년대 말과 1900년대 초 사이 건립된 이 박물관은 수많은 세계적인 예술작품을 소장하고 있으며, 이탈리아에서 온 작품들도 일부 소장하고 있다. 이어 교황은 시민단체들, 헝가리 주교단, 교회 일치 위원회 대표들, 일부 지역 유다인 공동체 대표들도 만날 예정이다.

연대의 몸짓

전례, 역사, 음악, 예술, 교회일치운동, 대화는 부다페스트의 제52차 세계성체대회의 거대한 모자이크를 구성하는 조각들이다. 하지만 이번 행사를 동반했던 연대의 몸짓들이야말로 세계성체대회를 풍요롭게 했고 앞으로도 계속 풍요롭게 할 것이다. 그 첫 번째 행동은 지난 주일 성 요한 바오로 2세 광장에서 약 600명의 장애인들과 함께한 점심식사였다. 헝가리군의 도움을 받아 헝가리 카리타스와 페테르 에르되(Peter Erdö) 추기경이 주관한 이 행사는 “아주 큰 연회의 순간”이었다고 에르체지 기자는 설명했다. 이 기획은 헝가리 전역의 여러 교구에서 반복됐다. 특히 지역 공동체들은 생활의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한층 유쾌하게 해주는 음악 공연을 포함한 축제도 조직했다.

연대의 또 다른 구체적인 기획들은 9월 5일 삼종기도 당시 교황의 초대에 따라 헝가리 국민이 아프가니스탄(이하 아프간) 난민들에게 베푸는 기획들이다. “헝가리는 다른 수많은 국가들처럼 아프간의 수많은 사람들을 구조하고 대피시키는 데 기여했습니다. 자국의 시민들뿐 아니라 다른 국가의 시민들, 아프간 난민들, 북대서양 조약 기구(NATO)에 의해 20년 동안 주둔하고 있는 헝가리 인접국의 협력자들의 철수도 도왔습니다. 헝가리는 제 역할에 충실했습니다. 우리는 도움을 위해 항상 가능한 최선의 방법을 시도합니다. 헝가리인들의 원조 철학은 사람들이 탈출하도록 돕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출신국에서 존엄한 삶을 살도록 돕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장학제도와 장학금, 전문과정이나 국제 차원의 다른 프로젝트들이 있습니다.”

코로나19로 부모 잃은 고아 돕기 

에르체지 기자는 연대의 행동들 가운데 코로나19로 사망한 부모 중 양친을 모두 잃거나 한쪽만 잃은 고아 어린이들을 위해 야노쉬 아데르 대통령이 세운 재단도 언급했다. 양차 세계대전 동안 가장 보잘것없는 이들을 위해 온 힘을 쏟았던 유명한 헝가리 사제의 이름을 딴 이 재단은 일종의 고아원이 아니다. “아이들이 공부하고, 놀고, 방학을 할 수 있게 도와주면서, 부모가 자녀를 위해 행하는 모든 일을 하며 아이들을 보살피는 사업입니다. 하지만 이 어린이들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더 이상 그렇게 하지 못할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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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9월 2021, 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