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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레바논 교황대사 스피테리 대주교와 레바논 국회의장의 만남 주 레바논 교황대사 스피테리 대주교와 레바논 국회의장의 만남 

스피테리 대주교 “레바논이 중동의 빛이라는 소명을 회복하길”

마음가짐을 바꾸고 젊은이를 위한 자리를 마련하기. 레바논에 희망을 전하려면 무엇보다 이 두 가지 길이 필요하다. 7월 1일 ‘레바논의 평화를 위한 기도의 날’을 맞아 「바티칸 뉴스」는 주 레바논 교황대사 조셉 스피테리 대주교와 일문일답을 나눴다. 스피테리 대주교는 평화를 위한 소망과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는 레바논의 어려움을 전했다.

Gabriella Ceraso / 번역 이재협 신부

생활물가 상승, 부패, 실업, 젊은이들의 이주 등 레바논은 2년 가까이 정치 지도부의 부재 속에서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 상황은 점점 악화돼 재정적자와 채무불이행으로 국민의 절반 이상이 빈곤층으로 전락하고 있다. 작년 보고서에 따르면 지역 화폐는 달러와 비교해 90퍼센트 가까이 가치가 떨어졌다. 정기적인 시위는 소용이 없었고 사람들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더 이상 희망이 없는 듯 보이는 현실 속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레바논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주요 지도자들과 함께 만나 기도하고 성찰하며 하느님께 의탁하는 시간을 마련하기로 했다. 교황은 ‘성 베드로 사도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삼종기도에서 “레바논이 지금 겪고 있는 심각한 위기를 해결하고 평화와 희망의 소명을 세상에 다시 드러낼 수 있길” 기도한 바 있다. 이번 기도의 날은 “하느님께서는 레바논을 위한 평화의 계획을 갖고 계십니다”라는 주제로 열린다. 

‘성찰과 기도’는 교황과 레바논 교회 지도자들이 함께 모인 여정의 핵심이다. 이들은 성모님께 의탁하는 기도를 바치고 동방 정교회와 가톨릭 공동체가 함께 공동 청원기도를 바친다. 이 자리에는 다른 예식과 전통을 가진 여러 종교 지도자들, 개혁으로 갈라진 여러 교회 공동체가 참석한다. 7월 1일 기도의 날을 시작하는 아침, 「바티칸 뉴스」는 주 레바논 교황대사 조셉 스피테리(Joseph Spiteri) 대주교와 일문일답을 나눴다. 스피테리 대주교는 레바논에 존재하는 여러 그리스도교의 다양성 안의 일치에 대한 체험을 나누고 이 특별한 기도의 날에 대한 소망을 전했다.

이하 스피테리 대주교와의 일문일답:

7월 1일 ‘레바논을 위한 기도의 날’은 레바논의 그리스도인뿐 아니라 레바논 국민 전체가 겪고 있는 현실을 우려하시는 교황님이 마련하신 기도의 날입니다. 대주교님을 비롯해 레바논의 국민들은 이날을 어떤 마음으로 기다렸나요?

“레바논에서는 이미 함께 기도를 시작했어요. 그런데 레바논 국내뿐 아니라 여러 곳에서 레바논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예를 들어 미국 주교회의는 모든 신자들에게 공식적으로 이날 함께 기도할 것을 당부했다고 합니다. 교황님이 마련하신 이 기도의 날에 레바논과 함께하는 많은 사람들의 기도가 있습니다. 저는 또 이날의 아주 아름다운 장면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교황님이 레바논 그리스도교 공동체 지도자들에게 처음 인사하시고 나서, 성 베드로 사도의 무덤 곁에 있는 모든 이가 함께 주님의 기도를 바칠 것입니다. 베드로는 다름 아닌 로마의 첫 주교이자 안티오키아의 첫 주교입니다. 레바논의 교회들은 안티오키아와 연관이 있습니다. 이 역사적 장소에서 유래한 종교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바로 기도를 통해 성찰의 자리를 마련하신 교황님의 생각은 매우 탁월합니다. 한편 기도의 날 저녁 프로그램은 공동 청원기도입니다. 우리가 하느님 앞에 있다는 것을 깨닫기 위해 기도는 매우 중요합니다. 결코 쉽지는 않겠지만 저희는 해결책을 모색하고, 그리스도교 공동체로서 서로서로 더욱 가까이할 방법을 모색할 것입니다. 아울러 저희는 레바논이라는 훌륭한 국가 안에서도 친교의 증인이 되고자 합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주님의 도우심이 함께할 때만 가능하다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 교황님의 생각 또한 같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레바논의 여러 그리스도교 공동체 지도자들이 바티칸을 방문하는 건 매우 큰 의미가 있습니다. 대주교님 또한 예정된 프로그램과 만남의 순간들에서 중재자 역할을 하십니다. 다른 여러 종교 지도자들과 교회 지도자들에게 있어 서로의 관계는 어떤가요? 레바논의 재건을 위해 함께하는 공동의 작업이 있다면 혹시 무엇이 있나요? 

“레바논의 여러 교회들은 서로 잘 알고 지낼 뿐 아니라 이미 공동으로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중동에는 이미 ‘중동 교회 연합체’와 같은 모든 그리스도교 교회 공동체가 가입한 조직들이 있고, 돌아가며 의장직을 수행합니다. 최근까지 가톨릭교회가 의장직을 맡았다가 얼마 전 그리스 동방 정교회가 의장직을 맡았습니다. 이 조직은 레바논에서 가장 큰 교회 조직으로 이집트, 이라크를 비롯해 중동의 전체 지역을 포함합니다. 연합회는 인도주의적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생명의 대화’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 지역의 그리스도인들은 몇 세기 동안 함께 살고 있어요. 가톨릭 신자들끼리의 혼인뿐만 아니라 동방 정교회를 비롯한 다른 종교의 신자들끼리의 혼인도 아주 많습니다. 많은 가족들은 서로 잘 지내고 있으며 종종 같은 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등 이미 더불어 사는 삶을 살고 있어요.”

희망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분명 이 특별한 기도의 날은 더 이상 희망이 없는 듯한 레바논에 새로운 희망을 불어넣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레바논은 현재 경제, 사회, 정치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습니다. 레바논에 새로운 희망을 불어넣으려면 무슨 일이 필요할까요? 어떤 길을 걸어가야 하나요? 굳건한 정치적 안정, 여러 건물의 재건, 마음의 변화, 젊은이의 자리를 마련하기 등 어떤 조치가 필요할까요?

“뒤에 말씀하신 것들, 곧 마음가짐을 바꾸고 진정으로 젊은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늘 레바논을 향해 말씀하셨듯이, 젊은이들과 단순히 함께할 뿐 아니라 그들의 꿈을 이해하려 하고, 그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그들의 자리를 마련해야 합니다. 레바논에는 훌륭한 교육 시스템으로 잘 준비된 젊은이들이 많았습니다. 여러 교육기관과 대학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공부하고 훌륭한 일을 하는 여러 젊은이들을 볼 수 있습니다. 아울러 현재 이 어려운 상황에 있는 젊은이들도 자기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작년 8월 4일 베이루트 항구 폭발사고 이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젊은이들이 각지에서 모여 들었고, 무슬림과 그리스도인이 함께 빗자루와 삽을 손에 들었습니다. 두 팔을 걷어붙인 젊은이들의 연대는 기적적인 일을 이뤄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희망은 무엇보다 젊은이들에게서 찾을 수 있다는 말씀인가요?

“맞습니다! 아울러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처럼 희망은 미래를 내다보는 노인들의 지혜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양측’, 곧 노인들과 젊은이들이 함께 일해야 합니다. 우리의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면서요. 왜냐하면 우리 교회는 정치인들에게 좋은 모범을 보여주기 위해 희망을 품고 먼저 시작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오늘날의 레바논, 그리고 이 특별한 기도의 날을 보낸 이후 미래를 위한 레바논의 소망은 무엇인가요?

“레바논은 늘 유토피아와 흡사한 어떤 섬으로 남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레바논은 민주주의 국가이며, 국가의 관리하에 더불어 살기 위해 노력하는 18개의 공동체로 구성된 국가이기 때문입니다. 이 모자이크를 완성하기 위해 우리는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또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수많은 색실로 엮인 이 양탄자가 중동의 한가운데서, 그리고 많은 나라들이 문을 닫아걸려는 세상 안에서 계속 밝은 빛을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레바논은 우리에게 바로 이 같은 희망과 모범을 보여줍니다. 서로 다른 공동체가 함께 일하고, 서로 다른 이들이 모여 더 아름다운 무엇인가를 건설할 수 있다는 가능성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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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7월 2021, 09: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