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브추크 상급대주교 “대화가 무기 사용의 유혹을 이겨내길”
Benedetta Capelli / 번역 이재협 신부
‘우크라이나 그리스 동방 가톨릭교회(이하 UGCC)’ 수장 겸 키에브-할릭 상급대교구장 스비아토슬라프 셰브추크(Sviatoslav Shevchuk) 상급대주교는 우크라이나 동쪽의 일부 지역에서 현재 발생하고 있는 사건들에 우려를 표한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교황은 지난 4월 18일 주일 부활 삼종기도에서 이 지역에 최근 증가하는 군사적 활동과 몇 달 전 맺은 휴전 협정의 잦은 위반에 대해 큰 우려를 표한 바 있다.
대화와 외교의 길을 마련하려는 유럽연합(EU) 또한 이러한 우려에 공감했다. 조셉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걱정스러운 긴장 상태가 확대될 위험이 있으며, 따라서 긴장을 빨리 제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국경에 15만 명의 러시아 군인이 주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 상황에 대해 미 국방부도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교황은 지난 주일 부활 삼종기도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군사적 긴장 고조를 피하고, 상호 신뢰를 증진하는 행동에 착수하기를 강력하게 호소합니다. 정말로 필요하고 많은 이들이 원하는 화해와 평화를 장려하십시오.” 이 같은 교황의 호소와 관련해 스비아토슬라프 셰브추크 상급대주교가 「바티칸 뉴스」와 일문일답을 나눴다.
이하 셰브추크 상급대주교와의 일문일답:
“저희는 진심으로 교황님께 감사드립니다. 무엇보다 또 다시 거대한 공포로 인한 고통 속에 살고 있는 우크라이나 주민들을 위한 공감과 기도에 감사드립니다. 현재의 공포는 두 가지 이유에서 기인합니다. 첫 번째 이유는 1년 가까이 지속돼온 휴전이 현재 위협받고 있으며, 이로 인해 우크라이나 동쪽에서 군사적 충돌과 총성이 격렬해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진정 하나의 비극입니다. 저희는 전쟁을 멈추고, 분쟁의 진정한 정치·외교적 해결책을 찾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는 군사적 해결책으로 현 상황을 극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크라이나 주민이 느끼는 공포의 두 번째 이유는 우크라이나 국경에 집결한 수많은 러시아 군대의 존재입니다. 국경에 집결한 군대가 우크라이나 영토를 직접 침공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습니다. 이 모든 일이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현재 우크라이나는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해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저희는 현재 큰 공포의 순간을 살고 있습니다. 이런 어려운 시기에 보여준 교황님의 연대, 곧 우리의 고통에 관심을 호소하신 교황님의 연대에 깊이 감사합니다. 또한 고통받고 있는 우크라이나 주민을 위한 교황님의 기도와 지지에 감사를 전합니다.”
교황님은 부활 삼종기도에서 우크라이나의 주민들이 처한 심각한 인도적 상황을 기억하라고 호소하셨습니다. 현재 그곳의 상황은 어떤가요?
“이 지역의 인도적 상황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더욱 악화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사람들이 점령지역에서 우크라이나 영토로 이동할 수 있는 통로가 있었습니다. 노인들은 연금을 수령하기 위해 올 수 있었고, 이 지역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이 모든 통로가 막혔습니다. 사람들은 이 지역에 갇혔습니다. 감염은 증가하고, 인도적 지원, 곧 약품, 음식 등 이 지역 사람들의 필수 생활용품과 같은 물건의 인도적 지원이 거의 불가능해졌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군사적 충돌까지 더해졌습니다. 잊혀지고 이용되고 겁에 질린 이 지역 사람들에게 현 상황은 인도적 관점에서 볼 때 비극이 아닐 수 없습니다.”
화해와 평화의 증진을 위해 대주교님이 호소하시려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전쟁은 사라져야 합니다! 무기를 손에서 놓으십시오!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전쟁으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습니다. 모든 것을 잃을 뿐입니다. 국제·정치 관점에서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기를 사용하려는 유혹을 이성, 대화, 외교적 노력으로 이겨내길 빕니다. 저는 현재 우크라이나 여러 교회 평의회 의장을 맡고 있습니다. 저희 우크라이나 여러 교회 대표들과 종교 단체 대표들은 평화를 위해, 특히 부활 시기 동안의 평화를 위한 성명을 함께 발표했습니다. 율리우스력을 따르는 저희 UGCC와 우크라이나 동방 정교회는 2주 뒤에 부활을 맞이합니다. 따라서 저희는 평화로운 부활을 맞이하기 위해 평화, 곧 부활절 노래와 종소리가 총성과 무기의 굉음을 덮을 수 있길 희망합니다. 이것이 저희의 호소이며, 기도이고, 우리의 간절한 소망입니다. 평화를 지향하고 전쟁을 멈추길 소망합니다. 군대가 철수하고 주민들이 합당한 삶을 영위하며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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