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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걷는 순례자들, 산티아고 순례길 다시 열리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유럽의 봉쇄조치가 완화되면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산티아고 순례길이 7월 1일부터 다시 열린다. 주교좌성당은 순례자들을 위한 문을 다시 열고, 순례자 안내소를 비롯해 순례길에 있는 공식 호스텔(알베르게)은 안전 조치를 준수하며 운영을 재개한다.

Francesca Sabatinelli / 번역 이재협 신부

순례의 여정을 시작하기로 한 동기가 무엇이든, 순례 자체가 요구하는 생활 조건을 경험하면서 우리는 새로운 생각을 하고 삶을 재발견한다. 199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산티아고 순례길은 스페인, 프랑스, 포르투갈 등 다양한 지점에서 시작하는 코스가 있다. 매년 수만 명이 총 구간 800킬로미터가 넘는 이 순례길을 걸었다. 중세부터 시작된 작은 오솔길은 스페인 갈리시아 지방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시내의 성 야고보(대) 사도의 무덤까지 이어진다. 산티아고 순례길의 첫 번째 순례자 역사는 성인의 유해가 발견된 9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늘날 순례자들은 도보 혹은 자전거로, 아니면 말을 타고 여정길에 오른다. 공식 호스텔은 70여 개이며, 3000개 이상의 침상을 제공하고 있다. 

순례 여정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 봉쇄조치

“산티아고 순례길이 닫힌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전쟁이나 페스트 전염병이 있었을 때도 (통행) 시간에 따른 제한을 두었을 뿐이었지요.” 2019년까지 페루지아 콤포스텔라의 성 야고보 형제회(Confraternita di San Jacopo di Compostella a Perugia)의 영성지도 신부였던 이탈리아 루카대교구장 파올로 줄리에티(Paolo Giulietti) 대주교는 「바티칸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했다. 줄리에티 대주교는 이번 완전봉쇄조치를 통해 “순례 여정의 의미를 더욱 증진하는 회복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었다”며 “(순례를 통해 우리는) 인생에서 떠오르는 질문에 대한 묵상 및 답을 발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스스로에게도 인생의 다른 여정 안에서 적용하며 살아갈 수 있는 산티아고 순례길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했다고 말했다. “산티아고 길은 ‘순례의 (대)학교’로 남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순례를 통해 신앙의 여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옛길을 다시 걸으며 삶의 의미 발견하기

“삶의 의미를 재발견할 필요가 있습니다. 삶의 의미는 진정으로 몸과 마음에 귀를 기울이고, 옛길을 다시 걸으며, 지금 이 순간과 이곳을 초월하는 것을 추구할 때 다시 발견할 수 있습니다.” 가톨릭 역사학자 겸 에세이 작가 프랑코 카르디니(Franco Cardini)는 지난 2008년 새로운 라디오 방송에서 산티아고 순례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은 일을 떠올리며 이 같이 말했다. 당시 카르디니는 두 명의 동료를 비롯해 무신론자인 수학자 피에르조르지오 오디프레디(Piergiorgio Odifreddi)와 신앙인 기자 세르지오 발자니아(Sergio Valzania)와 함께 산티아고 순례 여정을 시작했다. 그는 「바티칸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인상 깊었던 구간이 부르고스부터 레온에 이르는 여정이었다고 밝혔다. “이 구간은 스페인 역사를 가장 많이 간직하고 있는 지역 중 한 곳입니다. 고원지대인 이 지역은 여름에는 아주 덥고 겨울에는 아주 춥습니다. 하지만 인류 역사에 대한 수많은 흔적을 간직하고 있죠. 여행에 강렬한 인상을 남겨준 곳입니다.” 카르디니는 옛길을 다시 걷는 여정을 통해 삶의 의미를 다시 발견해야 할 두 가지 이유를 설명했다.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의 역사에 대해 정말 조금만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조금만 알고 있는 과거의 역사마저도 경솔, 과장, 자기비판이라는 형태로 아주 나쁘게 사용하고 있거든요. 또한 (순례의) 여행은 일종의 은수생활이기 때문입니다.”

순례는 육체 노동이지만 언제나 내면의 여행입니다

카르디니는 순례를 ‘정처없이 떠도는 은수생활’이라고 말했던 역사가 친치오 비올란테(Cinzio Violante)의 말을 인용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는 올바른 이야기를 했습니다. 순례 중에는 언제나 농담하고, 웃고, 먹고, 마시는 순간이 있습니다. 또한 순례 중에는 기도하고, 감동받고, 대화하고, 논쟁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순례를 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많은 진지한 문제를 토론합니다. 순례는 절제된 집중을 요구하기에 비생산적인 대화가 아닌 정말로 중요한 것과 관련된 대화를 용이하게 합니다. 그리고 침묵이 있습니다.” 카르디니는 이어 ‘도보순례’가 매우 특별하다고 설명했다. 집중력을 돕는 많은 요소 중 하나인 육체적 운동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육체적 운동은 집중을 돕는 몸과 마음의 철학입니다. 이것이 순례입니다. 순례는 언제나 내면의 여행입니다.” 카르디니는 산티아고 순례 여정을 시작했던 동기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순례는 우리를 둘러싼 공간들, 복잡하고 다양하고 아름다움을 간직한 공간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도록 도와줍니다. 또한 시간적 차원이라는 요소가 있습니다. 순례는 우리가 보통 잊고 지냈던 시간의 차원으로 다시 들어갈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순례는 행복추구의 의미를 다시 발견하게 해줍니다

카르디니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여러 차례 직접 걸었다. 그에게 순례란 “나 자신과의 화해”를 이루는 것, 곧 절대자와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고, 양심의 가책과 후회에서 되돌아오게 하며, 지금 벌어지는 일을 성찰하게 하고, 공간과 시간을 다시 마주하게 해준다. 결론적으로 순례는 만남의 순간이다. “순례는 일상의 삶 안에서 우리 내면에 있는 악마뿐 아니라 수호천사를 만나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순례를 통해 일상의 것들 안에서 경이롭고 진기한 것들을 바라보는 법을 배우며 각자의 일상을 재발견합니다. 그리고 순례는 행복추구의 의미를 다시 발견하게 해줍니다. 이것이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이 말하는 완전한 기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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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7월 2020, 1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