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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감염, 볼리비아 엘알토교구장 스카르펠리니 주교 선종

“가난한 이를 위해 헌신하고 정의 수호를 위한 투쟁에 힘쓴 목자.” 볼리비아 주교회의는 소중한 목자 스카르펠리니 주교를 이 같이 기억했다. 스카르펠리니 주교는 코로나19에 감염돼 투병생활을 하다 선종했다. 이 지역은 현재 5만 명 이상의 확진자와 2000명에 이르는 사망자가 나왔다.

Gabriella Ceraso / 번역 이재협 신부

에우제니오 스카르펠리니(Eugenio Scarpellini) 주교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희생된 이탈리아의 첫 번째 주교다. 이탈리아 베르가모 출신인 그는 30년 이상 머무른 자신의 소임지 볼리비아에서 지난 7월 15일 수요일 오전 선종했다. 향년 66세. 스카르펠리니 주교는 선종하기 전 볼리비아의 한 대도시에 위치한 예수성심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병원이 있는 대도시는 해발 400미터에 위치해 있는데, 스카르펠리니 주교는 감염의 위험단계를 넘어선 것으로 여겨졌음에도 불구하고 두 번의 심정지가 치명적이었다.

“역경 속에서 신앙을 굳건히 하십시오”

볼리비아 주교회의는 주교회의 누리집 ‘이글레시아 비바(Iglesia Viva)’를 통해 깊은 애도와 함께 스카르펠리니 주교의 선종 소식을 전했다. 볼리비아 주교회의는 스카르펠리니 주교를 “가장 가난한 이를 위해 헌신하고 정의를 위한 지치지 않는 투쟁을 지속한 교회의 목자”로 기억했다. 1988년부터 볼리비아에서 선교의 소임을 다한 스카르펠리니 주교와의 이별은 그를 향한 볼리비아 국민의 사랑과 감사를 전할 기회마저 앗아갔다.

볼리비아 주교회의는 그의 생전 모습을 추억하며 지난 7월 12일 주일 그의 마지막 강론의 한 부분을 인용했다. 스카르펠리니 주교는 강론에서 “마음의 침묵 안에서 주님 말씀을 듣고 묵상하기를, 역경 속에서 신앙을 굳건히 하기를, 그리하여 풍부한 열매를 맺기를” 권고했다. 이어 “오늘날 세상에서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하느님 나라를 건설하는 일꾼이 되고 예수님의 선교 사명을 수행하는 제자가 되라”고 말했다.

생애와 볼리비아 선교

스카르펠리니 주교는 1954년 1월 8일 이탈리아 베르가모교구의 베르델리노에서 태어났다. 그는 1978년 6월 17일 사제품을 받고 교구 내 몇몇 본당에서 보좌 신부와 본당 신부를 역임했다. 베르가모교구 내 작은 마을 넴브로를 비롯해 당시 (고인이) 사목했던 성당들이 있는 곳은 최근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지역들 가운데 하나다. 베로나에서 양성 과정을 마친 다음엔 1988년 피데이 도눔(fidei donum) 선교 사제로서 볼리비아를 향해 떠났으며, 라파즈교구에서 선교 활동을 시작했다.

고인은 2000년부터 7년간 라파즈교구의 ‘마리엔 가르텐(Marien Garten)’ 학교 원장을 역임했다. 2004년에는 교황청 전교기구 볼리비아 지부장을, 2년 후에는 교황청 전교기구 라틴아메리카 지부 협력위원을 역임했다. 베네딕토16세 전임교황은 2010년 7월 15일 스카르펠리니 신부를 볼리비아 엘알토교구의 보좌 주교로 임명했으며, 주교 서품식이 같은 해 9월 9일 거행됐다. 스카르펠리니 주교는 볼리비아 주교회의 사무처장 자격으로 2012년 세계주교대의원회의(주교 시노드)에 참석한 바 있으며,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6월 26일 스카르펠리니 주교를 엘알토교구장으로 임명했다. 

볼리비아 순방 당시 프란치스코 교황과의 만남

스카르펠리니 주교는 지난 2015년 에콰도르, 볼리비아, 파라과이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아홉 번째 사도적 순방 기간 중 교황을 만났다. 당시 스카르펠리니 주교는 한 인터뷰에서, 쇄신과 화해의 가르침을 전한 교황을 만난 큰 기쁨을 드러내며 다음과 같이 밝혔다. “쇄신은 태도를 변화시키려는 원의와 개별성을 극복하는 한편 서로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합니다. 나아가 다양성 안에 우리가 서로를 위한 풍요로운 자산을 가지고 있음을 인식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화해는 우리를 분열시키는 것들을 한쪽으로 치워버리는 걸 뜻합니다. 과거의 분열이 우리나라와 사회를 계속 병들게 할 수는 없습니다. 예수님 안에서 미래를 주시할 용기, 힘을 합치기 위한 상호 용서의 의미를 재발견할 용기, 더 정의로운 사회, 함께 사는 모든 이가 마땅히 누려야 할 것을 누리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용기가 필요합니다.”

스카르펠리니 주교는 당시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평생 헌신한 볼리비아의 국민들에게 다음과 같은 소망을 전했다. “언제나 희망으로 미래를 바라보는 것을 그치지 마십시오. 존엄 안에서, 한계와 시련, 위기와 불의를 극복하며 성장하십시오.” 

스카르펠리니 주교의 선종 소식은 이탈리아 베르가모교구 선교센터에도 전해졌다. 고인의 교구 동료들은 애도의 메시지를 전했다. “우리는 깊은 슬픔에 잠기지만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신뢰 안에서 그를 착한 목자의 자비에 의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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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7월 2020, 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