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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교회, 공정과 투명성 요구하는 시위대 지지

레바논에서 민생고로 인한 반정부 시위가 두 달 째 계속되는 가운데 경찰과 시위대 간 충돌로 수십명이 다치고 구금되는 등 폭력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레바논 마론파 동방 가톨릭교회는 정치적 투명성을 강력히 요구하며 정파 간 중재에 나서는 한편, 어려운 상황에 처한 이들의 지원에 앞장서고 있다.

Linda Bordoni / 번역 김단희

레바논 마론파(마로니트) 동방 가톨릭교회 수장 겸 안티오키아 총대주교 베샤라 부트로스 알-라이(Bechara Boutros al-Rai) 추기경은 레바논 정치 지도자들로 하여금 정권 실패 및 부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전문 기술관료로 구성된 내각을 구성해 국가적 위기 상황에 대처할 것을 촉구했다.

안티오키아 총대교구에서 대외 관계를 담당하는 폴 나빌 엘-사야(Paul Nabil El-Sayah) 대주교는 이번 반정부 시위를 통해 종교 및 종파에 따라 분열된 국민들이 일치를 이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야 대주교는 현재의 긴장 상황이 야기된 원인을 설명했다. 

그는 긴 세월 만연한 정치적 부패를 지적하고, 정부가 지금껏 국민의 목소리, 총대주교의 목소리, 현 상황의 심각성을 알리고자 하는 그 누구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봤을 때 “국민들의 고통과 그들의 의지를 간과하는” 정부의 이 같은 태도가 형편없는 선택이라고 단언했다.

아울러 빈곤 문제와 난민 문제도 심각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인구 4백만 국가에 난민만 2백만입니다!” 사야 대주교는 실업률이 30퍼센트를 웃돌고 빈곤 문제 또한 심각한 상황에서 난민 문제가 “경제적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정치적 투명성을 요구하는 국민들에게 정부가 세금 인상 계획을 발표하고 나서자 “마침내 낙타의 허리가 부러지고 만 것”이라면서, 두 달 째 이어지고 있는 반정부 시위의 원인을 설명했다.

사야 대주교는 시위대가 현 정부의 몰락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미 45일 전에 총리와 내각이 사퇴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새 내각 구성이 이뤄지지 않아 정국 혼란이 장기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회의 참여

“반정부 시위가 시작되자 교회도 곧 이에 동참했습니다.” 사야 대주교는 시위가 일어나자 안티오키아 총대주교가 레바논 내 모든 그리스도교 종파 대표 회의를 소집했다고 밝혔다. 이에 “가톨릭교회, 동방 정교회, 개신교회” 등이 모두 모여 “긴 시간 회의” 끝에 “시위대의 뜻이 옳다”는데 동의하고 시위를 지지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교회는 또 시위대 지도부로 하여금 시위가 폭력 사태로 비화되지 않게 유의해달라고 요청했다.

사야 대주교는 성명 발표 이후 총대주교가 총대교구청 10시 미사 강론을 통해 시국에 관한 언급을 이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총대주교님은 반정부 시위대의 요구가 대체로 정당하다며, 정부 관계자들로 하여금 스스로의 양심과 60일 째 길 위에서 농성 중인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사회의 현 상황을 들여다보는 한편, 국민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면밀히 조사하며 이번 시위에 충분히 주의를 기울일 것을 촉구하셨습니다.” 

시위로 일치되는 국민

사야 대주교는 평소 분열돼 있던 국민들이 시위를 통해 일치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이 점이 이번 시위 운동이 중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처음으로 대중 운동이 종파적∙정파적 한계를 뛰어넘었습니다. 국민들은 거리로 나와 공정하고 투명한 경제운용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시위대는 정부가 개인적 이익 추구를 위해 정치적 권한을 부적절하게 행사하지 않도록 촉구하고 있습니다.”

중재하는 교회

사야 대주교는 교회, 특별히 마론파 동방 가톨릭교회 수장 겸 안티오키아 총대주교가 시위대 지도부와 정부인사 양측과의 접촉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면서, 시위대가 정부 대표단과의 대화는 원치 않지만 교회는 신뢰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자신도 “시위대 내 여러 정파를 한 자리에 모으는 단체”에 참여해 “사회∙정치 영역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시위대 지도부로 하여금 “상황을 돌아보도록” 타이르고 “그들이 제시하는 해결책에 귀를 기울이는” 등 현재 정파 간 화해를 도모하기 위한 많은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 집단으로 구성된 정부

사야 대주교는 시위대가 “나라를 현재의 모습으로 만든 정당들로 구성된 것이 아닌 정부, 곧 전통적 방식으로 구성되지 않은 정부”를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위대가 바라는 것은 ‘전문가 집단’으로 구성된 정부, 곧 정치를 직업으로 하지 않는 남녀 혹은 현재의 국가적 위기 상황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이들로 구성된 정부라고 강조했다.

“시위대는 모든 것을 망쳐놓은 이들에게 재건의 역할을 맡기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보고 있으며 저 또한 그 판단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제대로 된 경제(체제)를 건설할 의지, 정신, 노하우가 있었다면 애초에 망가뜨리지도 않았을 테니 말입니다.”

가난한 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교회

사야 대주교는 교회가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돕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회는 특별히 사회적 차원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실업률 상승과 은행 대출 제한으로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을 예상한 교회는 특별 위원회 및 단체를 구성하고 국민들 모두에게 충분한 양의 식량이 제공될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또 총대교구가 현재 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지난 주에도 회의를 소집해 30-40여 개 기관과 더불어 사회복지적 지원 대책 마련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현재 풀뿌리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움직임을 이해하는 지역 교회들이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돕고자 손을 건네고 있다고 덧붙였다.

“레바논 교회는 진심을 다해 이 사안에 대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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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2월 2019, 1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