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율란을 품에 안고 있는 이만 딸 율란을 품에 안고 있는 이만   역사

베들레헴에서 태어난 아이들

예수님의 탄생지인 베틀레헴에 위치한 가톨릭 산부인과 병원은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유례없는 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의학적인 기술을 훨씬 뛰어넘는 보편적인 평화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Olivier Bonnel / 번역 박수현

베들레헴 “성가정 산부인과 병원”의 황토색 벽이 있는 인상적인 건물 앞에는 교차로가 있습니다. 교차로에 붙어 있는 표지판은 몇 미터 떨어진 예수 탄생 교회를 가리킵니다. 우리는 성탄을 며칠 앞두고 있습니다. 이탈리아와 브라질에서 온 수십 명의 순례자들이 팔레스타인 시내의 거리로 모여 예수님 생가로 향합니다. “구유 광장”의 거대한 나무 위에 장식된 성탄 나무는 꽃처럼 아름답게 끊임 없이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1882 년 빈첸시오 아 바오로 사랑의 딸 수녀회가 지은 병원 복도의 분위기는 성당으로 이어지는 도로보다 차분합니다.

성가정 병원장 데니스 세바이스트레
성가정 병원장 데니스 세바이스트레

1990 년 첫 아이가 태어난 이래로 성가정 산부인과 병원은 팔레스타인 전역에 걸쳐 기준점이 되었습니다. 몰타 기사단의 관리에 따라 운영되고 있는 이 시설은 임산부와 신생아에게 최고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2013 년 출범한 소아 및 신생아실은 다른 세계 최고의 병원을 부러워하지 않을 만큼 시설이 잘 갖춰져 있습니다. 하지만 베들레헴에서 태어난다는 것은, 역사의 중대함과 복음 이야기의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항상 좋은 별 아래에서 태어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이곳의 공공보건 체계는 턱없이 부족한 시스템과 (계속해서) 어려움에 처해있는 팔레스타인 당국에 의해 관리되고 있습니다. 또 병원들은 관료주의의 요식체계에 사로 잡혀있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극심한 정치적 맥락에 따라 운영되고 있습니다.

베들레헴에서 태어난 아이들

“항상 자리가 있습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일상은 이스라엘 이웃과의 평화에 대한 희망이 이룰 수 없는 꿈처럼 보이기에 더욱 안타깝기만 합니다. 예루살렘은 겨우 8킬로미터 떨어져 있지만, 이스라엘 성지(聖地, Terra Santa)는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지 않습니다. 데니스 세바이스트레 성 가정 병원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안전 점검은 매일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베들레헴 사람들은 정시에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매일 오전 5 시부터 대기하고 있습니다.” 전임 프랑스 육군 장교이기도 한 병원장은 5 년 전 아내와 함께 베들레헴에 정착했습니다. 그는 말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지뢰제거 임무수행을 마친 후, 현재 물류 유통의 제약과 반복되는 긴장에도 불구하고 현재 이 시설과 140 명의 직원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항상 자리가 있습니다.” 출산을 위해 이곳에 온 일부 여성들은 이스라엘 군의 세밀한 검문에도 불구하고 몇 시간이고 인내하며 참아냅니다. 하지만 기적은 항상 그렇듯이 (어려움이 있는) 그곳에 있습니다. 병원은 임산부를 기쁘게 환대하며 맞아들입니다. 임산부의 대부분은 무슬림입니다. 아기들은 몰타 기사단의 문장인 십자가로 인쇄된 담요로 싸여 소중한 보살핌을 받습니다.

성가정 병원 복도에서
성가정 병원 복도에서

“하느님께서 원하신다면 이곳에서부터 평화가 올 것입니다”

섬세하고 복잡한 상황이 발생하면 소아과 지원 서비스가 활성화됩니다. 데니스 세바이스트레 병원장은 “우리는 자선병원”이라며 “종교나 경제적 자원에 관계없이 양질의 출산을 제공하는 곳”이라고 기관의 목표를 설명했습니다. 또 성가정 병원은 가장 적절한 가정의 실천을 연구하는 사회복지사를 고용했습니다. (방문 환자 중) 일부는 상징적인 세켈(이스라엘의 통화 단위)만 지불하면 됩니다.

이 병원 직원의 56퍼센트는 그리스도인입니다. 팔레스타인 평균 인구 비율보다 훨씬 더 많습니다. 그러나 성가정 병원은 산모의 얼굴을 가린 베일(무슬림이 얼굴을 가리는 얇은 천)이나 목 주위의 십자가를 크게 괘념치 않습니다. 의학적 우수성과 더불어 이러한 분위기는 수많은 팔레스타인 여성들로 하여금 아이들의 생명을 위해 이곳에 오게 합니다. 이틀 전에 갓 태어난 아들 알리(Ali)를 품에 안은 부테이나(Butheina)씨는 “이곳은 성스러운 곳이기 때문에 이곳에서 아이가 태어나는 일은 특별하다”고 말합니다. 이 28세의 무슬림 소녀에게 베들레헴은 코란이 예언자라고 설명하는 예수님의 도시입니다. 그리고 성가정 병원은 평화의 오아시스입니다.

산부인과 간호사들
산부인과 간호사들

“정치인들은 장벽을 쌓고 의사들은 마음을 엽니다”

이 병원의 명성은 이제 하나의 현실이 되었습니다. 이곳의 팔레스타인 의사들은 모두 프랑스, 미국, 우크라이나에서 유학생활을 했습니다. 로마에 있는 “밤비노 예수(Bambin Gesù)” 소아병원에서도 성가정 병원의 두 명의 간호사가 실습을 받았습니다. “그들은 또한 교황청의 요청에 따라 현지 직원들을 훈련시켰습니다!” 데니스 세바이스트레 성가정 병원장은 미소를 지으며 자랑스럽게 말했습니다. 그는 종종 이렇게 말했습니다. “정치인은 장벽을 쌓지만 의사는 마음을 엽니다.” 이 말은 모든 반전론자(反戰論者)들에게 해결책을 위한 좋은 실마리를 제공합니다.

21 세의 이만(Iman)씨는 널찍한 조산아 실에서 딸 율란(Julan)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4개월 전 율란이 태어났을 때 몸무게는 830그램에 불과했습니다. 9개의 특별한 인큐베이터가 설치된 방에는 큰 십자가가 있습니다. 베일을 두른 이 어린 산모는 헤브론에서 더 남쪽 도시로 매일 왕복했습니다. 도시는 베들레헴에서 불과 25킬로미터 떨어져 있지만, 때로는 1시간30분이나 걸릴 때도 있습니다. 8주 후, 신생아 집중 치료실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난 율란의 현재 몸무게는 2.5킬로그램입니다. 그러나 이 아이는 아직도 예루살렘 병원에서 신경외과 수술을 받고 있습니다.

수술실 입구에 걸려진 성가정 성화
수술실 입구에 걸려진 성가정 성화

환자에 대한 애정과 보호

병원 안뜰에는 성모 마리아상이 오래된 경당을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성모상은 건물과 그 주변 환경을 굽어봅니다. 밤이 되면 성모상은 활짝 핀 꽃과 같으며, 어머니와 같은 사랑으로 도시를 바라보는 것 같습니다. 이 정원에는 평화의 상징인 오렌지 나무와 올리브 나무가 있는데, 바로 이곳에 그 증거로 심어진 것 같습니다. 오늘 아침엔 한 젊은 프랑스 여성이 팔레스타인 의사 친구와 행복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산부인과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마욜레인(Marjolaine)씨는 지난해 산부인과 병동에서 몇 달 동안 근무했습니다. “제가 베들레헴의 산부인과 병동에서 일했다고 말하면 가족과 친구들은 미소를 짓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성가정 병원은 참으로 그리스도교적인 장소입니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지에 매우 가까이 위치하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평화의 메시지로 팔레스타인 사회 전체를 대표합니다. 우리는 아이들이 태어나는 것을 지켜보고 그들의 가족도 바라봅니다. 그곳에서 우리는 여성의 자리가 어디인지 깨닫습니다.”

갓 태어난 아들 예닌을 바라보고 있는 아메드
갓 태어난 아들 예닌을 바라보고 있는 아메드

임산부 실에는 아직 성탄 나무가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의료진들은 제각각 준비한 장식을 가지고 올 것입니다. 베들레헴의 그리스도인들은 세 차례 성탄을 경축합니다. 12월 25일은 가톨릭 신자들이, 1월 6일은 정교회가, 1월 19일은 아르메니아인들이 성탄을 지냅니다. 그들은 그렇게 세 차례나 함께 기뻐하며 그리스도의 탄생을 축하합니다.

방문 기간 동안 데니스 세바이스트레 성가정 병원장은 화제가 될 만한 가치 있는 일화를 소개했습니다. “우리는 유다교의 명절인 욤 키푸르(Yom Kippur)를 맞아 겨우 아이를 텔아비브에 보낼 수 있었습니다. 그 시기는 모두 문이 닫힌 휴일이었는데요. 당시 아이에게는 심장 개방 수술이 시급했습니다. 결국 그들은 외과 팀에게 전화를 했죠. 그들은 우리에게 특수 차량까지 보내주었습니다.” 산부인과 원장은 (국경의) 검문소에서 장벽을 가로질러 넘어갈 수 있는 차량으로 아기를 수송하는 일을 도와준 이스라엘 군인들에 대해서도 말해주었습니다. 언뜻 보기에 보이지 않는 곳, 바로 그 곳, 베들레헴의 이 작은 삶의 풍경 속에서, 평화의 왕자의 기적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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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12월 2019, 12:56